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

유치환

파도야어쩌란말이냐

파도야어쩌란말이냐

임은뭍같이까딱않는데

파도야어쩌란말이냐

날어쩌란말이냐

유치환의그리움이란시가저절로생각나는날이었습니다.

우리는늦은아침을먹고송정해안에서해안도로를따라

북쪽으로북쪽으로갔습니다.

가다가전망좋은해안을만나면내려서또파도구경을했습니다.

파도가높아서바다는배한척도안보입니다.

바다는텅비어있는데파도소리만들렸지요.

아무리들어도싫지않은바다와파도소리!

파도는멀리서달려와부서지기도하고모래사장을휩쓸기도하고…

그리고슬그머니되돌아갑니다.

되돌아가지않는다면파도가아니겠지요.

되돌아갈줄아는파도가좋습니다.

인생도돌아갈때는파도처럼

맹열하게살던것을멈추고슬그머니돌아가야겠지요.

파도가해안도로철책을뛰어넘기도합니다.

새벽의그두껍던구름은어느새없어지고

먼바다와하늘이같은색깔이되어갑니다.

열린차창으로바다내음이몰려들어옵니다.

기분엄청좋았습니다.ㅎㅎ

방풍용소나무사이로바다가하얗게보입니다.

우리는속초까지가서거기서늦은점심을먹고서울로가기로했지요.

싱싱한회에다매운탕을먹고싶었는데

파도가높아서고깃배가항구에매어있고고기잡이나간배도못돌아오고…

그래서포구마다생선공판장이텅텅비어있더군요.

‘파도구경은싫컨했는데먹을복은없구만!’친구의말입니다.

해안도로가끝나면이런길을달렸습니다.

오른쪽으로는솔밭사이로바다가보이고

왼쪽으로는나락이익어가는가을들녁이보이고…

이가을날의느긋함이얼마나좋은지!

지금도누워서그바다생각하면

파도소리도같이들림니다.

그리워달려와부서져도까딱않는뭍

내그리움도까딱하지않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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