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포원에서 봄날 한때를 보내다.

옆집이사흘째수리를하고있는중이다.

첫째날은병원에다녀오고

둘째날은인문학강좌에다녀오고

오늘은갈데도없는데어쩌나!

욕조를뜯어내고바닥도띁어내느라고망치로깨는소리

드릴로드드드드드……

도망가기로했다.

어디로갈까!

도봉산역에있는창포원으로가기로한다.

이곳은교회서봄마다하는걷기대회의마지막코스이기때문에

매해한번은오던곳인데올해는행사가취소되었다.

붓꽃이한창피고있다.

그런데봄에가물었던탓인지꽃들이튼실하지않고건조하다.

크로즈업하고싶은생각이영없다.

싸구려디카로해봤자지만…

아예싹이안나서비어있는밭도많다.

이노란색창포는물가에있어서이만하다.

아이들이소풍을나왔다.

아이들이꽃같다.

작약?모란?

내가구별못하는여러것중의하나.

코박고향기를맡으려다가먼저와있던벌에게쏘일뻔했다.ㅎ

그넘도놀랐을거다.

요즘은국민모두가사진작가라더니사진찍는사람들이얼마나많은지…

너도나도무거운사진기를가지고

주저앉아서,또는엉덩이를하늘로향하고엎드려서…ㅎ

아!나!참!쪽팔려서…ㅎ

조금만젊었으면나도일저질렀을텐데

하지만내가원하는건사진이아니라

한줄이라도글을좀잘쓰는건데

돈도안드는건데안된다는게문제다.

어렸을때뱀딸기라고했는데

별맛은없었는데그래도열심히따먹던것

너무반갑다.

드디어찔레를만나다.

코티분같은향!

어렸을적에는새로나오는순을먹기도했다.

이건풀꽃인데이뻐서찍어봤다.

소나무밑둥에소나무아닌것이…

편안하고안전해보인다.

하지만소나무밑에는풀도안난다는데

미래가걱정된다.

노란씀바귀,흰씀바구,크로바.망초,

자연스럽게만들어진꽃밭

붓꽃밭보다훨씬내마음에든다.

창포원한바퀴돌고내가자리잡은곳

소나무기둥에기대어앉으면너무편하다.

가끔비들기도놀러오고

참새도놀러왔다.

고구마말랭이를주었더니후딱하면왔다.

나중에는모른척했다.

바람이알맞게불어주었다.

중학교1학년때음악선생님이아직안오셔서

가사선생님이노래를가르쳐주셨다.

음악책에도없는거였다.

바람솔솔분다.나무가지에

그대소리들을때에는마음산란하다.

크로바의단향기,바라에숨결!

바람!나무가지에불어오누나.

가사선생님한테배운이노래는그후

어디서도들을수가없었다.

도대체어느음악책에도없었다.

그런데세월이흐른뒤어느교향곡에서그노래의

리듬이나오더라는것

소나무아래앉아서허리가아프면눕기도하면서

알맞게불어주는솔솔바람때문에먼추억여행도하면서

기분좋은봄날한때를보냈다.

내가기대어앉았던소나무밑둥에서올려다보고찍은것

집에오니수리하는사람들이정리를한다.

‘언제까지해요.’

‘저희는끝났어요.도배하는사람들이올거에요.

시끄러웠지요?’

‘나도망갔다가이제오는거에요.’

수리공의아내가상냥하다.

부부가함께일을하고있다.

‘아~유,죄송해요.’

셋이서크게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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