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가 무슨 자랑이라고…..ㅎㅎ

 

정형외과 물리치료실 앞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앉아 있었다.

나는 추워서 아직 두꺼운 바지를 입고 있는데

한 여자가 바지를 종아리가 보이게 걷어 올리고 ‘아유, 더워! 더워’ 하며

앉았다 섯다 하며 안절부절 하고 있다.

나이는 나보다 열살은 덜 들어 보였고 웬만큼 살집이 있다.

‘저 여자는 왜 저래!’

같은 여자 입장에서 창피한 느낌까지 들 정도로 목소리까지 컸다.

 

한사람씩 이름을 부르는 대로 들어 가고 나도 지정된 물리치료실로 들어가니

그 여자와 한 방이다.

그 여자는 나보다 먼저 들어와 치료사에게 이렇게 저렇게 요구를 하고 있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컸고 ‘아이고!’ 소리를 계속하고 있다.

치료사가 내 허리 밑에 찜질팩을 넣어주고 나가니

‘아주머니도 허리가 아파요?’     ‘예!’

어떻게 아프냐? 디스크냐?

나는 여행 다녀오고 바로 지유를 봐줘서 피곤한 상태라 찜질팩을 깔고

한숨 잘판이었는데…

‘디스크에요.’

그녀는 허리 아픈 이야기와 시집살이 했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너무 커서 치료사가 와서 주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그때뿐 금방 커지는 목소리…

결혼했을때 시어머니는 혼자였다고 한다.

시어머니도 그녀도 고부간에 의좋게 살려고 많이 노력을 했는데

두 시누이가 문제였다고…

그녀는 시누이에 대해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시집살이 했어요.’

‘아주머니두요? 시누이도 있었어요.’

‘그럼요. 다섯명!’      ‘다섯명이나요?’

그녀의 놀란 목소리가 물리치료실을 울렸다.

자기는 화병도 있는데 나보고 화병은 없었냐고 물었다.

그녀가 더워! 더워! 했던것도 화병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없었다고 대답했지만 사실은 나도 가슴에 주먹만한 덩어리가

있어서 머리 감으려고 업드리면 그 덩어리가 치고 올라와서

숨이 막히고 아파서 몸을 세우고 두 손으로 한참을 쓰러내려야

잦아 드렀었다. 머리 감다 말고…

그러다, 혼자 깨달았다.

이 병은 마음의 병이고 내 스스로 고쳐야한다는걸

그러다 슬그머니 그 덩어리가 없어졌었었다.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녀가 시집살이를 28년 했다고 하면 나는 33년!

시누이가 둘이었다면 나는 다섯!

그녀의 시어머니는 87세에 돌아가셨다고 하면 우리 시어머니는 95세에

돌아 가셨다고 했더니 그녀 한다는 말.

‘아주머니 어떻게 살았어요?’

나는 속으로만   ‘말도 말아라!’ ㅋㅋ

나는 그렇게 해서 그녀의 시집살이 경력과 불만을 제압해 버렸다.ㅎㅎ

그러다 웃음이 나와서 둘이 웃었다.

시집살이가 뭐 자랑이라고… 나란 사람도 참 딱하다.

 

치료가 내가 먼저 끝나서 물리치료실을 나오며 그녀의 손을 잡아 주며

‘마음을 편하게 가져요.’

‘예.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건강하세요.’

그녀와 나는 긴 시집살이 경력을 똑 같이 가지고 있다.

이제는 자랑거리도 안 되고 인정도 안해 주는

더구나 인생수업의 효과도 전혀 없고 아픈 트라우마만 남는…

딱한 인생들이다.

 

판화

 

 

 

7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3월 5일 at 8:48 오전

    우리시대는 다 그랬지요. 고된 시집살이를 참아내느라 한 세월
    다 버렸습니다.

    나는 직장을 다니는데도 시집간 놀고 있는 시누이의 빨래까지
    해줬습니다. 주말마다 갖고 오더니 자기 엄마 돌아가시고 나니
    안 가져 오더라구요.
    이것도 자랑인가요? ㅋㅋ

    주말 편히 보내세요.

    • ria612004

      2016년 3월 5일 at 5:36 오후

      시집살이 하던때를 내 생애에서 빼버리고 싶어요.
      빼버려도 그 나머지는 괜찮거든요.
      지금도 그렇구요.

      봄비가 오네요.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2. 無頂

    2016년 3월 5일 at 1:01 오후

    요즘은 시어머니께서 시집살이 한다는데요 ^&^

    • ria612004

      2016년 3월 5일 at 5:33 오후

      시집살이는 자신이 하는가에요.^^

  3. mutter999

    2016년 3월 5일 at 4:00 오후

    저는 시집살이는 안했어요.
    남편살이는 수십년하지요.
    시누살이도 하구요.
    삶이 쉬우면 지루하겠지요?
    지루하지 말라고 하나님이 인생을 그렇게 만드시나봐요.
    문제를 해결하고, 또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라고..
    해결할 문제가 없으면 그 때는 죽어도 되는 나이가 될 것 같아요.

    • ria612004

      2016년 3월 5일 at 5:43 오후

      그러게요.
      지루하지 말라고…ㅎㅎ

      며느리가 시어머니가 되지요.
      그러니 죽어야 끝나는 고부간이네요.ㅎㅎ
      고부간의 문제는 처음 부터 문제가 되지 않는걸 문제 삼기때문에
      끝이 없는것 같아요.
      그냥 함께 살지 않는게 최선의 방법인것 같아요.

      오늘 같이 비오는 날 유리창으로 텃밭을 내다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것 같아요.
      그랄 수 있는 그대가 부러워요.^^

  4. 산고수장

    2016년 3월 9일 at 3:08 오전

    시어머니 뿐아니고 아버지와 아들관계도
    비등합니다.
    예전에는 오늘좀 와라! 하였는데 요즈음 저는
    한달쯤 참고 지나다가 바쁘니?
    시간좀 내 줄래?….
    하기도 합니다.
    세상 탓으로 여겨야지요.

    구슬 굴러가는 것 같은 해연님 글
    다시 보게 되어 기쁩니다.
    아직은 춥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런데 얼마나 해매야 제대로 흉내를
    낼수 있을가요?
    위블 참 어렵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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