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7.08.0722:24
1950년겨울미군야전병원.새벽4시,머리에붕대를감은15살의한피란민소년이영어단어를외우며공부에여념이없었다.야전병원이라24시간불이켜져있는것이소년에겐축복과같았다.“강묵아,넌잠도안자냐?“아까3시간잤잖아요.”
조강묵(72)범양건영사장은그렇게영어공부를시작했다.강원도양구에서홀로월남했던소년은북진하던미군을따라고향으로돌아가다교통사고를당해미군병원으로갔다.한미국간호사가귀엽게여겨영어를가르쳤는데,ABC도모르던소년이한마디씩문장을말하기시작했다.간호사는미국초등학교교재까지본국에서공수받으며본격적으로영어를가르쳤다.
매일새벽3시30분이면일어나사전을폈던중학생은1년만에‘소년통역병’이됐다.“악착같이공부했지.사전이너무너덜너덜해져서1년에한번씩바꿀정도였어요.”
“비결이뭐가있나.성실,근면이게다야.직원들에게항상말해요.‘똑똑한사람이꾀부리는것보단,모르는사람이열심히하는게낫다’고.”
범양건영은작년매출2000억원의중견건설사로최근베트남과카자흐스탄,두바이등지에서활발한건설활동을하고있다.그가일흔이넘은나이에해외시장에서뛸수있는것도미군야전병원에서부터시작된영어와의인연때문이다.
“성균관대영문과재학중이던1961년에군대를갔더니카투사(우리나라에주둔하고있는미국육군에배속된한국군인)란게있더라고.당시만해도영어할줄아는사람이드물었잖아.내가뽑혔어요.”
군대에서도새벽3시30분에일어나공부하는사람을누가당할수있을까.당시카투사는1년만미군에서복무한뒤한국군으로돌아가야했지만,조사장은미군이놓아주지않아미군부대에서만기제대를했다.
“부대에서시설담당을했는데,그때처음으로건축설계도면이란걸봤어요.그래서건축공부를했죠.”건설업과의첫만남이었다.제대후건설기자재회사를거쳐1977년범양건영에입사해,지금까지건설업한길을걸었다.특히미군건설사업에서그는탁월한성과를거뒀다.
칠순을넘겨이제좀풀릴만한데조사장은더자신에대한고삐를죈다.“요즘에도새벽3시30분에일어나면CNN을30분~1시간씩봐요.영어는안하면잊어버리잖아요.그리고4시부터1시간동안신문을보죠.”회사엔6시면도착한다.
그는요즘점점더바빠진다고했다.7월에는카자흐스탄,이라크,두바이에20일쯤머물렀고,8월에도카자흐스탄과하와이에각일주일안팎씩가야한다.
“힘이있는한끝까지일을하고싶어요.내가사랑하는회사에도움이될수있다면,뭐든좋지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