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계 소식

[장한나칼럼]내생애첫지휘봉잡던날 장한나첼리스트

  • 입력:2007.07.2022:52/수정:2007.07.2022:53
  • ▲장한나첼리스트
  • 지휘데뷔를앞두고나도모르게긴장했다.첼리스트로수없는연주회를가졌지만,내생각을내손과내악기를통해소리로만드는것이아니라,생전처음만나는100명의단원들과공유하고그들의마음을통해소리로만드는건쉽지않았다.그때문인지리허설을며칠앞두고평소에잘걸리지않는감기에걸렸고,리허설첫날에는급체까지걸렸다.

    지난5월성남국제청소년관현악페스티벌에서한국과중국,독일의대학생연주자들로구성된연합오케스트라와의지휘데뷔무대였다.

    상설오케스트라가아니라연합악단이다보니연습을위해다함께모이는것부터생각만큼쉽지않았다.연습기간은사흘에불과했고,연습첫날처음만난단원들은연주할곡들을한번도연주해보지않았다고했다.우리에게는자유롭게의사소통을할수있는공통언어도없었다.

    우리가연주할곡들은프로코피예프의교향곡1번과베토벤교향곡7번등이었다.하루에7시간씩연습하며맹훈련을시작했다.대화가어려운만큼서로의마음을읽고이해하기위해더애썼다.음악은언어가필요없는예술이라고믿고,음악에우리의마음을맡겼다.

    작곡가가원했던소리를찾기위해상상력을동원하라고했다.그소리를찾기위해우선안개를,안개에싸여있는성안의공주를,위대한장군의노여움과죽음을그려보라고했다.

    친구가전화로슬픔을호소할때대답해줄목소리와억양을악기를통해소리로표현해보라고요구했다.악기를통해“사랑한다”고마음을다해첫사랑에게고백하라고했고,상대가날싫어하는데도불구하고끝까지다가가보라고했고,마침내지쳐서“나도네가싫다.이제끝이다”라고담판을지으라고했다.공통으로구사하는언어가없었기때문에최대한간단하게영어로설명하며,온몸으로춤추고목이쉬도록말하고노래하고소리지르며의사소통을시도했다.

    그러자비로소단원들은웃음을터뜨리며흥미를보였다.이때부터하루종일우리가지니고있는실력과씨름하면서연주를다듬어나갔다.어느새나는긴장감을모두잊고서단원들을“우리아이들”이라고부르기시작했다.

    작곡가가원했던느낌을단순히연주자가다시표현하는것을넘어서,그느낌을뼈저리게느끼고본인만의감정처럼아무런의문없이확신할때다른사람의마음을움직일수있는소리가연주자의악기로부터나온다고믿었다.오케스트라역시마찬가지였다.

    연주당일,우리단원들은정말기대이상으로훌륭하게연주했다.첫리허설부터지켜본분들은‘기적’이라고하셨다.단원들과나는한마음으로최선을다했기때문에,함께무대에서연주하던그순간을만끽했다.우리앞에놓여있던어려움이오히려우리로하여금더욱더집중하고마음의문을열도록도왔다는건신기하고도감사한경험이었다.결국음악은모든어려움을뛰어넘는어마어마한힘이다.

    첼리스트가왜지휘를할까.호기심일까외도일까.앞으로도꾸준히지휘를할까.많은분들이내지휘데뷔를앞두고궁금해하셨다.나는나의음악활동이나를키워준사회에대한보답이돼야하는것아닐까하는생각을할때가있다.이런보답의마음을첼로음악의영역을넘어오케스트라라는악기를통해나누고싶었다.

    솔직히내가새로도전하고있는지휘자라는역할이어떻게진행되고발전할지는나도잘모르겠다.다만,앞으로도기회가닿는대로,청소년음악인들과함께음악을공부하고연주하는자리를많이갖고싶다.첫사랑은잊지못한다고하듯,나의첫오케스트라는영원히잊지못할것같다.

  • 미운털박힌남편과는달리‘제2의칼라스’로사랑받아 ‘지난해공연앨범’최근국내소개 클래식ABC:미워할수없는소프라노‘안젤라게오르규’ 김성현danpa@chosun.com
    입력:2007.07.2023:59
  • 로베르토알라냐(Alagna·테너)와안젤라게오르규(Gheorghiu·소프라노)는‘세기의성악커플’로꼽힌다.이탈리아밀라노오페라팬들의부부대접은엇갈렸다.아내게오르규에게는따뜻한박수를보냈지만,정작남편에게는가혹할만큼차가운야유를보냈다.

    지난해4월,아내게오르규가밀라노의라스칼라극장에섰다.이극장데뷔리사이틀이었다.‘오페라본산’의자존심을의식한듯게오르규는“라스칼라에리사이틀로데뷔하는건용기가필요한일”이라고말했다.230년역사의라스칼라는베르디의‘나부코’와‘오텔로’,푸치니의‘나비부인’을비롯해이탈리아오페라걸작을여럿초연한명문극장이다.

    첫곡마르티니의‘사랑의기쁨’부터게오르규의목소리는편안하기그지없다.나나무스쿠리(Mouskouri)와이본느프랭탕(Printemps)의목소리로잘알려진그곡이다.까다로운고음이나기교없이,피아노한대를벗삼아게오르규는‘세레나데’(구노)와‘사랑의노래’(비제),‘엘레지’(마스네)등루마니아의음악학교시절부터즐겨불렀던노래들을이어갔다.당시공연실황이최근음반‘안젤라게오르규-라스칼라라이브’(EMI)로국내소개됐다.

  • ▲지난해라스칼라극장에서리사이틀을가진소프라노안젤라게오르규의음반표지./EMI제공
  • 하지만불과8개월뒤,같은극장에서남편알라냐는곤욕을치렀다.오페라‘아이다’(베르디)의주인공라다메스장군역을맡아1막1장의유명한아리아‘청아한아이다’를불렀지만,밀라노관객들의혹독한야유가쏟아졌고참다못해공연도중퇴장했다.대역테너가청바지차림으로무대에뛰쳐나오는촌극을빚기도했다.콧대높은이곳의오페라팬들은성악가가조금이라도실수하거나맘에들지않으면야유와조롱을퍼붓는것으로악명높다.

    아내게오르규는1994년런던로열오페라하우스에서베르디의‘라트라비아타’로화려하게등장한이후,‘제2의칼라스’로불리며1990년대최고의디바(diva)로평가받았다.알라냐와‘라보엠’을함께공연하며사랑에빠졌고1996년뉴욕에서결혼식을올렸다.

    하지만이들부부는잦은공연취소와오페라극장과의충돌로세간의입방아에오르기도했다.2000년대안나네트렙코(Netrebko)처럼더나이어린소프라노들이속속등장하면서,모두가‘게오르규의위기’를말하기시작했다.팬들의마음이쉽게돌변하는건,오페라라고크게다르지않다.

    마흔둘의이소프라노는이제라스칼라무대에서마치초심(初心)으로돌아간듯하다.단순하고쉽고친숙한곡들을진솔하게부른다.까다롭기그지없던밀라노팬들도그의노래에열광에가까운환호를보낸다.감동은꾸밈이나화장기가아니라솔직함에서비롯된다.그걸이번음반이보여준다.

  • -Copyrightsⓒ조선일보&chosun.com,무단전재및재배포금지-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