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럽네요 ?

9월1일(목)“안철수,서울시장출마결심”기사가나오고부터100시간동안까지나는잠시행복했다.지금은?소태를씹은것같은씁쓸함과인간의바닥을보고난다음에느껴지는구역질이다.“박원순을만난다음에최종결정하겠다.역사를거스르지않겠다.이번선거는한나라가촉발했다”는안철수의이야기(9월5일)때문이다.

나는왜행복했던것일까?안철수의행보에서대담하고지능적인비행기납치범(하이재커)—댄쿠퍼(DanCooper,수사기관이붙인이름)의모습을보았기때문이다.1971년11월24일쿠퍼는포틀랜드에서시애틀로가는보잉727민항기를납치했다.그는20달러짜리지폐로20만달러를요구했다.비행기가시애틀에도착하자약속대로모든여행객을풀어주고지폐와낙하산을받은다음에비행기를다시출발시켰다.비행기를최저속도,최저고도로날게한상태에서그날밤8시경폭풍우가몰아치는캄캄한하늘속으로뛰어내려유유히사라졌다.비행기납치범중에그정체가밝혀지지도잡히지도않은유일한사람이다.

쿠퍼의하이재킹(Highjacking)은대담과지능의극치이다.아무도다치지않았다.얼핏보면20만달러가별로크지않은돈처럼생각되지만(사람들이주목하지않는20달러짜리지폐를기준으로했을때)무리없이둘러매고낙하산을펼수있는적정량이었다.또한보잉727은,뒤쪽에장착된탑승사다리를펼쳐놓은채비행할수있는유일한기종이었다.

안철수의시장출마설이돌기시작했을때나는쿠퍼가생각났다.안철수는하이재킹을시도하고있다고생각되었기때문이었다.20대에서40대에걸친비(非)한나라유권자층을한순간에가로채는것이하이재킹이아니면무엇이란말인가?편의상이유권자층을‘2040’이라고부르자.이는겁없는행위이다.모든주요정치세력이가장탐내는유권자층이기때문이다.

“안철수간이배밖에나와있다”

위와같은이회창의말은결코헛소리가아니다.간이배밖에나올정도로대담하고지능적이지않은사람은결코이같은하이재킹을시도하지못하기때문이다.‘2040가로채기’를시도하는순간민주당도적이되고,박근혜도적이되고,‘종북-친북-촛불군중연합체’(나는이를‘종친초’라고부른다)도적이된다.특히’종친초’는안철수를매섭게공격하게된다.이번에’시장출마’운을띄자마자인터넷,특히트윗은난리가났었다."’전두환살인마의공보실장을하던윤여준’과같이놀아나는놈이다"라는식의비난이빗발쳤다.

정치에아무런족보가없는사람이이미지와바람(풍)을앞세워서순식간에‘2040가로채기’를시도할경우주요정치세력은이를어떻게받아들이게될까?하나하나살펴보자.

첫째,민주당.
‘2040가로채기’는민주당을심각한위기속으로빠뜨린다.지난8.24주민투표에서투표행위자체를‘나쁜투표’로규정지었던해괴망측한행태에서도드러나듯이,민주당은그정신과가치가매우심하게타락하고황폐되어있다.이는민주당이’민민전'(민노당-민노총-전교조)이이끄는’종친초’의영향력에단단히사로잡혀있기때문이다.돌이켜보면지난4.27재보선이끝났을때손학규는승리의기세를몰아민주당을’종친초’의영향력으로부터분리시켜내기위한투쟁을펼쳤어야되었다.정치생명을걸고,분당과탈당을각오하고민주당을개혁했어야되었다.

그러나손학규는힐끔거리며눈치만보다가세월을보내고말았다.심지어지난8월20일에는서울시청앞광장을무단점거한민노총집회에나가불과3천여명의불법시위대앞에서“야권통합을위해저의눈알,혓바닥,팔,다리무엇이든다내놓겠습니다”라고울부짖으며납작엎드렸다.민주당은’민민전’이이끄는’종친초’의총판대리점이되어버린것이다.

민주당이’민민전’의영향력을벗어날수있는유일한길은2040비한나라유권자층을지지기반으로만드는것밖에없다.그런데안철수가이블록을가로챈다면?민주당의운명은영원토록’종친초’를더욱더노골적으로더욱더비굴하게섬겨야할노예신세로전락하고마는것이다.

둘째,박근혜.
2040가로채기는박근혜를주저앉히게된다.박근혜지지층의확장가능성을뿌리뽑기때문이다.박근혜의힘은‘대세론’에있다.“대세가아니다.대세가될수없다”라는인식이퍼지면박근혜는주저앉게된다.안철수가’2040’을성공적으로가로채는경우,이는박근혜집권이“대세가아니며대세가될수없다”라는것에대한가장확실한증명이된다.

