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비석 앞에서

내가"걷기"를위해서스크랩한여러곳중에’국립서울현충원’이있습니다.

전에는동작동국립묘지라고하던곳이지요.

소개서에는전사들의넋도만나위로도해드리고잘꾸며놓은길을산책하기

참좋은곳이라고했습니다.

지인과12시에동작역에서만나기로해서

느긋하게게으름부리다탄버스안에서노무현대통령의자살소식을들었습니다.

비겁해~이건반칙이잖아~

내첫반응이었습니다.

2루에서홈으로뛴야구선수같고

자기골문에헤딩한축구선수같다고생각했습니다.

말할수없는배신감도느꼈습니다.

비가올거라던예보때문인지현충원은눅눅한대기가무겁게내려앉아있었습니다.

정문에들어서자

육,해,공군,해병대가나라와부모와가족과평화와자유를지키는의미를지닌

조형물이보였습니다.

왼쪽길을따라올라가노라면작은병사들의비석들이

마치연병장에서그들이훈련하며도열했던것처럼끝도없이이어져있습니다.

이병,일병,상병,병장…

금화에서…

양구에서…

고성에서…

화천에서…

수도육군병원에서…

월남에서…

징용에끌려갔다가…

대통령이자살하던날

이등병의비석앞에서의내생각과감정이

냉정한판단은아니었을것입니다.

더구나

나이많고학식이부족한좁은소견의내가

자살한대통령의정적을…

대통령으로서성공과실패를생각할겨를이없었습니다.

내마음속엔온통

어느격전지에서

오로지한가지생각으로

뜨거운피를펑펑쏟으며포효했을어린병사의모습만떠올랐습니다.

자살이라니요.대통령이…

이제한줌가루가되어

목숨바쳐지키고저했던조국의양지바른땅

하얀비석하나세우고편히쉬고있을어린병사들에게…

장하십니다.

그리고미안합니다.

영원히늙지않을우리의어린병사들이여!

월남에서전사한용맹한그린베레의

장한어머니의글

이승만대통령내외분의비석

박정희대통령내외분의비석

1983년아웅산폭파사건으로순직하신노산이은상박사님의비석

이범석외무부장관의비석

국가유공자묘역에안치되신분들입니다.

아웅산사건때순직하신분들모두국가유공자묘역에안치되여계십니다.

이름을보면알수있는많은분들이계십니다.

사람에따라서비석의크기모양이다름니다.

대통령의비석에는봉황이있구요.

장군의비석도또다름니다.

그렇다면"작은비석"을원하셨던노대통령은어떤크기?

배고픈건참아도궁금한건못참는다고…

난궁금한거하나더있습니다.

만약에…

일어나지않으면정말좋겠지만

만약에만약에이땅에전쟁이또일어난다면동영상속의노랑머리는

나라의부름에응할것인가?

아니면죽창을들것인가?

마침국가유공자묘역에성묘를온가족

이스라엘과아랍연합이6일전쟁을할때

미국한대학에유학중인유태계학생과아랍계학생이

똑같이결석을했답니다.

상황은같았는데두학생은전혀다른행동을했습니다.

유태계학생은전쟁터로갔고

아랍계학생은징집되는걸피해서도망갔다는것입니다.

전쟁의결과는이미거기서결정된거지요.

나는또전쟁이일어난다면

그때처럼죽창들고완장차는사람들이무섭습니다.

그렇지아니하기를간절히기도합니다.

현충원에다녀오긴했는데

글을올릴지많이망서렸습니다.

그래도내일이현충일인데…

그들을잊지는말아야겠지요.

그일들을잊지는말아야겠지요.

노대통령이

영욕의살덩어리는다태우고

육체의지주였던뼈의모습으로고향으로가고있을때

지난5월9일저세상으로떠난

불구인몸에또암에시달리면서도희망을노래하던

장영희교수의에세이를읽고있었습니다.

그의글속에그렇게잘맞아떨어질수가있을가싶은대목올리고맺으려합니다.

제목은’사랑과생명’의마지막부분입니다.

사랑하는일은남의생명을지켜주는일이고

그리고사랑하는사람들을위해내생명을지키는일이기본조건이다.

사는게힘들다고,

왜나를못살게구느냐고그렇게보란듯이죽어버리면,

생명을지켜주지못한채남아있는사람들이

사랑할몫도조금씩앗아가는것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