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딴 나무 한그루 (단 한번 본, 어느 여인에게 바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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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high gap

어떤 외딴 나무 한그루
(단 한번 본, 어느 여인에게 바치는 글)

~ 이상봉 / 철학박사, 문인

약간 오래된 이야기 부터 시작해야 되겠다.
그러니까… 1972년도에 있었던, 비교적 오래된 이야기가 되는 셈인데…

불암산으로 등산을 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기에,
나는, 약속된 장소로 나가서,
함께 가기로 되어 있는 미국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 편에서 걸어오는 그 여자를 보니,
어떤 ‘한국 남자’와 함께 오는 것이었다.
맨 손으로 걸어오는 그 남자의 목에는
카메라만 하나 달랑 걸려 있었고.

(미국 여자라고 하니,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 여자는, 미국인들이 운영하고 있었던 영어 학원의 선생으로,
나의 영어 회화 선생이었고…
나이는 나보다 네살 정도 아래였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기 저기, 나를 자주 따라 다니는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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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는 쪽으로 가까이 온 그 여자가,
그 남자를 나에게 소개 하기에…
나는 “반갑습니다, 이상봉 입니다!” 라고 하면서, 악수를 청하였더니…
그 사람은, 악수를 하면서,
영어로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그 미국 여자를 쳐다 보았더니, 그 여자가 웃으면서…
“이 사람은 미국 사람인데요… 미국 대사관에 근무하고 있어요!”
라고, 덧붙이는 것이었다.

“그래요?
나는 ‘한국 사람’인줄 알고서 그렇게 인사를 하였는데,
그렇다면, 큰 실례를 하였군요. 미안합니다!” 라고,
우리는, 서로 서로, 영어로 말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는데…
그가 ‘미국 인디언 (American Indian)’ 이었다.
바로 그 사람이, 내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만나 본 ‘미국 인디언’이었다.

하긴, 자세히 살펴 보면,
그야 한국인들과 다른 점이 많이 있지만…
그냥 무심하게 언뜻 보게 되면?
한국 사람처럼 보이는 인디언들도 많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같은 실수는
미국 內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언젠가, 몇년 전에 (1983년인가?), 자동차 여행을 하다가,
아주 외딴 동네의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휘발유를 넣게 되었는데…
그 주유소에서 일하는 사람의 모습이,
한국 사람 처럼 보이기에,
“한국인 이냐?”고 물었더니,
“아닙니다. 나는 인디언 입니다!” 라고 하는 것이었다.

(인디언 여자는, 외모상으로, 한국 여자와 쉽게 구분이 되는데,
인디언 남자들 중에서, 특히 체격이 말랐거나 왜소한 경우에는,
한국 남자 처럼 보이는 경우가 흔하다.)

그 점은 동양인 끼리도 마찬가지여서,
비행기 여행을 하다보면,
바로 옆 자리에 동양인이 앉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사람의 외모만 가지고서는… 같은 한국 사람인지? 아닌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 오래 산 사람들일수록, 그 고유의 특성이 흐려져서,
더욱 더 구별 해 내기가 힘들어진다.
그렇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해도, 미국에서 10년 살아온 사람과
40년 살아온 사람과는 여러가지 면에서 다르게 되어진다.]

그래서, 그 사람이 읽는 책이나 소지품을 보아서
구별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동양인이 중국어로된 책을 읽으면?
저 사람은 중국사람이구나! 하고 추측하는 것 뿐이다!
따라서, 서로 서로, 영어로만 된 책이나 잡지를 읽고 있는 경우에는…
알아내기가 쉽지않다.

사실상, 비행기 내에서는 옆자리의 사람하고 말을 나누는 경우가
극히 드물기도 하지만서도…
나만 해도 비행기 내에서, 옆자리의 사람하고 말을 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그것은, 가까운 거리의 두시간 정도의 여행의 경우 뿐만이 아니라,
장거리 여행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비행기의 경우 뿐만이 아니라, 기차 여행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사람들은 더군다나 더 말이 없다, 참으로 미국사람들은 말이 없다.)

그만,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여기서 부터다!

