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선영상미디어이경호기자
입력시간:2007.10.2508:34
해질녘하늘을가리는밥짓는연기…바람이스며들며덜컹거리는문풍지소리까지…조금은허술하고낡은곳이지만갈라진벽틈새로옛이야기피어오르는곳…
고택에갈때챙겨야할단한가지…유유자적의마음가짐뿐입니다
‘한치두치의꼼꼼한계산으로는이룰수없는생의심연,그것을알고있는사람들은나무를깎는정밀한대패소리보다밤의문풍지소리를사랑하게될것이다.’이어령의‘우리문화박물지’는우리전통가옥의‘문’(門)을이렇게묘사했습니다.
옛날집,고택(古宅)에서하룻밤을묵어보면그의문장을수긍하게됩니다.사람들이들고나는누마루,반들반들한섬돌과해질녘하늘을가리는밥짓는연기,바람이스며들며덜컹거리는문풍지소리까지….조금은허술하고낡은곳,갈라진벽의틈새를바라보며상상력으로옛이야기를떠올려하는수고로운즐거움이‘고택’엔있습니다.‘고택체험’을떠날때챙겨야하는것은오직하나,유유자적(悠悠自適)의마음가짐뿐입니다.
달궈진아랫목에몸을뉘인초가을새벽,닭우는소리에선잠을깼다한들다시잠들어도누가뭐라하지않으니까요.찬물로세수를하고,소박한밥상을안에들여놓는약간의번거로움을감수할수만있다면고택에서빈둥거리며하루를보내도좋답니다.
외로워할필요도없습니다.고택(古宅)은고택(孤宅)이아니니까요.사람이드나들지않는한옥은3~4년이면삭지만,사람손을꾸준히타는전통가옥은수십년이지나도생명력을유지할수있다고합니다.그러니가족또는그리운누군가의손을잡고고택을찾아가는것은사람의손길을기다리다지친오래된집에게도,도심의단단한현대건물에지친당신에게도모두위안과휴식을주는‘상부상조(相扶相助)’의여행일수도있습니다
어느새하루가저문다
농암이오랜벼슬살이를마치고고향에내려와지었다는‘농암바위에올라와보니늙은눈이오히려더밝아진다’는시조구절을가슴에절로와닿게하는집이다.청량산과건지산,강모래톱을끼고선이우아한옛집의솟을대문을열고들어가봤다.
농암고택에서도가장눈에띄는곳은대문정면에서있는별채‘긍구당(肯構堂)’.고려시대때농암선생의고조부가지은건물이다.화백이나문인들이종종찾아와묵는곳이다.조선시대명필신잠(申潛)이글씨를쓴현판이우아하다.누마루에올라서면퇴계이황이오가며‘도산십이곡’을지었다는‘예던길’(시조에선‘녀던길’로표기됨.진리의길이라는의미로쓰였다)과강물이아련하게내려다보인다.주인이씨가“이곳의아름다움을제대로즐기려면이곳누마루에앉아하루종일아무생각없이빈둥빈둥대야한다”고무심하게말했다.
농암고택에서의하루를제대로즐기려면새벽녘과해질녘의풍광을놓치지말것.창호지를바른문틈사이로희뿌연아침빛이스며들무렵에잠을깼다면잠시마당으로나갔다올것을권한다.아침물안개가자욱하게고택을덮는다.해질녘엔밥짓는연기위로떠다니는주홍빛구름을볼수있다.경치는단풍이청량산을뒤덮기시작할무렵인11월초,산벚나무가꽃망울을터트리는5월초가가장좋다고.
묵을수있는방은총12개.별채와사랑채,대문채,긍구당을개방하고있다.가장인기있는긍구당은하룻밤에4인가족기준으로10만원.작은중간방과마루,내부에있는화장실까지함께빌리는비용이다.별채의작은방은하룻밤5만원,대문채의작은방은하룻밤4만원이지만,공동화장실(수세식)과세면실을사용해야한다.주말엔인터넷이나전화로미리예약하지않으면방이없는경우가많다.세면도구와수건은준비해야한다.
안동에서35번국도를따라도산서원과오천유적지를지나,봉화로접어들기전‘예던길’로들어서면농암고택이나온다.문의(054)843-1202,www.nong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