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첩에서빛바랜사진을꺼내면머릿속엔그때의추억이선명하게떠오른다.‘찰칵’거린카메라셔터소리까지도생생하게들린다.이처럼사진은흐릿한기억을뚜렷하게해주는마법의도구다.사진에혼을뺏기듯사진촬영에가슴설레는것은이때문일것이다.특히풍경사진은더욱그렇다.게다가광각또는망원렌즈를통해본이지구상세상은또다른매력을준다. “4년전인도여행을다녀와서사진을정리하는데마음에드는게하나도없는겁니다.남는건사진밖에없는데어딜다녔는지도기억이안날정도였죠.그래서사진을배워봐야겠다고생각했어요.” 김상교미래국제재단총괄부사장(63)은한달에한번은동호회회원들과출사를나가고,수시로번개모임도가진다.핸디캡이싱글수준일정도로골프를좋아했던그는요즘골프클럽보다는카메라를더자주든다.중년남성들의로망실행프로젝트④사진촬영
- 김상교미래국제재단부사장의‘저수지의추억’.김부사장은경기안성고삼저수지를10여차례다녀온끝에이사진을찍었다.
그의사진예찬론을들어보자.“풍경사진을주로찍기때문에출사를자주나갑니다.모여가든,혼자가든정말많이걷게되죠.무작정걷는것도아니고사진을어떻게찍을까구상하면서걷기때문에더많은에너지를소모하게되고요.또즐겁게걷기때문에건강에도좋습니다.”
평소그냥지나치던일상의아름다움을다시발견할수있는것은사진을찍으면서갖게된가장큰재미다.여유를가지고주변을관찰하게되면서이전에는보지못했던색다른모습을볼수있다는것이다.말로는설명하기어려운감동을한장의사진으로다른사람과공유할수있는즐거움도크다.
하지만좋은사진을찍는다는것은그리쉽지않다.그의대표작인‘저수지의추억’은경기안성의고삼저수지를10여차례찾아간끝에얻어낸결과물이다.“저수지에서막피어오르는물안개를포착하기위해선해뜨기2시간전부터자리를잡고기다려야합니다.집에서새벽3시엔나가야하죠.새벽추위와싸우면서기다려도막상물안개가안필때도있고요.물안개가드리워도원하는색상을맞추기가쉽지않아요.만족스런사진을건지기위해선가고,또갈수밖에없었죠.”
기업경영과비슷한사진촬영
50대에들면서사진을찍기시작한이상용변호사는“나이가들면서즐길수있는취미로는사진촬영이제격”이라며“바쁜일과에서잠시벗어나혼자서아름다운자연을사진으로표현하는즐거움은어디에도비할바가아니다”라고말했다.그는“무엇보다길고어려운과정을거치지않고도누구나손쉽게할수있다는점에서노후에도충분히즐길수있다”며웃었다.
- 서울사진클럽수강생들이사진촬영을하고있다.
최근사진촬영이건전한취미활동으로인식되면서사진을전문적으로배우려는중·장년층이늘고있다.2013년12월10일,서울서초동서울사진클럽(SPC)의강의실.각자가찍은사진에대한촬영기법과예술적인측면에서의심도있는작품리뷰가진행되고있었다.30여명의기업최고경영자(CEO)나임원,고위직공무원들은강의에서눈을뗄줄몰랐다.
한국사진영상원이운영하는SPC는2009년국내최초로개설된CEO를위한사진예술과정이다.이과정은카메라의선택과기본적인조작법,고도의촬영기술에서부터작품감상과전시에이르기까지다양한프로그램으로구성돼있다.
수강생의면면은놀랍다.이름만대면알만한정·관·재계의유명인사들이이과정을통해사진세계에입문한것으로알려져있다.실제황찬현감사원장을비롯해임채진전검찰총장,이태종서울고법부장판사,백운찬관세청장등이이과정을거쳤다.기업인중에는정도언일양약품회장,강호문삼성전자부회장,유창수유진투자증권부회장,서진우SK플래닛사장,배중호국순당사장,유종석농심부사장,고주환롯데건설부사장등이이과정을거쳤거나수강중이다.이윤포스코고문과김봉수삼성생명고문,최병렬이마트고문등도경영일선에서물러난뒤SPC에서사진을배운것으로알려졌다.
임향자한국사진영상원원장은“사진은사물이나세상을보는새로운눈을가지게하고,사진촬영에필요한관찰력과집중력,상황에따른판단력은기업경영에도공통적으로요구되기때문에CEO들의호응이높다”고말했다.
이미재계에는취미생활을넘어사진작가에버금갈정도의실력을갖춘사진마니아들이많다.프로급사진실력으로잘알려진조양호한진그룹회장이대표적이다.조회장은국내명소를여행하면서틈틈이촬영한사진으로새해달력을만들어국내외지인들에게선물하는것으로유명하다.경북영주부석사,장승,태백산풍광등그가우리나라를주제로찍은사진은대한항공CF에담기기도했다.또젊은사진작가들을후원하기위해2009년부터자신의호를딴‘일우사진상’을제정했으며,본사사옥1층에사진전문갤러리를마련하는등문화예술지원활동에도힘쓰고있다.
박용성두산중공업회장역시출장뿐아니라평상시에도카메라를지니고다닐정도로사진찍기를즐긴다.박회장은야생화를즐겨찍는다.산이나들판에숨겨진소박한야생화를포착해사진속에담는박회장의취미생활은숨겨진인재발굴을최우선으로하는두산그룹의경영철학에그대로반영됐다는평가를받고있다.
심재설LS엠트론대표(61)도전문사진작가못지않은실력을갖춘것으로알려져있다.심대표는고등학교시절취미였던사진에대한그리움에젖어있다가50살즈음인2004년부터카메라를다시잡았다.그는우리나라는물론미국·중국·일본·브라질등출장지에서찍은사진으로구성된사진집<설>과사진수필집<그시간의기억>을펴내기도했다.
이처럼CEO들이사진에혼을뺏기는이유는뭘까.피사체를선택해신중하게구도를짜고셔터를누르는,말하자면선택과결정이집약된행위라는점에서사진촬영과기업경영은비슷하다.이른바사진경영이뜨는것도이때문이다.
중소기업을경영하는김복수사장은“의사결정뿐아니라임직원이나협력업체등과의교감도좋아진다”면서“직원들의사진을찍어주거나함께사진을찍으면서소통하고,사진을통해감동을나누면서더욱지속적인관계를쌓을수있다”고말했다.
사진은기업경영에있어서필요한열정이나끈기와도맞닿는다.한장의사진을위해셔터를수백번누르는열정이있어야하고,원하는빛을얻기위해끝없이기다릴수있어야한다.김사장도한때는망원렌즈를단무거운카메라때문에한동안손목을쓸수없었던적이있었다.
또남들과다른사진을찍기위한상상력은기본이다.눈에보이는것을그대로찍기보다는마음속에있는것을그려내야한다는얘기다.
- 중소기업을경영하는김복수씨는사진을통해임직원과협력업체와의소통이좋아졌다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