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현기자
입력:2007.02.1923:35
“우리집안에서글쓰는일은2대에끝날줄알았는데,3대까지내려갔네요…”
황동규시인(69)이장녀황시내씨(38)를가리키며흐뭇하다는표정을지었다.황시내씨가최근첫산문집‘황금물고기’(휴먼앤북스)를냈기때문이다.황시내씨의할아버지는단편소설‘소나기’의작가황순원(1915~2000)이고,아버지는한국인의애송시‘즐거운편지’를쓴황동규시인이다.
“할아버지와아버지의명성은제게늘부담이죠.물론기회가되기도하지만…”이라고한황시내씨의전공은음악과미술이다.서울대작곡과를나와독일하이델베르크-만하임국립음대를거쳐마르부르크대학에서는미술사를파고들었다.또한미국으로건너가테네시대학에서작곡,음악학,미술사를더공부했다.이번산문집에실린삽화도직접그린화가인그녀가이제맑고투명한에세이도쓰면서‘예술가황씨가문’을잇는다.“초등학생때동시를많이썼어요.어머니가아버지께보여드리라고해서보여드렸더니,아버지께선‘이건시가아니야’라고하시더군요.그날이후시를포기했어요.”
하지만이제본격적인에세이스트로글쓰기를시작하면서‘피는못속인다’는것을입증한황시내씨는슬쩍아버지의눈치를살폈다.황시인은“문학은고생한것에비해얻는것이너무적다고생각했기때문에아이들에게문학을권장하지않았다”고뜻밖의발언을했다.하지만딸은“저는시를썼으면잘썼을것같아요.그런데아버지의시는무슨말인지모르겠어요”라고한수던졌다.그러자황시인은“얘가그때‘이건시가아니야’라고한것을지금보복하는거예요.그리고사람은누구나자기가하지않은일은다잘했을거라고착각하지”라고이내응수했다.
황시내씨의산문집은바흐와브람스,라흐마니노프음악의맛을풀이했다가70년대에유행했던팝송이나송창식의노래‘한번쯤’에얽힌추억을펼친다.“제감수성은아무래도70년대청바지와통기타세대인듯”하다는것.‘황금물고기’란책제목은클레의그림에서따온것이다.황씨가묘하게도여러차례직접볼기회를놓친‘황금물고기’원화는‘다다르고자했으나한번도이룰수없었던열망’의상징이다.
서울출생인황씨는글을통해실향민이었던할아버지황순원의초상을‘영원한이방인’으로묘사했다.‘술을마실때면언제나2차로평양빈대떡을부쳐주는주점으로향했다는그.어린시절친척들이모일때면우리는늘주교동의허름한음식점에서평양냉면과불고기를먹곤했다…’
황동규시인은클래식음악애호가로유명하다.딸은한때집에가득했지만,함부로손댈수없었던LP판들을기억한다.CD음악시대가한국에서만개하기전딸은80년대에이미CD를만져봤다.당시미국에잠시체류중이던아빠가보내준것.라흐마니노프와브람스의음악이었지만,‘그림의떡’이나마찬가지였다.당시집에는CD플레이어가없었던것.“그때분명히집에플레이어가있었어”라고우기던황시인은다시기억을더듬은뒤“아니그럼없었나”라며뒤늦게놀라면서도머쓱한표정을지어딸을웃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