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다키우고‘즐거운인생’찾아… “♪She’sgotit.Yeah,baby,she’sgotit.♬”지난16일저녁9시인천광역시중구인현동의음악학원연습실.‘둥둥!두둥!탕!~’김정미(여·48)씨의드럼소리가요란하게퍼지자서순희(여·44)씨가허스키한목소리로록그룹‘바나나라마(bananarama)’의히트송‘비너스(Venus)’를시원스럽게뽑아냈다.
빨간재킷·망사옷에귀걸이·목걸이걸고…
입력:2007.10.2000:39
안혜숙(여·48)씨의손은빠르면서도부드럽게건반(키보드)위를움직이고,김오현(여·46)씨의베이스기타연주가나지막하게깔렸다.
인천에사는주부4명이지난해6월결성한아줌마밴드‘화려한외출’이화려한외출을위해맹훈련중이다.밤늦도록연습에몰두하는이들의모습은마치이준익감독의영화‘즐거운인생’의한장면을보는것같았다.
이들은다음달10일오후7시인천서구‘7080Live서인천공개홀’에서열리는‘사랑나눔자선콘서트’를눈앞에두고있다.여기서모금한돈은인천계산동의홀로사는노인들에게전달하기로했다.
연습은매주화·목요일밤9시부터11시까지.활달한아줌마들이지만연습할때수다는절대안된다.이들이공연을할때는화려한변신을한다.
드러머김정미씨는큼직한귀고리에파란망사상의를즐겨입는다.리드보컬서순희씨는황금빛아이섀도에목걸이를겹겹이두른다.키보더안혜숙씨는빨간색을좋아한다.붉게반짝이는입술에빨간가죽재킷을입는다.아이보리색정장에진주목걸이를두른김오현씨(베이스기타)에게서중년주부의중후함,관록같은분위기가묻어난다.
“우린아줌마지만가끔일상에서탈출하는여성밴드죠.연주에몰두하면모든스트레스가단번에날아가버려요.”(서순희씨)
◆록밴드멤버가되기까지
드러머김정미씨는현재고3엄마다.남편은건설회사를운영하고,아들(25)은중앙대창작음악과4학년이고,딸이입시를앞두고있다.두자녀중아들을대학에보내고나니어느정도시간이생겨2년전부터드럼을배우기시작했다.“드럼은마치한여름에쏟아지는소낙비소리같아서연주할때면모든근심을다날려보내는것같은희열을느낍니다.”집에만있던엄마가드럼을치고공연을하니까가족들이더좋아한다.남편김형규(49)씨는“요샌나보다우리마누라가더유명해”라고말했다.
키보더안혜숙씨도회사원딸(25)과군대간아들(22)을둔전업주부다.초등학교5학년때부터배운피아노실력을바탕으로학창시절합창대회반주도하고노래부르는걸좋아했다.하지만결혼한뒤음악을접고평범한주부로지냈다.그러던어느날아들이기타를사달라고해서우연히악기사에갔다.그때악기사주인이었던서순희씨를처음만났고,서씨의제안으로밴드에합류하게됐다.
베이시스트김오현씨는26년째피아노학원을운영하면서큰아들노기상(23·중앙대작곡과2학년)군과작은아들기평(18·단국대생활음악과색소폰전공1학년)군을키워낸일하는엄마다.가정주부로,학원선생님으로정신없이살다가새로운삶에눈을떴다.
그역시학원에서쓸리코더와하모니카를사러서씨의악기사에갔다가베이스기타를맡게됐다.경찰관인남편노국환(49)씨는김씨의든든한후원자.지금은경북예천경찰서에서근무하고있어곁에서도와주지못하지만공연때마다찾아와응원해주고캠코더로동영상도찍는다.리더이면서밴드의막내인보컬서순희씨는인천에서20년째악기사를운영하고있고,4명중유일하게결혼을하지않은올드미스다.대신서씨는밴드의살림살이를챙긴다.
‘화려한외출’은그동안인하대축제,썸머락페스티벌(인천밴드연합주최),결식아동돕기사랑의락콘서트,인천시민문화예술공연등주로인천지역에서열리는행사에초대돼약30번공연을했다.
한번에30만~50만원정도받는출연료는백혈병어린이,결식아동돕기등에전액기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