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집잃고떠났다가10년만에돌아와
문어낚시가생계수단…“여기도현금필요”
독도=이석호기자
입력:2007.04.0700:07/수정:2007.04.0707:29
‘독도가는길’은멀고험했다.서울~울릉도~독도까지꼬박60시간이걸렸다.울릉도도동항을떠난여객선은두번이나독도코앞에서거친풍랑을못이기고이물을돌렸다.세번째만인지난달28일아침에야바다가뱃길을열어줘독도동쪽섬(동도·東島)에내렸다.서울을떠난지사흘만이었다.그런독도에김성도(67)·김신열(여·69)씨부부가단둘이살고있다.유일한독도주민이다.이들은독도경비대가있는동도에서150m떨어진서도(西島)에산다.부부는원래1960년대후반부터이곳에터를잡고살다가1996년독도를떠났다.태풍에집이부서진후울릉도로나간것이다.작년2월말부부는다시돌아왔다.10년만이다.그로부터1년여뒤인6일,남편김씨는‘경북울릉군울릉읍독도리’이장에취임했다.
남편김씨가동도에마중나왔다.김씨의1.3?짜리‘독도호’를타고5분간가니서도에도착했다.50m쯤됨직한가파른절벽밑에3층짜리건물이눈에들어왔다.김씨부부가사는집이자,독도근처에서조업하는어부들이풍랑을피하도록마련된대피처다.
집앞마당에선기계소리가요란했다.1층기계실에있는발전기소음이었다.부부는3층에있는방3칸중3.5평짜리한칸에산다.방구석엔낮은서랍장,그위엔작년에기증받은32인치LCDTV가놓여있었다.한쪽엔겨울이불이수북이쌓여있었다.오전11시30분쯤남편김씨가배에올라타며외쳤다.“문어잡으러간다.같이갈거면어여타라!”바위섬들사이로10분쯤배를몰던김씨가주먹보다조금큰돼지고기덩어리를꺼내낚싯바늘에끼우고검푸른바닷속으로던졌다.
입에문담배가채다타기전김씨가“물었다!”하고소리쳤다.낚싯줄을걷어올리자묵직한문어한마리가끌려올라왔다.“물이많이가네(빠르게흐르네).오늘은더이상문어못잡겠다.”
부부는문어를판돈으로생활한다.뭍으로나가는배편에부탁해팔면큰것은10만~15만원,작은것은3만~5만원을받는다.아내김씨는“생필품사랴,작업에필요한물건들사랴,여기서도현금이꽤많이필요해”라고했다.해가바다밑으로떨어져밤이왔다.
“총각같은손님한테빌려주는이불인데….더러워져도물이없으니빨수가있어야지.”(아내김씨)
◆독도의유일한낙,TV
남편김씨는파도를살피는일로하루를시작한다.오전6시에수평선을보면배를띄울수있을지없을지안다.이튿날인29일오전,하늘은쨍쨍한데파도가높아배를내지못했다.이런날엔주로TV를보며시간을보낸다.위성안테나가있어채널도다양하다.남편김씨는연속극을좋아한다.최근엔‘주몽’을열심히봤다.아내김씨가‘의외’였다.“외국사람들나와서하는프로레슬링,얼마나재미있다고…멋있잖아.”
문어잡이가없는날엔문어·해삼·소라가가득한간이양식통을돌본다.마당에선펌프2대가쉴새없이바닷물을퍼올렸다.이날저녁상엔‘해삼밥’이올라왔다.갓잡은해삼에,배를채썰고고추장을비볐다.양식통속의해물들은팔려나가거나부부의밥상에오른다.
이날밤,독도에비가내렸다.일찌감치누웠는데“따닥,따다닥”하는소리가들렸다.집뒤편절벽에서지붕으로떨어지는돌멩이소리였다.파도소리와빗소리,돌떨어지는소리가겹치는독도의밤은,늦도록싱숭생숭했다.
사흘째인30일새벽5시30분아내김씨가1층계단앞에있는파란색물탱크뚜껑을열고호스한쪽끝을집어넣었다.호스의다른끝은바위틈에꽂혀있었다.밤새내린비가절벽에서흘러나오면이렇게받아모은다.이빗물로설거지와빨래를한다.부엌싱크대와화장실세면대에는바닷물이나오는수도꼭지가있지만그마저부유물로막혀나오지않았다.
“비오는날이생일날이라니까.여기에선여름에는속옷만입고빗물에샴푸하고온몸에비누칠하느라난리지.”아내김씨는보름만에한번씩머리를감는다며한마디맵게일렀다.“받아놓은물로머리감다가걸리면쫓겨날줄알아.”
식수는동도에서바닷물을담수기로정수(淨水)한물을실어와먹는다.마침도착첫날인지난달28일오후,담수설비가서도에들어왔다.담수기설치가끝나면마음껏씻고빨래도할수있다.
◆“그냥…여기아니면못살것같아”
“가지말고여기서심부름이나하고살아라.”독도를떠나는지난달30일오후,아내김씨가아쉬운듯손을붙잡았다.남편김씨는“갈사람은가고있을사람은있는거지뭐”라고중얼거리며독도호시동을걸었다.
남편김씨는1965년독도첫주민인최종덕(1987년작고)씨와함께독도와울릉도를오가며살았다.제주해녀출신인아내김씨는“돈벌이가좋다더라”는말에울릉도에왔다가1967년남편을만났다.두사람은경화(37)·진희(34)두딸과아들도엽(32)씨를모두울릉도에서낳았다.
부부는앞으로도독도에서살생각이다.아내김씨는“영감은여기아니면죽는줄알아”라고하자,남편김씨가“여기가마음이편해.누가뭐라하는사람이있나,돈을달라고하나.안부대끼고좋아”라고맞장구쳤다.
오후3시30분,울릉도에서온배가동도선착장에닿았다.관광객200여명이우르르내렸다.그중몇몇이‘독도할아버지’김씨를알아보고사진을찍자며모여들었다.바닷바람과햇살에그을린김씨의뺨이조금더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