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남자’ 그 속이 궁금하다

[문화비전]’예쁜남자’,그속이궁금하다

▲손철주/학고재주간
‘예쁜남자’가민심을휘어잡았다.TV드라마와오락프로그램마다꽃미남이활짝피었다.1000만관객을불러들인영화도예쁜남자가얼굴값을톡톡히했다.대중매체만그러랴.명문대남학생이집엣돈450여만원을들고가멀쩡한턱을깎았단다.일류기업남자직원들이마사지팩을얼굴에붙이고미용실습하는광경도신문에났다.얼굴이밥먹여준다는믿음이남자에게전파되고있다.어떤남자들은닦고,조이고,기름치며잘나가는인생을꿈꾼다.가가호호에미화사업의열풍이불어닥치니아름다운세상의도래가머잖은것같다.
잘생긴남자는선망과시기를부른다.미켈란젤로가조각한‘다비드’는‘세상에서가장유명한벌거벗은남자’다.“이작품을본사람은다른조각을볼필요가없다”는미술사가의말대로‘다비드’의몸매는매혹적이다.얼굴을보면탄성이나온다.잔물결치는고수머리,커다란눈망울,오똑한콧날은시대를건너뛴미남형이다.‘다비드’는설치당시에돌팔매질당했다.근세에와서는남자관객이망치로발등을찍었다는일화가있다.완벽한창조물에대한파괴충동을‘다비드증후군’이라부른것은그때문이다.그러나미켈란젤로는얼굴보다정신을중시했다고털어놓았다.“내면의신성함이얼굴로떠오를때가있다.이때신성한힘은돌에도생기를불어넣는다.”‘다비드’의얼굴은겉이아니라속에서나왔다.

동양이나서양이나초상화는겉으로드러난얼굴보다그안의정신을훨씬중요시했다.‘겉은속을말한다’가초상화의금과옥조다.‘강철인간’스탈린이죽자그의얼굴그림을공산당잡지에실었던피카소는혼쭐이났다.‘만국인민의준엄한아버지상’을기대했던공산당원들은요절낼기세로피카소에게덤벼들었다.피카소가그린얼굴이‘콧수염달린애송이’처럼보였던까닭이다.‘얼음원수(元帥)’레닌의모습을희화화한살바도르달리도사회주의를추종하는친구들에게의절당했다.추종자들은오로지‘경념(敬念)의붓질’을주문했다.피카소와달리는얼굴보다정신을좇았고이를개성적으로표현한것이탈이됐다.

얼굴하나를그려도정신이닮아야한다는요구는특히동양에서유난하다.‘서시의얼굴을그렸는데아름답기는하나즐거움이없고,맹분의눈을그렸는데크기는하나두려움을줄수없다면무엇에쓸까.’옛글에나오는말이다.서시는춘추시대의미녀,맹분은전국시대의용사다.아름다운여자든씩씩한남자든그리된연유가얼굴에씌어있다는주장이다.조선시대초상화야말할나위가없다.“터럭하나까지닮지않으면그사람이아니다”라고할만큼사실에입각했다.국보로지정된송시열의초상화와윤두서의자화상은육박하는실감에서이를따를그림을찾기어렵다.보는이를사로잡는윤두서의눈빛은정신의창이틀림없고송시열의주름진광대뼈는거유(巨儒)의간난신고를적실하게드러낸다.백반증이나흑달과천연두등피부질환마저고스란히초상에반영하는조선화가들의속내는기가질릴정도다.

이런표현들이노리는바는뻔하다.전신(傳神)이다.정신의흔적,내면의자취를담으려는화가들의붓놀림은얼굴색을잡아내기위해종이뒤에서색채를밀어올리는‘배채(背彩)기법’까지창안해냈다.그들은인간의형용과모색이겉치레가아니라속차림이란이치를꿰뚫고있었다.

‘예쁜남자’는시대의변화를예고하는남자의새덕목일까.사십넘은남자만얼굴에책임질일이아니다.예쁜남자도제얼굴에책임있다.예쁜얼굴에담은정신이궁금하다.

손철주·학고재주간·미술칼럼니스트
입력:2006.02.1718: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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