새벽에 쓰는 일기

밖엔겨울비가오고있다.

창으로내다보면인적이끊긴거리가

흥건히젖은채가로수불빛에으스스떨고있다.

앞산의작은절은어둠과적막에쌓여죽은듯조용하다.

나는포도주를조금씩마시며’에디뜨삐아쁘’를본다.

사람이저렇듯처절할수도있는거구나.

희망이라고는눈꼽만큼도없는사람들…

더럽고구질구질하고…

애비나,어미나,새끼나…

강요에못이겨부르는’라마르세이유’

노래가그녀를구원하고있는데여전히수렁을못빠저나온다.그리고…드디어

그렇게많은사랑을

그렇게혼신을다한사랑들…

하나둘떠나가고병으로조그맣게오그라든작은여자가남아있다.

아직도영혼은노래를부르고싶은데

바닷가모래톱에앉아뜨게질하고있는그녀

왜하필이면뜨게질이냔말이다.

파란바다를배경으로그녀가천진한모습으로뜨게질하는장면에서

난가슴이꽉막히는거였다.

한모금마신포도주가아프게폐부를찢으며내려갔다

겨우47세

나는그보다얼마나많이살았나.

마치삐에로분장처럼하얗게칠한그녀의’후회하지않아.’를부르는얼굴이

화면을가득채웠다사라졌다.

그녀가죽었다.

나는다시창밖을내다본다.

죽음같은적막이비를흠뻑맞고거리에질퍽하게누어있다.

나보고이밤을어찌하라고…

2008,12,20,새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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