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쟁이 사촌 숙이가 많이 아프다.

아침에일찍일어나서전철을타러가기위해층계를내려가고층계를오르면서

‘내일아침엔일어날수나있으려나?’하며잠들던전날밤생각을한다.

정말일어날수없을것같이피곤한날이가끔있다.

현관문을열고층계를내려오면서거뜬한내무릎과허리를생각하면

아직내몸이’자연치유’란능력이남아있구나!

참감사하구나!

그런생각을하며한결가벼운몸과마음으로아들네를간다.

메르스때문에그다음에는내가며느리의산바라지를하느라고

동갑쟁이사촌들과의모임이자꾸만연기되었다.

말복이지난뒤이제는모여도될듯싶어사촌들에게전화를하는데

큰이모네딸인숙이가전화를받는데힘이하나도없다.

‘어디아퍼?’

‘응!’

‘많이?’

‘응많이아퍼!’

‘어디가그렇게아퍼?’

‘암이랜다.폐암!’

‘뭐라구!’

순간아득해지고말을이어갈수가없다.

‘내복이여기까지인가봐.’

우리엄마형제4남매가같은해에딸들을낳았다.

그래서동갑쟁이사촌이네명이다.

서로다른곳에서아이낳고교육시키고결혼시키고바쁘게사느라

만나지도못하다가이제자식들은품에서다떠난인생의후반기에

우리는다시만나기시작했었다.

우리는고궁근처에서만나점심을먹고고궁에들어가서한나절을보낸다든가.

아예집에서만나끝없는수다를떠는게고작이었다.

늘조금씩아픈숙이때문에1박여행도못갔다.

숙이는당뇨가있고음식도무지가려먹고(특히고기를안먹는다.)

층계를2,3개만올라가도숨이차서전철을타도엘리베이터나에스카레이터를찾아다녔다.

심장이나빠서숨이차다고했다.

숙이는한창공부해야할때에사이비종교에빠졌다.

그래서공부도못했다.

교주가죽었을때에정신이들었지만이미공부할시기를놓친후였다.

나이가많아결혼을했지만남자가경제적으로무능했다.

임신하면유산이되었다.

아이를못낳는다는이유로이혼을했다.

다시막막해진숙이에게재취자리가생겼다.

아이넷을낳고부인이죽은시골학교교감선생님이다.

아들둘에딸이둘,제일어린아이가세살이었다.

그집에들어가30년을넘게살며아이넷다시집장가보내고

교감선생님은교장선생님이되었다.

그리고정년퇴직하자마자남편이파킨슨씨병에걸렸다.

10년을병수발을들었다.

천성이따듯한숙이는병수발도온정성을다기울여했다.눈물겹도록…

작년에돌아가셨다.

전처자식들이큰아파트팔고20평짜리장만해주며차이액을몽땅숙이에게주었다.

죽은남편의연금도있어서아주편안한노후가보장되어있었다.

나머지사촌세명이병원에면회를갔다.

마음이참으로참담했다.무슨말을어떻게꺼내야될지…

붙잡고울어주고싶지만그럴수도없고…

그런데의외로편안한모습으로누워있으며반가워했다.

얼굴이조금부석부석하고부었다.

마르코가사촌들중에제일예쁘다고했던숙이였는데병색이완연하다.

가슴이아파왔다.

아프냐고물었드니아프단다.진통제를쓴다고했다.

그렇게위로의말도제대로못하고집으로왔다.

며칠후전화를했다.

‘좀어때?’

‘뭐그렇지!’

‘치료는시작했어?’

그런데허벅지에서골반사이의뼈에암이전이되어그부위를

깍아내는수술을먼저해야한댄다.

체념한듯한목소리가전화기저쪽에서작게들렸다.

숙이는어려서부터엄살이심했다.

손을베어피한방울만나도무서워서울었다.

국민학교1,2학년때학교에서단체로예방주사를맞는날이면

주사맞는게무서워서학교밖논두렁까지도망을갔다.

상급학년남학생들이강재로끌어다주사를맞치는동안학교가떠나가게울어댔었다.

그런숙이가지금통증하고싸우고있다.

많은피를쏟으며수술도할것이다.

얼마나겁나고무서울까!

얼마나도망가고싶을까!

마음속으로또는꿈속에서고향의논두렁길을달리고있는건아닐까!

잘견디기를바란다.

병은이기는게아니고견디는것

견디다보면이기는거지!

힘내!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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