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7.05.2300:27
미란씨가슴도예외없이내려앉았다.말이전업주부지,학원비라도벌요량으로할인마트에서알바를뛰는‘반업주부’미란씨의신조는있는집엄마들쫓아가다가랑이찢어지느니학교근처엔얼씬도안하겠다는것.그래도‘스승의날’만큼은꽃한송이들려보내곤했는데,올해는그마저도까맣게잊어버린것이다.
5월이가기전찾아뵙고만회해야한다는일념으로미란씨는장롱서랍부터뒤지기시작했다.언젠가남편이갖다준오만원짜리구두상품권한장,아들공부열심히하면주려고꼬불쳐둔만원짜리문화상품권세장이전부.언제한번멋들어진선물들고선생님을찾아뵐수있나하는생각에와락설움이밀려왔다.
이때전화벨이울렸다.“들기름짰는데한병갖다주랴?”수원사는친정엄마다.“지금들기름이문제유?남속타는줄도모르고….”억척딸이웬일인가싶어꼬치꼬치캐묻는노모에게이러저러사정을털어놓던미란씨,제설움에겨워눈물을터뜨린다.
사건은이튿날발생했다.“어마마마,학교다녀왔슴당~”어쩐일로애교까지섞어인사하는아들녀석뒤로힘차게팔을저으며들어서는이있으니친정엄마김순애씨!“우리손주학교다녀오는길이다”하며벙글벙글웃는노인네모습에기가딱찬다.“엄마가왜?그리고비…빈손으로갔단말이에요?”
칠순노모의대답이경쾌하다.“빈손으로어찌가냐.너주려짜놓은들기름들고갔지.”“내가못살아.우리선생님명품족이래.”그래도눈하나꿈쩍않는순애씨다.“명품이따로있냐?짝퉁천지인세상에내손으로직접짠들기름이명품이지.교직원식당에서점심밥까지대접받고오는길이다.”
친정엄마는전혀새로운뉴스도전했다.“따질건따진다고아이들그림은왜타박하시느냐물었지.첨엔뭔말인가싶어눈이동그래지셨다가는깔깔깔웃으시더라.종례시간만되면가정통신문에낙서하며떠드는녀석들있어따끔하게본보기로삼았더니그런소문이난모양이라며.명품족은무슨.수더분하니자상한아줌마이시더구만.떠버리여자들말듣지마라.자고로혼자서소설쓰는게우울증으로가는지름길이다.”
“근데학교까지갈용기는어디서났수?외손주는방아깨비라더니.”
“손주때문이냐?내딸눈물흘리는꼴나는못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