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쓴400년전의사부곡(思夫曲)
사부곡(思夫曲)은죽은남편을못잊어그리워하는아내의가슴도려내는그리움의읊음이다
지난1998년4월경북안동시정상동의한양반가의오래된묘지를이장하던중무덤안에서조선중기에쓴한여인의한글편지가한통발견되었다.412년이라는세월을넘어서세상에알려진이편지는조선조명종과선조때살았던경남고성이씨(固城李氏)이응태의부인이먼저세상을떠나간남편에대한애절한그리움과사랑의마음을편지형식으로써서죽은남편의품에넣어준만사(輓詞)이다.
※만사(輓詞)-죽은사람을떠나보내는심정을적은글輓-수레끌만
『원이아버지에게』…로시작되는이편지는『어찌나를두고당신이먼저가십니까?…당신은나에게마음을어떻게가져왔고또나는당신에게어떻게마음을가져왔었나요?….이편지자세히보시고내꿈에몰래와서당신모습보여주세요…..』라며남편에대한원망과그리움과생전의각별했던부부애를애틋한필체로표현하고있는죽은남편을그리는사부곡(思夫曲)이다.
임진왜란이일어나기6년전인1586년서른한살의젊은나이에세상을떠난남편을위해임종후장례전날까지의짧은시간에써내려간이글은원지절반크기의한지에촘촘하게적혀있다.하고픈말이더있는데쓸종이의지면이부족하자종이를옆으로돌려상단남은부분에다시빼곡하게적을정도로지아비를그리는아내의애절한마음이곳곳에담겨있다.
또무덤안에는저승갈때신고가라고이씨부인이자신의머리카락을잘라삼줄기와함께정성껏역은미투리와남편이소중히여겼던아직태어나지않는복중의아이에게줄배냇저고리까지함께들어있어죽은남편의넋을위로하려는각별했던정성을알수있다.그러나이토록남편을그리워한이씨부인이정작어디에묻혀있는지는알려지지않고있다고이기사는전하고있다.
이편지는당시엄격한남녀유별의유교사상속에서이처럼때묻지않고허물없는애정표현이가능했다는점에서뜻밖이지만무엇보다도아내와남편이서로아끼고사랑하고또존중했던당시조선사회의남녀평등한사고관을엿볼수있다.
특히죽음이서로를갈라놓았지만정신만은영원히함께하고자소망했던이응태부부의사랑이야기는툭하면이혼하고자기만위로받으려는이기주의생각으로나날이엷어지고있는현대사회의부부와가족간에대한사랑의참의미를되새기게한다.
400년전진실로서로사랑하며백발이될때까지함께해로하고자소망했던이응태부부.비록육신은떨어져있을지언정그들의영혼만은지난400년동안에도줄곧함께였을것이다.죽음도갈라놓을수없었던이응태부부의사랑,긴어둠의세월속에서이사랑을지켜온것은아내가써서가슴에고이품어주었던마지막편지였다.
원이아버지에게
당신언제나나에게’둘이머리희어지도록살다가함께죽자’고하셨지요.
그런데어찌나를두고당신먼저가십니까?
나와어린아이는누구의말을듣고어떻게살라고,다버리고당신먼저가십니까?
당신나에게마음을어떻게가져왔고또나는당신에게어떻게마음을가져왔었나요?
함께누우면언제나나는당신에게말하곤했지요.
‘여보,다른사람들도우리처럼서로어여삐여기고사랑할까요?남들도정말우리같을까요?’
어찌그런일들을생각하지도않고나를버리고먼저가시는가요?
당신을여의고는아무리해도나는살수없어요.
빨리당신께가고싶어요.나를데려가주세요.
당신을향한마음을이승에서잊을수가없고,서러운뜻한이없습니다.
내마음어디에두고자식데리고당신을그리워하며살수있을까생각합니다.
이내편지보시고내꿈에와서자세히말해주세요.
꿈속에서당신말을자세히듣고싶어서이렇게써서넣어드립니다.
자세히보시고나에게말해주세요.
당신내뱃속의자식낳으면보고말할것있다하고그렇게가시니
뱃속의자식낳으면누구를아버지라하라시는거지요?
아무리한들내마음같겠습니까?
이런슬픈일이하늘아래또있겠습니까.?
당신은한갓그곳에가계실뿐이지만
아무리한들내마음같이서럽겠습니까?
한도없고끝도없어다못쓰고대강만적습니다.
이편지자세히보시고내꿈에와서
당신모습자세히보여주시고또말해주세요.
나는꿈에는당신을볼수있다고믿고있습니다.
몰래와서보여주세요.
하고싶은말끝이없어이만적습니다.
*자료출처/"서예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