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크!

여름내내맨발이었다.

정지용시인의시’향수’의싯귀

‘아무렇지도않고예쁠것도없는사철발벗은아내…’처럼

구멍이슝슝뚫린젤소재의말랑말랑한샌달을여름내신었다.

내발등에도샌달모양과똑같이구멍이슝슝뚫린무늬가생겼다.

얼굴에땀이많이나서아침에세수하고스킨바르면그것으로끝이다.

얼굴에검버섯이더많아지고더선명해졌다.

회색인내머리카락은기름기가다빠져마치늦가을다핀억새처럼힘이없다.

어쩌다거울울보면낯선여자가날처다보고있다.

‘당신누구?’

거울속여자가웃는다.

나도같이웃는다.

그날은메르스때문에빼먹은해윤이의발레교실에서보충수업이있었고

병윤이는수영교실과미술이겹쳐있는날

하루종일애들따라다니느라지쳐버렸다.

지유녀석목욕시켜주는것까지끝내고집에오는데

전철에앉자마자몽롱해졌다.가물가물해지기도하고

그러다가환승한다는시그널음악이들렸다.

정신을번쩍차리고내렸는데내가환승할곳은그냥지나고그다음환승역이다.

잠을잔것도아닌데그냥몽롱했을뿐인데…ㅎ

되돌아와다시환승하고빈자리하나있어서얼른앉았다.

그리고다시몽롱!

내옆자리의남자가꼭실없는사람처럼옆에앞에앉은사람들에게말을걸고이죽거렸다.

고향이나나이이야기를했다.

난눈을꾹감고듣고만있었다.

자기는38년생이랬다.마누라는42년생이고,

실눈을뜨고그남자를보았다.

머리는백발이고깡말랐다.난속으로80도안되었는데디게늙었네…그랬다.

내가내릴역이가까와져서또그냥지니칠까봐내릴차비를하고있었더니

그남자날보더니한다는말

‘아주머니는80은되어보입니다.’

내가화들짝놀라며그남자를쳐다보았다.

자기마누라가74살인데내가훨씬더먹어보인단다.

​쇼크먹었다.ㅎㅎ

그래서힘없고까칠한머리가락에롤도말고

검버섯핀얼굴에파운데이션도바르고

립스틱도바르자고다짐하면서집으로왔다.

그런데난아직도그모냥이다.80대!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