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명예박사학위수여식에제발참석해달라”는것.처음부터명예박사학위수여를완강히거부해온정전회장은학교측이끝내이를밀어붙이자“그렇다면수여식에가지않겠다”고버텨왔기때문. 또다른부탁은학교를방문한김에‘정문술빌딩’도꼭방문해달라는것이었다. 이빌딩은정전회장이2001년KAIST에낸기부금300억원가운데110억원을들여2003년완공한지하1층(연건평2738평),지상11층규모의건물이다.정보기술(IT)과생명공학기술(BT)융합학문의고급인력을양성해달라는그의주문대로바이오시스템학과가입주했다. 정전회장은자신의돈으로세워진이건물의기공식과준공식에참석하지않았다.“할일을한것뿐인데왜내가생색을내야하느냐”며건물에자신의이름이붙는것부터반대했다.그가한것이라곤학교로부터완공된건물의사진을건네받은것이전부다. KAIST의애를태우던정전회장은결국1일두가지요청가운데‘명예박사학위수여식참석’한가지만받아들였다.명예박사학위수여식이학위수여식에앞서열리는데학위를받는네사람중한명이빠지면너무표가날것아니냐는게참석요청을받아들인이유였다. 이번명예박사학위는정전회장을비롯해모두KAIST에고액을기부한명사들에게주어졌다. 하지만‘정문술빌딩’방문에대해서는“아직그럴만한계기가없다.KAIST사람들도이젠나의고집을알기때문에이해할것”이라며끝내거절했다. 정전회장은이날오후KAIST노천극장에서학생들의환호속에명예박사학위를받은뒤본관1층로비에서열린다과회에참석했다.다과회장소는‘정문술빌딩’과불과30m떨어져있었지만그는빌딩앞을그대로지나쳤다. 기자가“언제쯤정문술빌딩을방문하겠느냐”고묻자그는“저빌딩에서국민이깜짝놀랄만한결과물이나오면기꺼이가겠다”며“학교나학과에도이런얘기를전했다”고말했다. KAIST관계자는“정전회장은기부이후에더욱더아름다운모습을보여주고있다”며“기부자에대한예우보다는성과를내는데전념해달라는그의주문은‘기분좋은부담’”이라고말했다. 정전회장은‘기부는지속적이고생산력이있어야하며신뢰를지켜야한다’는소신을실천해왔다.“2개월안에KAIST에300억원을기부하겠다”고약속한2001년7월갑자기반도체불황으로그가보유한미래산업주가가크게떨어지자학교측도주가움직임을보아기부시기를조정하자고제안했지만그는계획대로주식을처분해약속을지켰다. “유산은독”이라며자녀들에게돈을물려주지않고회사경영권도전문경영인에게넘겼다.
흐뭇한기부,아름다운거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2007년도학위수여식(1일)을앞두고명예공학박사학위를받기로한정문술(69)전미래산업회장에게두가지를간곡히부탁했다.
"세상을보는맑은창이되겠습니다."
ⓒ동아일보&donga.com,무단전재및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