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에어로빅 선생님
[선우정의곤니치와,도쿄]뚱뚱한에어로빅선생님

작년말집에서가까운피트니스센터에등록했다.집은스미다(隅田)강변,사무실은고쿄(皇居)라불리는왕궁근처라운동하기엔천국같은환경이지만찬바람이부니밖에서운동하기란한계가있었다.

처음센터에등록할때가진오리엔테이션시간이었다.고객의의욕을높이기위해‘몇달안에정상체중으로돌아오면3000엔짜리상품권을준다’는이벤트내용도설명해줬다.그런데이말을하는피트니스코치는일본에서‘데부’라고불리는뚱보였다.영설득력이떨어졌다.

예외적인사례인줄알았다.하지만운동기구가있는공간인짐(gym)에들어가니코치의절반가량이뚱뚱했다.특히여자코치가그랬다.물론거동이불편해보일정도로뚱뚱하지는않았지만서울의날씬하고예쁜피트니스코치에익숙해진눈으로볼때확실히뚱뚱했다.

여기서끝이아니었다.2층짐에서러닝머신위에올라가면1층수영장이보인다.이수영장에선정기적으로수중(水中)에어로빅강습을하는데,하루종일몸을움직이는에어로빅선생님중에도뚱보가있었다.‘살이출렁거린다’고표현하면‘외모차별’이란비판을받을지모르지만그이상정확한표현을찾을수없었다.

하지만사람눈이란것은참이상하다.뚱보코치틈에서다섯달넘게운동을하다보니점점뚱보가뚱보같이보이지않기시작했다.나이어린뚱보코치의뽀얀볼살을보면귀엽다는느낌까지종종받는다.앞으로1년더지나면날씬함과뚱뚱함의차이가,눈이크고작고의차이만큼하찮게느껴질지모른다는생각도했다.미친척하고“당신네피트니스코치들은왜이리뚱뚱하냐?”고묻고싶던초기의호기심도사라졌다.모든게정상적으로보이기시작하니“당신네피트니스코치들은왜이리말랐냐?”는것만큼황당한질문이아닌가하는생각이들었다.

일본의TV오락프로그램에는아직도뚱보가꼭양념처럼등장한다.요즘엔죠슈고리키라는탤런트가뚱보중가장인기인듯싶다.키163㎝에체중108㎏.프로레슬러팬티위에불룩튀어나온야산같은배가외모의핵심포인트로,프로레슬러들의허장성세를흉내내인기를얻고있다.이처럼뚱보가여전히바보상자속에서활약을하니뚱보를보는일본사람의인식도우리보다상대적으로느슨한듯하다.뚱보개그맨들이잇따라살빼기에들어가는등‘뚱보=추함=죄악’이란등식이성립된한국에비하면일본은뚱보에게살만한곳인듯싶다.

물론일본에뚱보가많은것은아니다.여전히식습관이생선중심이라일단섭취하는칼로리가서구에비해낮고,상다리가부러지게때려먹고과음하는직장회식도전반적으로한국보다적다.오히려단독세대가급증하면서식사를거르는사람이늘어나영양부족을걱정하는판국이다.그럼에도뚱보가눈에자주띄는것은뚱보를부끄럽게생각하지않는개인의인식과뚱보를꺼리지않는사회의인식이합쳐진까닭이아닌가싶다.

한국에선개그맨김형곤씨의사망으로‘무리한운동은건강에안좋다’는인식이확산되는모양이다.여기에덧붙여뚱보를둘러싼과도한기피의식을다시생각하는기회가됐으면한다.외모문제에관한한,지금한국은확실히비정상이다.

경기장의치어리더

선우정조선일보특파원(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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