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밭 이야기
보리밭이야기
드디어눈앞에절로탄성을내지를만큼이국적인초지를만납니다.비스듬히구릉진보리밭위로황토집과소나무몇그루가삐죽이솟아있는그림같은보리밭.전라북도고창군공음면선동리의이보리밭은진영호(57세)·나란희씨(54세)부부가운영하는’학원농장’으로,연결되어있는인근주민들의밭까지따지면무려20여만평의보리밭이이곳에펼쳐져있습니다.
쭉뻗은도로양편으로끝도없이펼쳐진보리밭,파란보릿대와풋풋한보리내음그
"약2킬로미터정도가보리밭으로만이어져있으니가도가도끝이없지요.고창이원래보리밭이많아요.보리가자라기좋은기후인데다토질도좋거든요.특히이곳선동리일대는보리농사를많이짓는데,70년대부터보리가없어졌다가다시시작한겁니다."
할아버지의설명이이어지는사이,쑥개떡을내주시던할머니는"서울애기가개떡을다알어?"하시며반가워하십니다.여린쑥향기가입안가득봄향기를전해줍니다.
비닐하우스의고추모종을살펴보러나선할머니는며칠후밭으로옮길거라며잡풀을꼼꼼히골라내십니다.자식기르듯농사를짓고,농사짓듯나그네도챙겨주시던할머니는자꾸만먼걸음으로배웅을나오십니다.문득할머니의하얀남자고무신이눈에들어옵니다.그소박한모습처럼푸근한정이야말로마음을녹이는봄기운이아닐까싶습니다.
"보리캐는거예요.된장국도끓여먹고나물도해먹고.지금이한참맛있을때거든.또보리가촘촘한데는이렇게뽑아주는게좋아.보리나물먹어봤소?올매나맛있다고."
김양례할머니(75세)의손길이바쁘게움직이며연신보리며봄나물을캡니다.
"옛날엔보릿고개라는게있었어.5월초쯤이면아직풋보리거든.그래도우선먹을게없으니까워쪄.그거라도먹어야살지.그것도이자는다추억이지."
저녁거리를다캤다며일어나는아주머니들의바구니에는어느새봄이한가득담겨있습니다.보리뿐아니라쑥이며냉이,가시나물등이한가득담긴바구니를이고보리밭을가로질러가는아주머니들이봄노래를흥얼거리십니다.
"꽃바구니옆에끼고나물캐는아가씨야~~"
배고프고어려운시절도,한평생허리가휘도록농사를지어왔을힘겨운시간들도추억담으로흘려보내는그들의뒷모습이보리밭처럼푸르게느껴집니다.
노송들사잇길을산책하는김평순할머니(65세)를만납니다.
"읍성이보물이죠.공기도좋고휴식공간이얼마나좋아요?또여기는답성풍속이있어요.돌을머리에이고성을한바퀴돌면무병장수한다고하는디특히공달(윤달)에많이해요."
말씀을듣고보니비로소성입구에한가득쌓여있던돌무더기의용도가이해됩니다.
청정한솔바람소리에마음을빼앗기며돌아보는사이봄날이깊어갑니다.깊어질수록봄날은더욱푸르게물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