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결혼 기념일

 

 

아침에 아들네 갔더니 분홍색 장미 꽃다발도 있고 케익도 있다.

웬거냐고 병윤이에게 물었더니

‘오늘이 아빠 엄마 결혼 기념일이에요.’

‘아! 그렇구나!’

아들이 출근하면서

‘엄니! 오늘 저녁….’

‘알았어! 알았어!’

오늘이 결혼 기념일이라서 둘이서 영화 한편 보고 저녁 먹고… 그러겠다는 이야기다.

벌써 아홉번째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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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이 결혼한지가 9년이 되었다.

결혼 날자도 잡아 놓고 청첩장도 찍었는데 아비가 보름전에 돌아갔다.

장례 치르고 2주 지나 결혼식을 한다는게 용납이 안 되었다.

아들이 청첩장 한 박스를 들고 들어와 마루 끝에 놓았었다.

한 장 꺼내보고 아무에게도 주지 못했다.

늑장을 부리며 가을까지 끌고 갈것 같던 마르코의 병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아들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결혼식을 가을에 하자고 아들과 결정을 했지만 가을에 하지 못했다.

의아해서 아들에게 물었다. 애정전선에 이상이 생겼다.

나는 아들을 설득했다. ‘네가 지고 들어 가라고… 여자를 그렇게 나이 먹여 놓고…’

둘이는 9년을 사귀였고 한결 같아서 친구들 사이에 ‘일편단심 민들레’ 로 불리었다.

그렇게 해서 다음해 1월에 결혼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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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결혼 기념일이 되면 내게 아이들을 맏겨 놓고 둘이서 나름의 시간으 보낸다.

꽃다발과 케익!

여행까지는 아직 못 하지만 근사한 저녁 식사와 영화 한편

별것 아닌것 같지만 생전 결혼 기념일은 물론 생일도 기억하지 못 하는 남편과 살아본

사람들에게는(나를 포함해서) 감동일 것이다.

여자들은 이런 배려에 감동하고 감격하는게 아닐까! 한다.

남편과 데이트를 하고 들어 오는 며느리가 약간의 앨콜 효과로 알딸딸해서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여자들이 얼마나 이 작은 배려에 목을 매는지…ㅎ

아들은 이 일을 아홉번째 하고 있다.

나는 이런 아들이 좋다.

결혼서약에서 처럼 죽음이 둘을 갈라 놓을때까지 쭈~~~욱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서른 아홉,

세 아이의 아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정말 열심히 사는 내 막내 아들이다.

그래서 나도 며느리에게 부끄러운 시어미가 되지 않으려고 애쓴다.ㅎ

 

며느리가 아들과 만나러 나가고 조금 있다가 통닭이 배달 되었다.

시에미와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며느리가 시킨거다.

아이들은 좋아 껑충 껑충 뛰고 나도 기분 엄청 좋다.

지유 쨔식도 건성 좋아서 내 무릎에서 뛴다.

그까진 통닭 하나에? 아니다.

이 모습이 바로 사람 사는 모습이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행복한 할미다.

 

6 Comments

  1. 느티나무

    2016년 1월 30일 at 12:06 오후

    따뜻한 글을 읽는 저도 마음속이 행복함으로 가득해집니다.
    맞아요.
    사람사는 모습…..
    세 아이들과 여전히,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사물을 보시는 감성도 풍부하십니다.

    전 엊그제야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이웃님들은 어떻게 해야 찾아갈 수가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해연님의 변함없는 모습뵈니, 좋네요.

    • ria612004

      2016년 1월 30일 at 7:28 오후

      안녕하세요. 느티님!

      느티님 작품은 픽펜에서 보고 있어요.
      저도 위블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요.
      이웃님 찾는 것도 메인에 올려있는 포슽을 클릭해서 할뿐!
      저는 셋째놈 때문에 다시 매였네요.ㅎㅎ
      그래도 즐거운 하루 하루입니다.
      자주 뵈어요. 느티님!

  2. 데레사

    2016년 1월 30일 at 6:10 오후

    병윤이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 축하해요.
    그럼요. 그까짓 통닭 한마리가 아니지요.
    그 정성, 그 사랑이 감동인거죠.

    오늘 새벽에 돌아 왔습니다.

  3. 지나

    2016년 1월 30일 at 10:13 오후

    따뜻한 글을 읽고나니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훌륭하신 어머니,할머니 되시겠습니다, 해연님^^

    • ria612004

      2016년 1월 31일 at 5:11 오후

      지나님.
      훌륭하기 까지야…ㅎ
      제가 아이를 좋아하는 편인가 봐요.
      힘은 들어도 행복하니요.^^

  4. ria612004

    2016년 1월 31일 at 5:06 오후

    데레사님.
    잘 다녀 오셨지요.
    그 동안 여긴 엄청 추웠는데 더운나라에 잘 다녀오셨습니다.ㅎㅎ

    데레사님의 여유로운 삶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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