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가의 가을!

어느가을날의추억

부드러운음성이사라져도그음악은

추억속에메아리치고

달콤한오랑케꽃이져도그향기는

감각속에생생하게남습니다.

장미꽃이져도그꽃잎은

사랑하는이의잠자리를뒤덮습니다.

그러므로당신이떠나도,당신에대한생각은

내마음에사랑으로남을것입니다.

퍼시피시셀리(1792~1822)

입동이지났다고한다.

달력을보고확인해보지않았다.

‘세월이너무빨라!’

이런말은가급적안하려고한다.

세월이너무느리다고생각한때가있었다.

이마사춘기때였을것이다.

그때는염세주의자이기도했었다.

세상돌아가는게다못마땅했었다.

그러나이제는세월에의연할나이가되었다.

세상에서가장공평한것이세월이다.

세월은변하지도않는다.

1년365일,아니다정확히따지면365일하고몇시간이남는다고한다.

그래서어떤해는2월29일이있다.

음력으로는한해가13개월일때가있다.

올해가바로그해다.그래서아직도9월일껄!

그렇다고내가탓할일은아니다.

그냥세월을즐기면된다.

베란다창가에앉아있으면11월이란게무색할정도로

햇살이따사롭다.

방충망저쪽으로보이는매화나무

봄에는창가득꽃을피워주었고,여름내푸른잎새가커튼이되어주었다.

이제푸른색이도는연노란색이되어가을햇살에녹아드는듯하다.

애절하게예쁘다.

아직도게으름을피우고있는내국화는

주위의모든국화가지기를기다려늦게핀다.

12월이되어야활짝피는게으름뱅이다.

나도게으름뱅이다.

너무늦게일어났다.

늦게일어나서베란다에죽치고앉아커피부터마신다.

인디언아라파오족은11월을

‘모두다사라진것은아닌달’이라고한다.

무슨뜻일까?

아직도12월이남았다는뜻인가.아니면

꽃들이죽고,나뭇잎이떨어지고,

다림쥐,곰들은굴속으로들어가버리고…

그래서모든게끝장나는것같지만,

그것들이다시살아난다는뜻인가.

어쨋든낙엽이진다해서다사라지는것은아니다.

다만인생들에게’세상은이런거다너도언젠가는낙엽같이될터이니

그때당황하지말고마음의준비를하거라!’하는교훈을주는것일것이다.

노랗게물든은행나무꼭대기에까치가날렵하게앉아깍깍!거렸다.

방충망문을열고사진을찍었다.

너무멀어서조그맣고희미하게보인다.

존재의희미함.꼭나같다.

모임이있는걸천연덕스럽게까먹었다.

모임시간훨씬뒤에야생각이났다.

그순간온몸에열이확올랐다.

‘나도이제는할수없구나.’

어느이웃분은

단풍중에서감나무단풍색이제일예쁘다고했다.

창밖에감나무도물들고있다.

아직설익었다.

더가다려야예쁜색이될려나보다.

창가에앉아있어도가을은있는데

먼데로단풍구경을다녔다.

아니,단풍구경은핑게였는지도모른다.

핑게없이떠나기는쑥쓰러우니까말이야,어거지라도핑게를만드는거지…

가을이면이유없이어딘가로떠나고싶고

방황하고싶으니까말이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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