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

​     니는 계속 시를 쓰라. 총은 내가 들꺼이다.

 

동주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그러나 일순간 무너진 마음은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쓰리고 눈물이 났고

분노가 차 올랐다.

아름답고 슬프고 안타까운 영화다.

일제강점기.

패망을 앞둔 일제의 압제가 가장 지독하고 암울했던 시기였음에도

영화는 잔잔하고 담담하다.

어떻게 흑백으로 찍을 생각을 했을까.

흑백영화라서 친근하게까지 느껴졌다.

윤동주, 송몽규

한 집에서 태어나고 한 집에서 자란 사촌간이다.

윤동주는 시인이라서 그의 시로 우리가 알고 있었지만

송몽규.

이제까지는 모르고 있었지만 윤동주와 함께 영원히 기억해야 할 사람이다.

 

동주 몽규

     ‘니는 계속 시를 쓰라, 총은 내가 들꺼이다.’

이 말은 몽규가 동주에게 한 말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일은 개의치 않고 행동하는 몽규

동주는 이런 몽규가 부럽고 때론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진다.

자기는 ‘문학의 그늘에 숨어버리는것’ 같은 생각에 몽규의 생각에 동조한다.

귀국하려 했으나 둘 다 잡혀서 후쿠오카 감옥에 갇힌다.

따로 잡혔기 때문에 체포된것을 서로 모르는 상태이다.

집요한 고문, 그리고 생체실험,

일본의사는 그들의 몸속에 바닷물을 주입했다고 한다.

어떻게 얼마나 견디며 어떤 모습으로 죽어 가는지를 관찰한다.

1945년 2월 16일 윤동주가 죽고 20여일 후에 송몽규도 죽는다.

27세의 푸르고 아름다운 나이다.

안타까운것은 해방 6개월 전이라는것이다.

 

동주1

나라를 잃는다는 것은 슬프고 부끄러운 일이다.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다. 겨우 70년전에 있었던 일이다.

시인은 시가 쉽게 씌여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했지만

70년전의 일을 망각하고 사는 나도 부끄러운 일이다.

나라를 잃는 일은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제2 제3의 동주가 되고

몽규가 된다는 이야기다.

영화 전면에 슬픈듯 잔잔하게 윤동주의 시가 낭송 된다.

그 중에서 2편을 올려본다.

 

몽규

 

​      쉽게 씌여진 시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 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 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學費) 봉투(封套)를 받아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 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잡는 최초(最初)의 악수(握手)

    

​      자화상

산 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이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4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3월 11일 at 8:24 오전

    영화보러 가셨군요.
    나도 동주도 보고 싶고 귀향도 보고싶은데 어째 시간이
    안 나네요.

    학창시절 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과 자화상은 달달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대부분 생각은 납니다만..
    잘잘 외워지지는 않아요.

    좋은 영화 보시고, 그러나 마음은 먹먹하기도 하고 분하기도 하고
    그랬을거에요.

    • 해연

      2016년 3월 12일 at 12:39 오전

      친구가 ‘귀향’을 보자는 걸
      그 영화는 더 슬플것 같아서 ‘동주’를 봤어요.

      저도 외우는건 이제 안 되요.
      읽으면서 그냥 느끼는 거지요.ㅎ

      젊은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학교에서도 제대로 안 가르치는 같아서요.

      꽃샘추위가 대단합니다.
      감기 걸리지 마세요.^^

  2. 목소리

    2016년 3월 16일 at 3:24 오후

    육첩방은 다다미 6장을 놓은 방입니다. 저는 4장 반짜리 방에서 지낸 적이 있어,
    이 시가 더욱 와 닿습니다. 이렇게 해연님을 뵐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인사부터 드리고 싶습니다,,반갑습니다,, 늘 건강하세요,,

    • 해연

      2016년 3월 16일 at 9:57 오후

      아~~~
      목소리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친구가 일본집(적산가옥)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저도 다다미방을 구경은 했지만 몇장이었는지는 모르겠네요.ㅎ
      제가 일상이 바빠져서 활동이 뜸합니다.
      자주 아는체 해주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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