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7.08.1922:45
신정아전교수의학력위조사건이후,연일터져나오는유명인사들의학력논란을지켜보면서우리사회에서학벌주의와거짓말이얼마나뿌리깊은지새삼절감했다.논란의당사자들은실력보다학력을중시하는학벌주의의희생양쯤으로이해받기를바라겠지만,모든책임을사회탓으로돌리기에는그들의허물이너무나커보인다.학벌주의의폐단을인정하더라도,학력위조논란의당사자들은학벌주의를적극적으로이용하거나부추긴가해자이지,동정을받아야할만큼무고한피해자는아니다.
대다수의선량한사람들은설령학력때문에차별을받고있다고느끼더라도편견을극복하려고노력할지언정학력을속이지는않는다.학력으로사람됨됨이를판단하지도않고,가짜학력으로사사로운이익을추구하지도않는다.정직한다수의노력이어리석은일이아니었음을보여주기위해서라도,학력을위조한사람들은응분의책임을져야한다.
전국민이유년기의대부분을입시준비에허비하고,생활비의태반을교육비로지출하고,학력과무관한영역에서일가를이룬사람들조차학력덧칠에나서는것을보면대한민국은확실히학벌사회라고할수있다.하지만명문대박사출신시간강사나비정규직연구원에대한사회적냉대를생각하면도대체대한민국에서‘가방끈’이나학벌이무슨소용이냐는생각이드는것도사실이다.우리사회에서학벌은그자체로가치있는것이라기보다부,권력,인기를얻는도구로이용되어왔고,학력위조논란의당사자들은그도구를누구보다도적절히이용할줄알았다.
소위명문대학출신중에학벌에집착하는사람이없지않다.학벌(학력)외엔내세울만한실력이없는사람들이특히그렇다.하지만학력에의한차별이존재한다는점을인정하더라도,변변치못한학력때문에실력을제대로평가받지못해어쩔수없이학력을위조했다는변명은궁색하게들린다.노력과희생없이는학력도얻을수없을뿐더러,지금도진정한실력자는학벌에상관없이실력을인정받고있기때문이다.대학을중퇴한소설가이문열이한때대학교수로활동했다고,중학교졸업학력이전부인소설가장정일이대학교수로임용되었다고누구도이의를제기하지않는다.성철스님이중학교밖에다니지않았다고그분의깨달음과가르침을부정하는사람은아무도없다.
허위학력을묵인하거나방조해온대학도반성해야한다.가슴아픈일이지만,일부대학은학력을위조한유명인사와암묵적으로공생해왔다.대학은가짜학위를검증하기는커녕그들을두둔하기에바빴고,그들의유명세를대학홍보에적극적으로이용해왔다.고졸학력조차의심받는인사가무사히박사학위를받는대학이학생선발의자율성을주장한다면도대체누가그말에귀를기울여주겠는가.이번논란을계기로유독유명인사의입학과학사관리에너그러웠던대학의관행은사라져야할것이다.
학력위조논란의핵심은거짓말이지학벌주의가아니다.학력을위조한사람들에게일말의동정심을갖게되는것은그들이학벌주의의희생양이기때문이아니라그들보다더큰거짓말을하고도건재한사람들이있기때문이다.학력위조논란을계기로큰죄의식없이학력을부풀려온관행아닌관행은대폭줄어들것이다.하지만우리사회에서거짓말이만연한영역이어디학력뿐이겠는가.학력위조논란은용서하고덮어둘것이아니라다른영역에까지확대돼우리사회에서더이상거짓말이발붙일수없도록해야한다.진실하게사는사람들을모독하는세상이돼선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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