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대책없이 푸르던 날

우리집앞버스정류장을지나는차중에서1-5라는버스가있다.

간격이1시간이상인지어쩌다보이는버스다.

내가호기심이발동한것은그차의승객들이시골사람들같다는것이다.

나이가많으신분들이고추모종배추모종…….을사가지고가는거였다.

오래전부터그버스를한번타보고싶은마음이생겼었다.

지난밤바람이많이불더니뭉게구름을싹쓸어버렸다.

텅빈하늘이눈이시리도록푸르렀다.

이런날집에쳐박혀있을수는없는거였다.

정류장의자에한시간쯤기다려그버스를탔다.

8차선도로를한참달리더니오른쪽길로빠진다.

주위가금방시골풍경으로변했다.

벼가노랗게익은논들과김장용배추와무가심겨진밭들…

버스승객들은서로아는사람들처럼이야기들을했다.

정류장에서내리는사람이나버스에남아있는사람이나

시골특유의큰목소리로인사를했다.

그렇게한분두분내리다가나혼자만남았다.

내처음생각에는버스에서내리는어떤아주머니를따라내리는거였다.

그러나망서리고맹그적거리다달랑혼자만남은거였다.

이제는종점까지가는수밖에없다.ㅎ

‘아저씨!종점아직멀었어요?’내원래목적지가종점인것처럼!

‘조금만더가면됩니다.’

버스는더깊숙히들어갔고행정구역이의정부인지남양주인지구리인지…

알수없는곳에나를내려놓고버스는획가버렸다.

종점은내가버스타고온그런시골풍경이아니라

대형음식점이몇채있고조금떨어져서농가가있었다.

방향을잡지못하고한참을서있는데졸졸물소리가노래하듯들렸다.

작은시내가있었다.

시내를따라올라갔다.

그리고시내가끝나는곳이산의끝자락이다.

길도끝났다.

참나무아래앉았다.

정말하늘이파랬다.대개이렇게짙은하늘빛을코발트색이라고하던데

바로오늘하늘이그런하늘인듯하다.

바람은얼마나깨끗하고싱그러운지…

참나무그늘에떨석주져앉아커피를마시고있노라니

지천으로피어있는들꽃사이로희미한오솔길이있는거였다.

망설이지도않고그길을따라산으로들어갔다.

적막그자체였다.

나무끝으로보이는하늘이호수같았다.

조금씩무서운생각이들었다.되돌아갈까?

그러면서도발길은여전히깊숙히들어가고있었다.

그리고길이끝났다.채마밭이있고두개의무덤이있다.

정리가잘된깨끗한무덤이다.

두개의무덤옆에회향나무가한그루서있고무덤입구에는단풍나무가있다.

그리고작은비석이있었는데

1942년생전주이씨000여자다.그리고세명의남자이름이새겨저있다.

나보다한살더먹었네!그런데왜?

무덤옆으로밤나무가있고헛간같은엉성한건물이있는데거기서

덜거덕하는소리가났다.

순간무서운생각이들고몸이오그라들듯긴장이됐다.

사람이던짐승이던,이런곳에서무엇과마주친다는것은위험한일이다.

급히되돌아내려오며무언가쫓아오는듯해서죽을뻔했다.ㅎ

정류장에오니한여자가버스를기다리고있다.

그여자옆에슬그머니앉으며’버스기다리세요?’

이런저런얘기를하고있는데내가돌아온그쪽에서한남자가

배낭을메고손에는비닐봉투를들고내려왔다.’???’

호기심이발동한다.ㅎ

‘농사지세요?’

‘뭐농사랄것도안되요.’

‘집이여기세요?’

‘아녀.상계동인데저위에밭도있고……’

‘무덤있는데요?’

그렇다고한다.’덜거덕’의주인공인것이다.ㅎ

‘나거기갔었는데요.’

‘거길뭘하러!나는못봤는데,’

‘그런데누구무덤이에요.’

‘우리부모님무덤!’

‘아니던데요.42년생이던데요.’

‘아그건마누라꺼!5년됐어.’

부모님무덤바로옆의회향목아래수목장을했다고한다.

자식들다시집장가보내고혼자사는데일주일에두번씩이곳에온다는것이다.

버스가왔다.

올때는나혼자타고왔는데사람들이많이탄다.

남자여자할것없이배낭을메고또손에다들고…

뭘까?밤이라고했다.

멈추는정거장마다배낭을멘사람들이탔다.

버스가만원이됐다.

지팡이를짚고있는할머니도밤따러왔다.

이풍요로운가을에이산저산밤나무도많은가보다.

산속에있던남자가나를힐끔힐끔쳐다본다.

그렇다고엉뚱한상상은마시라.

버스에탈때는함께탔지만내릴때는각각내렸으니까.ㅎㅎㅎ

하늘은여전히대책없이푸르다.

고개가아프도록하늘을쳐다본다.

하늘색이외로움이나슬픈색이아니었으면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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