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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을시골에서보낸사람들은1년중가장기다려지는날이설추석과소풍날이아닐까.그중에서도예전에는좋은옷이흔하지않던시절이라꼬까옷(우리동네-경남산청-선설칠이라한다)을입을수있는설명절은손꼽아기다리는날중하나였다. 요즘은풍족한세상이되어설명절을기다리지않아도사고싶은것입고싶은것을쉽게구할수있다.살기가편해진것은좋지만,왠지우리가부족했지만아름다운시절을잊고사는것같아마음한켠은뭔가가비어있는느낌이다. 오랜만에시골5일장에들렀다.오후시간잠깐짬을내서간곳이지리산아래산청신등면의장이었다.아쉽게도파장이라짐을정리하는분도계셨고,마지막남은물건떨이를하느라분주한모습도보였다. 신등면은시골고향집에서차로10여분이면갈수있는곳인데우리동네할머니들은젊은시절장을보러신등까지자주다녀가셨다는얘기를종종들려주곤하셨다.할머니들은신등의다른이름인댕기(단계)장이라부르셨는데,아침일찍시골동네를나서면저녁늦게야돌아오시곤하셨단다.시골에서장에간다는것은어려운시절동네아녀자들에겐즐거운잔칫날이었다. 신등장에서나가는길에어묵을직접만들어파는부부를만났는데내일장에대해서여쭸더니내일은함양안의장에가신다기에내일다시뵙자며찍은사진갖다드리마약속하고진주로돌아왔다. 시장이대개10시에서12시정도에가장활기를띤다는얘기를듣고미리챙겨서나갔다.안의장에도착하니어제본신등장과는비교가안될정도로활기가넘쳤다. 경운기를몰고장보러오신할아버지며유모차에꼬맹이를앉혀서데리고오는젊은엄마들.안의장이크다더니소문대로시골장치고는찾는사람들이많았다. 어제신등장에서뻥튀기할아버지를못만난것이가장아쉬웠는데오늘은제대로만났다.시골장에서잊을수없는것이있다면이건단연코뻥튀기아저씨의몫이다.어린시절"뻥"하고소리가나면다들귀를막고눈을반쯤감고있었던모습이지금도기억에선하다.안의에계신뻥튀기할아버지는방송출연도해보신경험이있어사진을찍는데도아주자연스럽다. 불과10여년전만해도작은장작개비로불을수시로때가며뻥튀기를하는모습을볼수있었는데지금은장작불이가스불로바뀌었다.그시절사진에한장이라도담아놓았더라면하는아쉬움이남는다. 산골주민들에겐장날이바로해산물을먹을수있는날이기도했다.어머니께선장에다녀오시면할아버지술안주로해삼을잊지않고사오셨다.보통어린아이들은젓가락질하기도불편하고입에서미끈거리는해삼을싫어하는데난할아버지덕에해삼을꽤나좋아하게되었고지금도씹을때나는뽀드득하는소리를너무좋아한다. 어린시절또하나잊을수없는것이있다면대장간풍경일것이다.지금은민속촌에가야겨우볼수있겠지만어린시절을시골에서보낸사람들은지금도눈에선할것이다. 나역시학교를오가며대장간앞을매일지나다니기도했고할아버지를따라대장간에가기라도하는날이면불을때가며풀무질하는모습,벌겋게달군쇠로낫이며호미를만드는모습도볼수있었다.시장에는어느대장간에서만들었는지손으로직접만들었을낫과호미,도끼도보였다. 대목시장을다녀오면서떡방앗간을그냥지나칠수는없는일이다.수증기로자욱한떡방앗간을들어섰다.일하는아주머니들의손놀림이장난이아니었다.기계에서쌀을빻아나오는것을더곱게하기위해다시올려놓고,그것을다시수증기로찌고,그렇게해서나온것을기계에넣으니그제야가래떡이되어두줄로나온다.옆에구경하던어떤할머니가가래떡을냉큼받아서한입에넣는모습이재미있다. 어제만난어묵만드는부부를만나러갔다.어제찍은사진을뽑아서주기로한약속도약속이지만명절분위기를오랜만에느낄수있는기회를준아저씨께감사의말을전하고싶었다.시장안쪽으로들어가니사람들이왁자지껄하다.그사이에서열심히어묵을만들고계셨다. 이런저런얘기를하다가올설대목은어떠냐고여쭸더니,작년보다조금낫다는말씀을하셨다.그리고날씨가좋으니다행이라는말씀도하셨는데,날씨가좋지않기라도하면사람들의발길이뜸하니장사가안되는것은불을보듯뻔한일이다.가만히생각해보니재래시장의단점이바로여기에있었다.시내대형할인마트는날씨가좋지않을때는사람들이꽉들어차는것과는대조적인현상이다. 이제정말설이코앞에다가왔다.오랜만에시골장터를찾았더니한동안잊고지냈던어린시절의명절기분이되살아나는것같다.재래시장이위기를맞고있다지만그래도잊지않고찾아주는이들이있으니활기를되찾을수있을것도같다. 이제추석이나되어야안의장에올수있을까.아~아니다.오늘사진찍은뻥튀기아저씨께사진한장뽑아드린다했으니조만간다시한번더들러봐야할까보다. 자료출처: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