셋째,’종친초’.
‘2040가로채기’는’종친초’를중늙은이들의2류정치세력으로만들어결국또하나의‘어버이진보연합’으로전락시키고만다.이미20대교사의2%만전교조에가입하는상황이다.’종친초’가살아남을수있는가없는가는결국’2040’에대한호소력을얼만큼확보할수있는가에달려있다.

지금까지우리사회에서가장강한결속력과이념적아이덴티티를가진유권자블록은’종친초’이다.부끄러운일이지만,’종친초’가대한민국의‘시민사회’(civilsociety)이다.안철수의’2040가로채기’가성공한다는것은,이세대가’종친초’의영향력으로부터독립한다는것을뜻한다.

안철수가시도했던‘2040하이재킹’은모든주요정치세력을적으로돌리는’간큰행위’였다.나는바로이이유때문에그의대담한벤처가성공하기를기원했다.이기원을할수있었던100시간동안나는너무너무행복했다.아!그러나‘역시나!’였다.

오늘(9월5일)오마이에보도된안철수인터뷰는안철수가’종친초’의압력에무릎을꿇었음을보여준다.그는“이번선거는한나라에의해촉발되었다.한나라를심판해야한다.박원순과잘상의해서결정하겠다"라고말했다.

박원순이누구인가?흔히‘매우존경스러운시민운동지도자’로알려져있지만실은’종친초’의오너(owner)이다.작년6.2지방선거에서,온건시민단체를몽땅유혹해서종북세력과연결시킨무시무시한실력자이다.곽노현을비롯한전교조교육감을대거당선시킨작업을디자인하고성공시킨초대형실세이다.안철수의말은"원순이오빠와잘상의해서,원순이오빠의뜻을거슬리는일이없도록할께요!"라고납작엎드려애걸복걸한소리로해석된다.(진심으로,그런소리가아니기를빈다…..또빈다.)

안철수는왜갑자기꼬리를내린것일까?자신이하는행위—‘2040가로채기’—가무엇을뜻하는지전혀몰랐던게다.이를위해서는두가지준비가되어있어야함을몰랐던게다.

첫째,맷집이좋아야한다.
만에하나안철수가과거코스닥기업을하면서유상증자,BW(신주인수권부사채),무상증자,기타영업활동에서조금이라도편법이있었다면버티기어렵다.편법은반드시안철수개인의치부를뜻하는것은아니다.코스닥판에서어렵게기업을유지하다보면본인의치부를위해서가아니라회사의존속을위해서어쩔수없이편법을저지르는수가있다.안철수에게이런경력이있는경우에는,박지원을비롯한동교동계,노무현진영,MB정부진영등이모두그x파일을가지고있을가능성이있다.이경우교도소담장위를뛰어갈수있는강심장이아니면버틸수없다.초강력맷집이필요한것이다.

둘째,이회창의말대로“간이배밖에나올정도로”부어있어야한다.
눈하나깜작안하고한방에민주당,박근혜,’종친초’를작살내려면온갖회유,압박을견뎌낼수있어야한다.친구,친지의정치적파멸을냉정하게계산하고집행할수있어야한다.전략적학살자가될수있어야한다.‘2040가로채기’는우리사회의정치지형을바닥에서부터흔드는일이기때문이다.

안철수는이같은맷집이나간을가지지않은사람일게다.그편이그자신을위해서좋다.이런맷집과간덩이를가지려면무엇인가그성격과영혼에있어커다란대가를치러야한다.실력있고양식있는,엔지니어출신기업가혹은,벤처경험이있는사회지도자—안철수는이런존재인것만으로도우리에게이미충분히많은영감과기쁨을주어왔다.멧돼지가죽보다질긴맷집과호랑이보다큰간을가진괴물이되어야할아무런이유가없다.

자,그래서“이제는우리가집에가야할시간”이다.안철수는집으로연구실로돌아가라.손에피를묻혀가면서세개의주요정치세력—민주당,박근혜,’종친초’—을끝장내는것은당신의역할도,운명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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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해프닝을보면서나는심한구역질과씁쓸함을느낀다.이모든일이안철수본인의능력에서비롯된것이아니다.역설적으로안철수의장점은,‘재주있음’에있는것이아니라‘재주없음과정직함’에있다.또한그의힘은그자신에게있는것이아니라’2040’에잠재되어있던갈증에있다.

