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굿판의 정치’는 거두어라
[아침논단]‘굿판의정치’는거두어라
  • 이영훈서울대경제학부교수
    입력:2007.10.0822:39/수정:2007.10.0823:20
  • ▲이영훈서울대교수
  • 종교사회학자들에의하면한국의종교문화는아폴로형이라기보다디오니소스형이다.아폴로형이이성,질서,자제,균형,주체의문화라면디오니소스형은감성,열정,몰입,황홀,의탁의문화이다.디오니소스형종교문화의역사적기원은고대로부터내려온무속신앙에있다고한다.굿판에서벌어지는무당의신들린춤을연상하면된다.종교사회학의이같은발상은한국의정치를포함한문화일반의연구에도적용될법하다.디오니소스의별명이술의신바쿠스이다.다알다시피한국인의술소비량은세계적이다.또한한류문화가국제적으로인기를끌고있다.그한류의기초에는한국특유의신바람이있다고한다.이런몇가지입증만으로도한국의문화가디오니소스형임을납득하기는어렵지않다.

    한국의현대정치사는아폴로와디오니소스의충돌과경쟁과정이다.경제발전의초기에는분배보다성장에우선해서떡덩어리를키울필요가있다는차가운논리가아폴로라면,분배를중시하면경제성장이더잘된다는인기좋은주장이디오니소스이다.남북통일은아무리시간이오래걸리더라도북한이자유시장체제로변하기를기다릴일이라는별인기없는주장이아폴로라면,‘우리민족끼리’정신에입각하여성심껏퍼주면북한이변할것이라는낙관이디오니소스이다.박정희이래의근대화세력이아폴로를대변한다면,4·19이래의민주화세력은디오니소스를대변한다.

    5년전의대통령선거는감성,열정,몰입,황홀,의탁의디오니소스형정치가최고조에달한선거였다.월드컵에서4강에오르자그신화의여세를몰아축구협회회장이출마하여선거의판세를갈랐다.이동중인미군장갑차에두명의여중생이불행한사고를당했는데,그일로수만개의촛불이광화문에밝혀졌다.그역시선거의판세에지대한영향을미쳤다.차떼기라는한심한작태를벌인한나라당의잘못은매우컸다.그참에온갖사기꾼들이국민을상대로뻔뻔스러운거짓말의행진을벌였다.노무현여당후보는가난하고불쌍한사람들을위한다며눈물을흘렸다.그는강원도휴전선근방의어느마을을찾아대통령에당선되면북한의김정일위원장과상의해서이따위철조망은걷어치우겠다고했다.이모두가아폴로적이성으로설명할수없는디오니소스적바람이었다.

    두달밖에남지않았는데올해의대통령선거에는아직도바람이불지않고있다.웬일일까.한국인들이아폴로적으로변신한것일까.5년전어느사장님은디오니소스형사원의채용은극구사양하면서대통령은디오니소스적으로찍고말았다.그러고선5년내내손가락을쳐다보며고민하였다.송창식의노래처럼술마시고노래하고춤을춰봐도가슴에가득한슬픔은어쩔수없는법이다.엑스터시의신바람도깨고나면허망할뿐.바람이스치고간자리는늦가을의낙엽동산처럼스산하기만하다.지난5년간한국인들은그바람으로휑하니뚫린가슴을앓아왔다.그러고선새삼스레깨달았던가.디오니소스의바람은아폴로의지성을대신할수없다는것을.

    지난5년간새천년민주당,열린우리당,대통합신당등으로이름도외우기힘들정도로현란하게당을부수고새로지어온집권여당이내홍(內訌)에휩싸였다.바람을일으켜보겠다고300만명이나되는선거인단을모집하다가온갖형태의허수(虛數)와부정이끼어든모양이다.가까스로사태를수습한들식어버린지지자의마음에신바람이일것같지는않다.바람의정치인노무현대통령이평양을다녀왔다.철조망을걷어치우겠다는공약을지키기위해서였겠지만식어버린굿판에신바람을일으킬속셈도없지않았을터이다.그런데손님을맞는김정일의표정에짜증이서려있다.개혁·개방을이야기하지말라고했던가.그러자노대통령도그렇게이야기하지말자고했다.그렇다면무엇때문에북한에성심껏퍼주어야하는가.햇볕정책은파탄이났는가.이래저래아폴로적고민으로깊어가는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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