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좋아잠시들길을걸어보았습니다.
며칠전만해도누런빛깔의논이눈이부실정도였는데
벼를다베어버리고난휑한논엔가을바람만가득합니다.
일찍베어낸논에서는
벼밑동만남은곳에서다시싹이나고있습니다.
하늘은맑고푸르기만합니다.
벼를베어낸논은왜이리허전해보일까요?
고등학교다닐때만돼도이맘때쯤이면가을농번기가있었습니다.
3박4일정도기간이었지만조금이라도바쁜일손을도우라는기간이지요.
그당시엔왜그리일이많았던지?
지금은200평논도30~40분정도면콤바인으로수확해버리지만
낫으로200평을벤다면5~^명이달라붙어허리안펴고베어도
한나절안에끝을못내곤했었습니다.
논저쪽끝이가물가물하게보일때는언제저끝까지가나한숨만내쉬고,
몇주먹베고논끝을보면항상제자리인것같았지요.
이럴때일을힘들지않고지루하지않게하는것은막걸리한사발이최고입니다.
고등학교때이지만논일할때만큼은술을한잔씩하곤했지요
더워도더운줄을모르고손에물집이잡혀도쓰린줄을모르지요.
훨씬덜고되고일이지루하지가않습니다.
텅빈들녘을대신하듯들길엔하얀억새가가득하고
바람에살랑거리는모습은가을햇살에눈이부시기만합니다.
논옆으로물도랑이보이고조그마한우렁이,다슬기들이몇마리씩보입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논옆도랑에서우렁이,다슬기는보기어려웠습니다.
농약을많이치기때문이지요.
지금은논옆도랑에도다슬기가보입니다.
오랜만에만나는친구처럼참반갑습니다.
중학교1학년때였을것입니다.
아버지와함께논일을나갔습니다.초등학교4학년인동생도따라나섰지요
논일을하다가동생하고도랑에서미꾸라지를잡았던적이있습니다.
물도많지않아논옆웅덩이를신고있던고무신으로물을퍼내자
미꾸라지들이우글우글합니다.
논일이끝날때쯤엔논바닥에떨어진나락이삭을줍습니다.
지금은논바닥에떨어진나락이삭에크게신경을쓰질않지만
어릴적에는일일이손으로주웠습니다.
쌀한톨이라도가볍게보질않았었지요.
쌀이곧생명이고피와같은것이었습니다.
배고픈시절에는밥한그릇을얻어먹기위해서
이른새벽에들로나가
소꼴을한지게베어다가이웃의농사가있는집에갖다줍니다.
그리고아침밥을얻어먹던시절이있다지요?
초등학교시절에도시락을안가져오는학생들이있었습니다.
지금도힘든환경속의학생들이있는걸로압니다
곧이논에는곧청둥오리가날아들고
흑두루미와황새,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가창오리,쇠기러기등이날아와
눈덮인논바닥에서먹이를찾을것입니다.
이곳산과냇물,갈대숲근처에는먹이가풍부해
겨울철새들의보금자리가됩니다.
황량한겨울들녘에나는철새들의모습은참보기가좋습니다.
봄에는이논에자운영꽃으로가득할것입니다.
요즘엔많은농가에서보리재배를하지않는것같습니다.
대신자운영이라도심으면겨울철휑한들녘보다는보기가더낫지요.
봄에자운영이꽃을한창피웠을때는꽃무늬양탄자를깔아놓은듯하지요.
모내기를하기전자운영꽃밭을갈아엎으면비료를그만큼덜하게됩니다.
들길을걸으면서억새와갈대들의모습을봅니다.
가느다란바람에도주체할수없어흔들리는모습은
지금농촌을지키고있는이들의모습같다는생각도해봅니다.
억새와갈대의핀모습은할아버지할머니의희끗희끗한머리처럼보이고,
흔들리는모습은삶의무게에허우적거리는모습과도같아보입니다.
대부분시골농사를짓는분들이몸이성치않지요.
관절염,신경통으로고생하는늙으신몸으로농사일을지금껏해오고있습니다.
지금까지이런분들이고향을지키면서국민의먹을거리를생산해내고있었지만
돌아오는것은빚밖에없는농촌의현실속에서희망은없어보입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이어한미FTA는더욱절망의구렁텅이로밀어넣고있습니다.
농업과우리의고향을추억속의한장면으로남겨야할지도모릅니다.
예로부터농사는천하의근본이라고합니다.
만약우리의고향,농촌,농업이사라진다면
우리의주권과생명을빼앗기는것이라생각합니다.
한끼아침밥을해결하기위해새벽부터꼴망태를지고들로나가는
배고픈머슴이될것입니다.
농업뿐만이아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