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노동절

2006년5월1일(월)03:20동아일보

"[동아광장/신우철]우울한노동절,구보氏의하루"

[동아일보]

“사랑도명예도이름도남김없이….”

귓전을때리는확성기의쇳소리에구보씨는아침단잠을괴롭게깼다.며칠전부터계속되는‘전국철거민연합’의아파트단지앞시위다.요즘‘민주성(性)노동자연대’와공동투쟁에나선다더니시위양상이꽤과격해졌다.

‘공부및교육노동자’구보씨,심야노동으로부족한수면이오롯이신경질로쌓인다.그고성방가야말로구보씨의전공용어로‘기본권의보호범위를일탈한’행위일따름이다.하지만어쩌겠는가.명령위에법률,법률위에헌법,헌법위에‘떼법’있다는게한국판법단계설의가르침아닌가.

집을나서는구보씨,마음한구석에울컥하는억하심정이든다.1980년대의젊은그들이청와대로,국회로,하다못해시민단체로들어간지벌써여러해가지났건만.구보씨에게서벼룩의간보다훨씬큰세금을꼬박꼬박떼어내가는저정부,아니‘정책노동자들’은도대체뭘하고있는걸까.

넘쳐나는위원회,위원회,위원회들.위원,위원,위원들.벼룩의간을좀더떼어내아침의평화가보장될수있다면구보씨로서는세금인상을꼭마다할이유가없었다.하지만정작그세금은‘철거민’보다‘철거민대책위원회’로빨려갈가능성이높지않겠는가.

무거운발걸음으로들어선캠퍼스.새봄의대학은새생명의숨길을파릇파릇토해낸다.그러나그건머지않아절망의한숨으로바뀔지도모른다.독일의신학자하르나크는대학을일컬어‘거대한공장’이라고불렀다지.구보씨는일감이나안끊기고돌아가는공장이면그나마다행이려니싶었다.

1.16명이라는세계최저수준의출산율.지난6년간초등학생해외유학30배증가.곧시장개방까지닥쳤으니,교육보다더한사양산업이어디있겠는가.지성의전당이란이름도이젠옛말이다.연례행사가된‘개나리투쟁’에캠퍼스는떼법의경연장이돼버렸다.

지방선거를앞두고정치인들,아니‘정치노동자들’조차등록금문제의해결을공약으로내걸지않는가.구보씨가보기엔못할것도없지싶었다.참여정부들어서최대호황산업으로각광받는분야에서조금만도와주면될일이다.넘쳐나는온갖위원회와위원들,연봉6000만원의시의원구의원만줄이면상당부분해결될문제아니겠는가.

지금우리에게‘동학농민혁명참여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더급한가,해양주권을지켜줄군함한척이더급한가.기초자치단체까지정당공천으로돈선거를하면서,연봉6000만원의의원직을나눠주는일이더급한가.사람하나잘길러이만큼성장한나라에서,해마다등록금문제로몸살앓는대학과대학생들을살려내는일이더급한가.

국회에서는사립학교법개정안을둘러싸고국회의원들,아니‘입법노동자들’의파업이한창이다.그리이상한일도못된다.대통령,아니‘행정수반노동자’도못해먹겠다며파업찬반투표를내건전례가있으니말이다.아무리국제경쟁과담쌓고도호황을누리는‘정치산업’이기로서니,국민에게기본품질의서비스는제공해야할것아닌가.

서울강남부동산을잡겠다는부동산정책이판교철거민연대를낳았고,성매매를근절하겠다는여성정책이성노동자연대를낳았다.구보씨가바라는것이그리큰꿈은아닐터이다.부동산보유세도걷고집창촌재개발도했으면소시민의아침잠은지켜줘야할것아닌가.

1%를뽑으려하지말고,10%를뽑아서1%로가르치란다.언필칭‘공부및교육노동’의대중소비시대다.국가가나서서대학을,대학생을시장의정글로떼미는판국이라면,최소한진흙탕을밟을장화정도는신겨줘야하는것아닌가.언감생심‘스승’운운하는봉건윤리는바라지도않는다.노동운동가들에게전수받은투쟁기법인지뭔지,투사예비군들에게‘아저씨아줌마’소리나안들으면다행이겠다.

온세계가기념하는메이데이,노동자의국제적명절이다.하지만언제부턴지우리들에게노동이란말,민주란말은그숭고한떨림을멈춰버린것같다.우울한마음으로귀가한구보씨.네살배기딸아이,아니‘재롱노동자’의함박웃음만이값을지키고있다.

신우철중앙대교수·헌법학

"세상을보는맑은창이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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