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씨지벽
[동아일보2006.01.2303:03:30]
[동아일보]중국초(楚)나라사람화씨(和氏)는옥덩어리를여왕((려,여)王)에게바쳤으나왕은돌이라는감정(鑑定)이나오자화씨를월형((왈,월)刑)에처해왼쪽발꿈치를잘랐다.화씨는그뒤즉위한무왕(武王)에게이를다시바쳤으나이번엔오른쪽발꿈치가잘렸다.문왕(文王)이즉위하자화씨는옥덩어리를품고사흘간피눈물을흘렸다.이유를묻는왕에게그는“보옥(寶玉)을돌이라하고,곧은선비를사기꾼이라하는것이슬퍼서그렇다”고답했다.왕은옥덩어리를다듬어보옥을얻고‘화씨의옥구슬(和氏之璧)’이라고불렀다.한비자(韓非子)에나오는이야기다.
▷화씨지벽은그뒤조(趙)나라혜문왕(惠文王)의손에들어갔다.이를탐낸강대국진(秦)나라소양왕(昭襄王)은자국의15개성(城)과바꿀것을요구했다.실제론성을안내주고옥구슬만차지할속셈이었다.진나라에갔던조나라의인상여(藺相如)는이를알아채고구슬에흠집이있는곳을알려주겠다고둘러댄뒤‘아무런흠집이없는’화씨지벽을되찾아몰래자기나라로돌려보냈다.‘완벽(完璧)’이라는말의유래다.
▷황우석교수의논문조작에관한진실규명을촉구했던젊은과학자들이회원으로있는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홈페이지‘소리마당’코너에19일‘논문과발목’이라는글이올랐다.ID가joke인필자는18년전석사논문을쓸때지도교수가“논문은발목을잘릴각오로써야하네”라고말한사실을떠올리며자성(自省)했다.“이미출판된논문에서오자(誤字)를발견하기도했고,놓쳐버린참고문헌을투고후에발견한적도있다.옥에흠집이있어발목이잘린다면나는손목까지도잘렸어야마땅하다.”▷황교수를지지하는누리꾼등2500명이21일서울광화문시민열린마당에서촛불집회를가졌다.황교수가완벽하고진실한논문을썼더라면이들이그의연구에대한미련을버리지못해추운날씨에그렇게고생하지않아도됐을것이다.‘화씨지벽’과‘완벽’은과학도들이가슴에깊이새겨야할고사(故事)이다.
한기흥논설위원eligius@donga.comⓒ동아일보&donga.com,무단전재및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