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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국가경영 노하우를 책에서 찾는 강대국 독자들 - 김태훈 기자의 아침에 읽는 시
국가경영 노하우를 책에서 찾는 강대국 독자들

[김태훈의 트렌드 돋보기    列强의 독서 목록

“요즘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는데 그것만 문제인 건 아니에요. 중국은 다시 제국(帝國)으로 부상했고, 미국은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고 아시아로 돌아왔어요. 미국이 동북아 안보 파트너로 택한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 과정을 밟고 있고요. 이거 모두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는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강대국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아요. 우리가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 그 증거입니다.”

얼마 전 식사 자리에서 한 출판사 대표가 한 말이다. 토로는 계속됐다. “사는 일로 바쁜 보통 사람이야 그렇다 쳐도 지식인들은 뭐 하는 겁니까. 나라 밖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데 청와대 인사 스캔들 같은 국내 문제에만 열을 올리고….”

지난 15일 한 대형 서점이 발표한 올해의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서 그때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과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부(富)의 불균형을 다룬 토마 피케티의 경제서, 2014년 트렌드 분석서 등이 눈에 띄었다. 좋은 책들이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순위를 100권 넘게 훑어가는 동안에도 미·일·중·러의 동북아 패권 다툼에 대한 분석이나 그 속에서 한국이 가야 할 길을 고민한 책은 찾을 수 없었다. 연말을 맞아 발표되는 각종 ‘올해의 책’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특파원 출신 언론인이 중국의 성장 비결을 분석한 책 '야망의 시대.' 이반 오스노스 지음

베이징 특파원 출신 언론인이 중국의 성장 비결을 분석한 책 ‘야망의 시대.’ 이반 오스노스 지음

그런데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의 책동네 풍경은 사뭇 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작은 상점을 살리자는 캠페인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11월 29일) 때 동네 책방에 들렀다. 그가 고른 책 중엔 베이징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이반 오스노스(Osnos)가 쓴 중국 분석서 ‘야망의 시대’도 있었다. 이 책은 중국이 공산당 일당독재와 자본주의라는 이질적 요소를 결합해 국가 통합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비결을 분석했다. 저자 오스노스가 특파원 시절에 접한 중국인들의 행동 특성을 파악해 책에 담았다. 오바마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중국을 읽는’ 미국의 최근 독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오스만튀르크가 비잔틴제국을 무너뜨리고 지중해의 패권을 쥔 과정을 소개한 '1453년 콘스탄티노플 전쟁'

오스만튀르크가 비잔틴제국을 무너뜨리고 지중해의 패권을 쥔 과정을 소개한 ‘1453년 콘스탄티노플 전쟁’

중국에서는 요즘 ‘해양 굴기(崛起·우뚝 섬)’가 독서의 화두다. 특히 오스만 튀르크의 비잔틴 정복을 다룬 ‘1453년 콘스탄티노플 전쟁’과 이후 오스만 제국이 레판토 해전에서 유럽 세력에 패한 뒤 쇠락해가는 과정을 다룬 ‘해양제국’이 주목받고 있다. 두 책 모두 바다를 장악해야 패권국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주국립대 전략안보연구센터의 휴 화이트 교수는 동북아시아 정세를 다룬 책 ‘중국을 선택하라’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다. ‘중국은 서태평양에서 미국과 동등한 패권국이 되고자 해군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머리에 핵을 진 채 미·중 사이에서 생존을 위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한국의 전략은 무엇인가. 새해엔 이런 큰 질문을 던지는 책을 더 많이 쓰고 읽어야 한다. 한 세기 전 나라 밖 세상을 보고 돌아와 그 충격을 서유견문(西遊見聞)에 쏟아부었던 ‘유길준 정신’이라도 부활하길 바라는 심정이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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