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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설훈 의원, 노인 폄훼 발언 아니라는데… - 김태훈 기자의 아침에 읽는 시
설훈 의원, 노인 폄훼 발언 아니라는데…

김태훈의 트렌드 돋보기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지니 쉬게 하는 것”이라고 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의 발언이 지난주 내내 노인 비하(卑下) 논란을 빚었다. 새정치연합에도 “효도정당 맞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서 그 논란을 되풀이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왜 내가 노인을 폄훼했다고 하느냐”는 설 의원의 항변을 보며 그가 정치인으로서 사회변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만 78세인 한국관광공사 윤종승(예명 자니 윤) 감사의 나이로 볼 때 자신의 지적이 틀리지 않다고 했다. 연로한 이들을 편히 모시는 것이 효(孝)라면 “고령이니 물러나 쉬라”라는 그의 말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의 발언을 비판 했을까. 그의 발언 이후 유튜브에서 조회 수가 급증했다는 가수 서유석의 노래 ‘너 늙어봤냐’에 힌트가 있다. ‘세상 나이 구십살에 돋보기도 안쓰고 보청기도 안낀다/ 틀니도 하나 없이 생고기를 씹는다/ 누가 내게 지팡이를 손에 쥐게 해서 늙은이 노릇 하게 하는가.’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지금의 노인들은 이전 세대 노인들보다 건강하고 정신적으로도 더 젊다. 이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본에서 70대 이상 노인들의 신체 나이를 측정해보니 15년 전에 비해 5년 이상 젊어졌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사회·심리적 연령도 함께 낮아지고 있다. 이탈리아 석학 움베르토 에코는 ‘책으로 천년을 사는 법’이라는 글에서 ‘수명 100세 시대’가 열리면 “말씀 낮추십시오. 저는 겨우 쉰 살인데요”라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노인들이 단순히 몸과 마음만 젊어진 게 아니라 인생도 젊게 살기를 원한다는 데 있다. 뒷방에 모셔두고 세끼 밥이나 먹이며 여가로만 노년을 보내게 하는 것을 효도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노래도 그 부분을 강조한다. ‘인생이 끝나는 것은 포기할 때 끝장이다/…/ 이제부터 이 순간부터 나는 새 출발이다’라고 외치며 정년(停年)을 새로운 삶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어 한다. 세상은 오빠 언니 같은 노인들로 넘쳐나는데 설 의원은 “정년을 넘겼으면 쉬라”고만 할 뿐, 이후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화를 내는 것이다.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살펴 정책으로 실현하는 것이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고령화에 맞춰 제도를 마련하고 법령을 정비해 노인들이 더 오래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줘야 한다. 이는 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젊은이가 갈수록 줄어드는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도 꼭 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나라들이 ‘실버 민주주의’를 외치며 노인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도 이런 판단 때문이다. 일본에는 체육대회에 참석하는 노인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노인들의 건강을 증진시켜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노동력도 활용하기 위해서다. 우리도 노인들이 더 오래 일을 하고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그게 100세 시대에 걸맞은 진짜 효도법이다.
<014.10.29일 게재>

이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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