이른바‘진보’는지난25년동안우리사회의사상·문화헤게모니를장악해왔다.그런데그사상·문화는도대체어떤내용인가?잡탕이다.김일성주의,마르크스주의,좌파포스트모더니즘,극단적문화상대주의,극단적환경주의…이런것들의짬뽕이‘진보’라는근사한짝퉁레이블을달고지난25년동안대한민국을사로잡아왔다.’2040’은최근까지이사상·문화헤게모니의마법에휘둘려왔다.

그런데8.24투표가이사상·문화헤게모니의실체를까발겼다.이헤게모니세력이“투표는나쁜짓이다”라고아무리선동해도유권자의25.7%가묵묵히투표하는것을’2040’이지켜본것이다.평일투표에서215만명이면,공휴일투표에선300만명이고이는투표율55%일때60%를웃도는득표율을뜻한다.215만표무덤은사상·문화헤게모니세력에게이렇게선언한것이다.

”그래.실컷떠들고까불어봐.너희는주둥이만까진놈들이야.너희는촛불중독자일뿐이야!투표장에도나오지못하는겁쟁이들일뿐이야!”

215만표무덤에서울려나오는이공포스런함성이’2040’을흔들어깨운것이다.이제껏’종친초’의사상·문화헤게모니아래종살이를하던’2040’이독립을시도한것이다.이독립움직임이바로‘안철수’라는아바타로표현되었던것이다.

아,그러나그아바타가엉터리였던게다.그정치적입장이사상적일관성이없는것은어쩔수없다.
원래모든이미지와바람(風)은거짓말이고사기일수밖에없다.복지에있어선포퓰리즘에가깝고안보에있어선반북(反北)이기만해도다행이다.내심으로는세계시장질서와시장제도의중요성을인정하면서도아무거리낌없이기업을공격하고포퓰리즘을주장하더라도그나마다행이다.정치슬로건은북한지배계급을맹렬히비판하면서도,이제껏종북세력과같이놀았던종북·친북인사들과어울려도다행이다.헷갈리는자리매김이어도상관없다.’2040’으로하여금’종친초’의마법주문으로부터풀려나게하는것,그독립선언을인도하는것—그것만해도나에겐충분히감격스런일이다.

그러나이모든기대는이제물거품이되었다.맷집과간덩이가부족하기때문에안철수는’2040’독립아바타가될수없음을스스로증명했다.바로이점이내게씁쓸함과구역질을안겨준다.애초자신의능력,역할,운명이아닌일에무엇하러집적거리고나섰단말인가!

세상은멀리에둘러돈다.안철수가애초에가당찮은일에끼어들다가“앗!뜨거!”라고비명을지르며꼬리를말아넣었다고하더라도거기에는무엇인가깊은섭리가있을수있다.그래서감히상상해본다.
“안철수해프닝이이제부터벌어질일의전령(傳令,herald)이었던것을아닐까?”라는상상을해본다.이제부터등장하는진짜배기를예고하는해프닝이었던것아닐까?지금등장하고있는진짜배기는어떤존재인가?

공화주의가치를믿는개인주의자들이다.

무엇이공화주의가치인가?세계—(이때‘세계’는글로벌마켓,문명,과학,인류보편의가치를뜻한다)—의개방성이그하나이며,개인의존엄성이그둘이다.세계의개방성과개인의존엄성을대한민국이라불리는공동체를위한근본가치—공화주의가치—로삼기원하는개인들,시민들이등장한다.이들은실존적개인주의자들이다.이들은“진실인가아닌가?”에비추어자기자신의입장과이해관계를뛰어넘을수있는사람들이다.

아바타의주인공,에일리언의주인공과같은유형의인간들이다.

공화주의가치를믿는개인주의자의시대가될때,안철수에열광했던수많은’2040’들이혹자는복지를중시하는리버럴(liberal)로서,혹자는시장경제를중시하는자유주의자로서활달한시민으로성숙하기를기원한다.’종친초’의켸켸묵은마법주문이끝난그곳에서’2040’은자유롭게숨쉴것이다.그곳을우리는‘공화국’이라고부른다.

박성현

저술가.서울대정치학과를중퇴하고,미국조지워싱턴대학교경제학과를졸업했다.1980년대최초의전국지하학생운동조직이자PD계열의시발이된’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핵심멤버중한명이었다.
한국일보기자,(주)나우콤대표이사로일했다.
현재는두두리www.duduri.net를운영중이다.
저서:<개인이라불리는기적>
역서:니체의<짜라두짜는이렇게말했지>
웹사이트:www.bangmo.net
이메일:bangmo@gmail.com
페이스북:www.facebook.com/bangm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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