—————————–

한번은, 사막과 황무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는
미국의 서부지방을 여행하게 되었는데 (1997년인가?)…
이따금 지하수를 끌어올려 가까스로 풀이나 키우면서,
소나 말을 방목하는 Ranch를 여러 차례 지나쳐 가게 되었다.
사실상, 그런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란?
여름 철이 되면, 풀을 많이 길러서 잘 저장하여 놓았다가,
겨울 철에 소나 말을 기르는 일이 전부였다!

몇 시간 동안을 달려가도, 마주치는 자동차 하나 없는,
넓고 넓은 벌판을 지나가다가,
마침내 아주 조그마한 마을에 있는 주유소에서
휘발유도 넣을 겸 잠깐 멈추어서 쉬고 있었는데…

저 편에 서있던, 인디언 여자가, 자꾸만 나를 쳐다 보는 것이었다.
햇볕에 그슬린 그 여인의 시선을 무시 할수가 없어서…
그래서… 너무 무표정하게만 있을 수가 없기에…
할수 없이 “How are you doing?” 하고 가볍게 인사를 하였더니…

그 여자가 나에게로 가까이 다가 오면서,
“ (영어로) 어디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Philadelphia에 살고 있습니다.” 하였더니…

그 여자가 다시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영어로) 한국 사람이냐?”고.

그래서, 그렇다!고 하였더니,
그 여자의 눈빛이 반짝 하는가 하였는데…

별안간, 내 손을 덮썩 잡더니, 한국말로

“나도 한국 사람이에요! 나도 한국 여자예요!
1964년도에, 이곳으로, 미군 신랑을 따라서 오게 되었는데…
그 후 도시에는 나가 본 적도 없이,
이곳에서 소와 말만 기르면서 살아오고 있지요.
이제는 신랑도 죽고,
대신에 아들이 Ranch를 맡아서 일을 꾸려 나가고 있지요.
오늘 내가 이곳에서 처음으로 한국 사람을 만나 보는군요!”

“한국말을 잘 하시는군요!
한국말을 사용하실 기회가 전혀 없으셨을텐데… 참으로 용 하십니다!”

“나는, 늘, 저 소나 말들에게, 한국말로 떠들어 왔어요!
나는, 늘, 혼자 있을 때에는 한국말로만 떠들어요!
하긴, 언제나 혼자있는 셈이지만…
그리고, 워낙 이곳의 일이라는 것이, 끝이 없는 것이라서…
그래요, 소나 말들에게는 크리스마스도 없고,
새해도 없고, 공휴일도 없는 것이라서…
한평생을 이곳을 떠나 보지도 못하고…
그것들 하고 이렇게 살아 오고 있답니다.”

“…???”

“댁은 나보다 나이가 젊어 보이는데… 뭘하는 분이세요?”
“…???”

“한국에서 살 때에는, 미국에는 온통 도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다가, 나는, 그런 신랑을 만나서… 이렇게 시골에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내 팔자가 아마도 그런가 보죠?”

“…???”

그 여자를 보면서, 나는,
저 사막에, 외따로 서있는, 키작은 나무 한그루를 연상하고 있었다.

그렇다!
모든 씨앗들은 바람결에 날려서, 어디론가 흩어지게 되어 있는데…
과연, 어떤 땅 • 어떤 곳에 떨어져서, 어떤 삶을 맞이하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단지, 그 곳에서 제대로 뿌리박고, 살아 남게 될 경우에만…
자기 스스로 ‘이것이 바로 내 팔자인가 보다!’ 라고, 하게 되는 것이고.

그 여자 분이, 내 글을 읽게 될 가능성은 물론 없다.
그러나, 나는 이 글을 그 분에게 바치고 싶다.

그 분에게, 인생의 황혼녘에나마,
좀 더 많은 행복과 평화가 깃들기를 빈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글이 실린 한글로 된 내 책이 나오게 된다면?
그 때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분에게 전해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잠기고는 한다.

[이상봉의 “마침내, 털어 놓고서 하는 이야기” Pp. 283-288]

Sang Bong Lee, Ph. D,
Dr. Lee’s Closing Arguments,
Dr. Lee’s Lessons: Discovering Your Nature.
* All rights reserved and copyrigh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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