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장마와비에관련된이야기
장마와보릿고개
무더운여름과함께본격적인장마가시작되었다.
여름이오면꼭거쳐가야할별로좋지못한연례행사처럼어김없이찾아오지만,자연의순리는거역할수없음에어쩔수없는일이기도하다.
장마가오면잊지못할일이꼭되살아난다.
‘보릿고개’라는말을들어보았을것이다.젊은층은잘모르겠으나,중.장년층은웬만큼알고있을것이며,또한도회지출신보다는농촌출신이더잘알고있을것이다.
보릿고개라는말은나의초등학교시절에생긴말인데,어릴때일이지만그당시에는너무어려웠던상황이었는지라지금도기억이생생하다.
그때가60년대후반이었는것같은데,어른들이말하기를’계미년’이라고한게어렴풋이기억난다.
그해여름,장마는어김없이찾아왔는데,요즘장마처럼쉬엄쉬엄비가오는것이아니라하루도거르지
않고한달넘게계속비가내려온천지가물투성이였다.
폭우는쏟아지지않아서침수나홍수사태는없었으나,당시유월은’보리수확기’여서피해는엉뚱한데에서생겨났다.
보리알맹이가물에불어서서있는상태에서그대로싺이나기시작했다.농촌에서의한철농사가그대로
사그라져가는어처구니없는순간이었다.
그때어른들은남녀불문하고보리밭에퍼질러앉어서통곡아닌통곡을해댔다.어린아이들은영문도모르고따라서울고…..그때의비참한광경이란뭐라고표현하기가어려웠고,그래서수십년이지난
지금에도장마가시작되면그때일이또렸하게기억된다.
당시한국의경제사정은매우열악했고,더구나농촌은더어렵게살았다.나의집도땅수천평의중농이어서가난하지는않았어도하루세끼밥은먹지못했다.점심은간식형태로고구마나감자로때우기가보통이었다.
이러한형편인데한철농사를망쳤으니어떠했겠는가?보리는기후관계로경상도나전라도등의
남부지방에서만경작했기때문에이외의지방에선잘느끼지못했을것이다.
이때생겨난’보릿고개’는그이후로도수년동안후유증을남기고서지금은아스라한추억(?)으로
기억하고있다.그래서나는비를싫어하는편이다.장마가아닐지라도비가오면기분이별로다.
단비도좋고비내리는낭만적인분위기도있긴하지만어쨌든비를싫어하게되었다
이때부터경상도사람을’보리문뎅이’라고부르기시작한것같다.보리에대한좋은이야기거리는
보리밭이시골사람들의데이트장소로서많이애용되어온것이며,이로인한우스운소문들이많이
나돌았다.시골에서청춘남녀들이만날때는달리좋은장소도없었기때문에보리발길을걷거나
강변을많이이용한것같다.그게오히려낭만적이기도하다.
그이후,박정희대통령의국민교육헌장발표와함께’새마을운동’이시작되어농촌에서는점차활기를띠고잘살기위한분위기가한층고조되어’하면된다’는희망을불어넣어준것으로기억난다.
수년의세월이흘러’보릿고개’는사라지고오늘의한국이존재하는것이다.’보릿고개’는농촌에만
국한된것이아니라대한민국전체의일이아니었나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