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부루스

60년대초쯤

그때는자살하는사람도많았었다.

아무리살기가어려운때라도자살의원인은거의사랑이었다.

수면제를20~30알

청산가리

쥐약

금게락(키니네를그때그렇게불렀다.)

대게축늘어진음독자를등에업고다급하게뛰어와이비인후과의자에앉치고는

손가락굵기의카테텔을입을통해위까지집어넣고

깔때기같이생긴끝쪽을높히들고물을집어넣는다.

위세척이다.

한바가지쯤집어넣고줄을아래로쏟으면위에들어갔던물이내용물과함께쏟아진다.

이렇게몇번을하면빨리발견된사람들은살아나지만

정말죽는사람도많다.

의사들이그랬다.

청산가리나키니네먹은사람들은정말죽을생각이었다고

입속이까맣게탄것은청산가리다.

식도가오그라들기도한다.

부모님에게시위할려고수면제십여알먹은사람들을의사들은미워했다.

서투른인턴들은카테텔을위로넣지못하고호홉기쪽으로넣어서의료사고도내지만

문제는한번도안일어났다.

음독이었기때문에…빠져나갈구멍이컸다.

어느날레스가많이달린까만원피스속옷을입은채로업혀온여자가있었다.

수면제라고했다.

그녀도몇번을위세척을한뒤병실로옮겼는데

그녀의어머니가울며불며왔는데아는얼굴이었다.

중학교다닐때한반이었던한동네에살던친구의엄마다.

일학년때는함께등하교도했는데중간에그친구가후라파가되버렸다.

학교도무단결근하다자퇴해버린친구

나만보면울던친구엄마다

친구의엄마와병실에갔는데

친구는아직혼수상태에빠져있고…

하얀피부에새까만속옷이얼마나선명하던지…

젖은머리카락이뺨에도어깨에도마치세련된붓의텃치로그린듯했다.

마치흑장미한다발같은그녀가

여자인내눈에도육감적이더란말이다.

친구의엄마가울며불며딸의이름을부르며흔들어대고…

친구가뭐라고응얼대는것같았는데자세히들어보니

‘잘있거라나는간다~~~이별의말도없이…’

아직풀어지지않은혀로’대전부루스…를’

마치코메디같은데웃을수가없었다.

생애중가장아름다워야할때에죽을생각을했다니

다시’잘있거라…’

친구가깨어나고있었다.

너도사랑이원인이었구나!!!

9시뉴스가끝난면아이를재웠다.

우유한통들고손붙잡고방으로들어가면아이는우유먹은뒤대게잠이드는데…

요며칠은우유한통을다먹고도자지를않는다.

하루는거실로혼자나오더니

말썽을얼마나부리는지…

일거리를얼마나벌려놓는지…

티비까지켜놨다.

이런때는솔직히손주고뭐고한대줘박고싶다.

가요무대를하고있다.

‘대전부루스’를부르고있었는데…

홈싹늙은여자가노래를부르고있다.

안정애!!!

50년대말인지…60년대초인지…그때유행하던노래다.

이노래는한참후에조용필이불러다시힛트했지만어디까지나안정애의노래다.

50년이지났으니사람도늙을수밖게없었겠지만

노래를부르는늙은가수는애처럽기만했다.

아무리섭외가들어와도응하지말아야할일이다.

안정애가저렇게늙었으니내꼴도그러리라.

그리고그노래들으면생각나는에피소드하나꺼내봤다.

얼굴은예뻤지만공부가하기싫어밖으로만나놀던후라파친구

그일이후로는한번도마주쳐보지도못한친구

그녀도나만큼늙어있겠지

왜그때는죄짖는것같았던’후라파‘란말도

이제는그리워지느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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