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의잇단파직건의에도한번도처벌하지않아
명나라에서석봉체최고인기…
“목마른말이냇가로달려가고사자가돌을내려치는형세”호평
떡장수홀어머니와의일화로유명한조선시대4대명필(名筆)중한명인석봉(石峯)한호(韓濩·1543년중종38년~1605년선조38년)의이름이실록에처음등장하는것은선조16년윤2월1일자에서다.관리의기강을감찰하는책임을맡고있던사헌부에서“와서별제(瓦署別提)한호는용심(用心)이거칠고비루한데다몸가짐이나일처리하는것이이서(吏胥·이방)와같아,의관(衣冠)을갖춘사람이그와동렬(同列)이되기를부끄러워하니체직하소서”라며상소를올렸다.
여기에대해서는약간의설명을요한다.먼저‘와서’라는기관은공조소속으로국가가필요로하는기와를굽던곳이었다.별제는종6품으로실무자중에서는최고위직이었다.가능성은두가지다.하나는실제로사헌부가상소한대로한호라는사람의됨됨이에문제가있었을가능성이다.또하나는명종22년(1567년)진사시에급제한것이전부인한호가글씨를잘쓴다는이유만으로선조가‘발탁’하자중앙관리들이격(格)에어울리지않는다며거부감을표시했을가능성이다.특별한잘못보다는용심,비루,몸가짐등을언급한데서도그점을확인할수있다.실은둘다였다.그러나선조는단호하게사헌부의상소를물리쳤다.그자신이명필의수준에이르렀던선조는누구보다한호의글씨를아꼈기때문이다.
진사시에급제한후한호는사자원(寫字員),즉글씨를쓰는요원으로일하면서명성을날렸다.여말선초에는선비들이주로조맹부의송설체를즐겨썼다.한호,윤순,김정희와함께흔히조선4대명필의한명으로손꼽히는안평대군이잘썼던글씨가바로조맹부의송설체였다.반면한호는조맹부체보다는왕희지체를좋아했다.어린시절꿈에왕희지가글씨를주었기때문이었다고한다.이후그는왕희지체를기본으로하여자신의색깔을가미했다는평을듣는다.그것이바로석봉체다.
선조이상으로한호의글씨를좋아한사람은다름아닌임진왜란때조선을찾은명나라장수와사신이었다.특히명조정내의고위직인사들이한호의글씨를좋아했기때문에조선에온장수나사신은상납을위해한호의글씨를구하려고온갖노력을다했다.
한호는명나라에가는사신단에필사요원,즉사자관으로수행한적이있었기때문에그곳에도글을많이남겼다.이수광은‘지봉유설’에서“한호가북경(北京·베이징)에갈때어느중국사람집에서이백의시하나를흰벽에써준적이있었다.그런데내가24년이지나고나서마침그집에들렀는데먹기운이새것과같았다.이는중국사람이한호의글씨를매우소중히여겨아끼고보호했던까닭이다”라고적고있다.
특히당시명나라최고의문학가였던왕세정같은인물은한호의글씨를보고서“목마른말이냇가로달려가고성난사자가돌을내려치는형세”라고평하였다.재미있는것은영의정이항복으로부터왕세정의이같은극찬을전해들은선조의반응이다.
“모든일은다마음에서이루어지는데왕세정의병통은진실하지못한데가있다.한호는액자(額字·현판에쓰는큰글씨)는잘쓰지만초서와예서는그의특장이아니다.아마왕세정이그렇게말했다면다른뜻이있어서일게다.”
실제로한호는초서나예서보다는실용서체인해서나행서등에능했다.한호의장단점을선조는누구보다잘알고있었다.그런데당대첫손꼽히는명나라문인이극찬을했다니믿을수없었던것이다.그러나명나라에서는조선에서보내는외교문서를석봉체로써달라고요구할만큼한호의글씨를아끼는사람이많았다.
이한우조선일보경영기획실차장대우
초등학교교과서에까지소개될정도로유명한석봉한호(1543~1605)의이야기는과연진실일까. 25일부터예술의전당서예박물관에서열리는‘경남대박물관소장데라우치보물’전에서출품된석봉글씨첩은전설로내려온‘한석봉과떡장수어머니’의일화가근거없는이야기가아님을보여준다.전시회에출품되는한석봉의글씨첩은모두4건.‘한호씨법첩(韓濩氏法帖)’,‘석봉진묵(石峰眞墨)’,‘석봉서(石峰書)’‘서담공서정록(西潭公西征錄)’등으로이름을쓴이들서첩은한석봉의완숙한글씨를유감없이보여준다. 이가운데눈길을끄는것은‘석봉서’에들어있는‘석봉필론’.한석봉이우리나라서예의흐름을자필로쓴이글은‘떡장수어머니’의이야기를떠올리게하는서예수련과정을고백하고있어눈길을끈다. 석봉은이글에서처음에는조맹부의글씨를임서하다가왕희지의‘난정서’를얻어보고는왕희지체로돌아섰다면서자신의서예변화과정을소개하고있다.주목할점은석봉이좋은글씨를얻기위해부단히노력했다는사실이다.그는“오늘한글자를쓰고내일열글자를배워(今日획一字明日學十字)날마다연습하고해마다터득하니마음이가는바를깨닫지못했다(月習歲得不覺心之所之)”면서석봉체가타고난것이아니라후천적인노력의산물임을강조하고있다.석봉은또우리나라서예가들의글씨를품평하면서“신라의김생은왕희지와거의같은수준이고안평대군은조맹부를능가했다”면서조선의서예에대한자부심을강하게드러냈다. 서예박물관이동국큐레이터는“‘석봉필론’은우리서예의흐름과자신의수련과정을구체적으로보여주고있다”면서“석봉의서예철학과한국서예사연구의귀중한자료”라고말했다.전시는6월11일까지.
자료출처: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