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바닥의 풀 한포기

~ 이상봉 / 철학박사

어쩌다가,
이곳에다, 자리를 잡고서는
오도 가도 못하는 철저한 외톨박이.

낯선 행인들이
가만히 있는 나를 흔들며 지나가고,
어설픈 꿈길 조차도 끝없이 방해를 받아야만 되지만…
그러한 관심(關心)이 아닌 훼방(毁謗)을 기대하고서,
이곳에다 자리를 잡게 된 것이 아니다.

내가 원치도 않는
뭇사람들의 시선(視線)을 끌어보고 싶어서,
이곳에다 자리를 잡게된 것도 아니고…
그 무슨 값싼 동정(同情)이나
손쉬운 돈벌이를 하기 위하여
오가는 발길이 많다는 이 길바닥에다
자리를 잡게된 것도 아니다.

어느 누군가의 나를 향한 관심은,
내 뿌리의 뽑힘으로 무참하게 끝이 나게 될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는…

뿌리를 시원하게 적셔 볼 수 조차도 없는 메마름,
시들어가는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무더운 숨막힘,
꽃 한번 제대로 피울 수 조차도 없는 척박(瘠薄)함,
다리 한번 제대로 뻗을 수 조차도 없는 비좁음,
내려다 볼 곳이라고는 전혀없는 밑바닥,
주위(周圍)을 둘러 싸고 있는 무연(無緣)의 단절(斷絶).
거기에다가,
뭇사람의 발끝에 덧없이 차이고 짓밟히는 매몰찬 모멸(侮蔑).

하지만…
어쩌다가, 이따금, 스며드는 빗물 속에서 나마,
내가 지니고 태어난 희망을 펼쳐 보기 위하여…
나는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뿌연 밤하늘의 별들이
보석(寶石)처럼 보이는 것을
낙(樂)으로 삼아서…
오늘 밤도,
나는,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An excerpt from the Sang Bong Lee’s spiritual writings.

~ Sang Bong Lee, Ph. D,
Dr. Lee’s Closing Arguments,
Dr. Lee’s Lessons: Discovering Your Nature,
Dr. Lee’s Iconocla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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