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에서…

오랜만에뒷산에올랐습니다.

요며칠날씨가계속안좋았는데

오늘은바람한점없는맑고따듯한날입니다.

발밑에서가랑잎이사각사각기분좋은소리를내며부서집니다.

올려다본하늘이얼마나맑고깨끗한지…

빗살무늬를만들며겨울나무그림자가길위를가로누워있습니다.

햇살이봄볕처럼따듯했습니다.

이평화롭기그지없는이길을혼자걷다가

길옆나무의자에앉아봅니다.

손등에무릎에햇살이부드럽게내려앉네요.

이때만큼은나도

디오게네스만큼행복하군요.

이소나무가사는방법

바람은피하고햇살을향하여한쪽으로쏠려있습니다.

모여사는소나무들은이정도는아닌데

홀로서있는이소나무의삶이애절합니다.

200m안되는산에서살면서1,000m고산에서사는소나무만큼이나삶이처절하네요.

사람이나나무나혼자가된다는것은…

한참을하늘을올려다보다문득

나도겨울나무처럼벗은채서있는것같은생각이들었습니다.

내마음을감출것은아무것도없는데…

하늘은왜저렇듯파랗고깨끗한지모르겠습니다.

모든게잠간멈춰있는것같습니다.

우주도하늘도나무도나도…

바람이라도불어줬으면좋겠는데,

그리움만밀물처럼밀려오네요.

외로움도함께요.

그리움이많으면외로움이더커진다는데…

난!그만

그리움을하나더만들어버렸네요.

그러나다시생각해보면

산다는게,

뭐그리나쁠것도없다는생각을합니다.

때로엄습하는슬픔,그리움,외로움도

어쩌면살아가는데꼭필요한요소일것입니다.

이런것없는세상뭐!재미있겠냐고…

그리움의힘이얼마나큰덩어리인줄아니?

너!

그것없으면어떻게살려고?

내가내게주문도걸어보고…

이렇게툭툭털고산을내려오면서도…

웬지마음이싸~합니다.

내가만일지금살고있는아파트에서이사를한다면

이뒷산이제일아깝습니다.

아파트라는사각형공간에밖혀살면서근처에산이있다는것은

말할수없는축복입니다.

200m도안되는얕은산이지만산으로의모든조건을완벽하게갖추고있거던요.

골짜기가깊어서일년내내냇물이흐르고음침하기도합니다.

아무곳에나주저앉아서온갖공상에젖어있어도

아무에게도들키지않을만치적막하기도합니다.

산등성을지나가는사람들의소리와새소리와이따금모습을나타내는

청솔모,다람쥐따위뿐…

이곳으로이사와서처음한일이산을오르는일이었습니다.

마치’밀폐공포증’환자처럼

이제는정말혼자라는두려움때문인지자꾸만밖으로나갔거던요.

그런데뒷쪽에산이있어준거지요.

블로그도그때시작했습니다.

그래서내가처음올린글들은이산과관계있는게많습니다.

손주를기르면서가장아쉬었던게이산을오르지못하는거였습니다.

그런데이제아주떠나려고합니다.

아들이함께살자는걸이핑게저핑게밀어왔는데

이제는더핑게댈게없네요.

곧대답을해줘야그들도결정할일이있어서…

‘그러자!’라고할려고마음정했습니다.

한2,3년만그렇게할겁니다.

그렇더라도이곳으로다시오지는못할것이니

이산과이별의인사를준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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