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은 억울하다
[전문기자칼럼]신사임당은억울하다 박선이여성전문기자sunnyp@chosun.com 2007.11.0622:44

    ▲박선이여성전문기자

신사임당을5만원권새지폐인물로선정한것을놓고일부여성운동가들이반대목소리를높이고있다.신사임당이가부장적가치관에기초한‘현모양처’이데올로기의간판인물이며,현대여성의역할모델로적합하지않다는것이다.한페미니스트단체대표는“(신사임당등장은)우리나라가문화적으로후진국이라는것을세계에공표하는것”이라고까지말했다.

신사임당은과연21세기한국에서,그리고알파걸(모든면에서뛰어난젊은여성)세상에서,시대정신을거스르는인물인가.화폐인물이그나라의가치와세계관,미래에대한비전을담은국가적상징이라는것을인정할때,고액권화폐에여성이들어가야한다고주장해왔던여성계일부에서지금나오는신사임당반대목소리는고개를갸웃하게하는구석이많다.

먼저,신사임당이현모양처이며가부장적상징인물이어서안된다는주장은여성주의(Feminism)의미덕인‘전복적상상력’에얼마나충실한것인지의문이다.신사임당이국가적여성위인으로떠받들어진것은1970년대중반부터다.10월유신을정당화할국민적정신교육소재가필요했던당시정부는국난극복의성웅(聖雄)이순신과짝을이루는‘겨레의어머니’로신사임당을내세웠다.그의고향인강릉에사임당교육원을세우고전국에서학도호국단여학생간부를불러모아정신교육을시켰다.

실제의신사임당은그러나그런의미에서의현모양처가아니었다.우선,그는오늘날까지작품과이름을남긴몇안되는여성예술가중한사람이다.남편을모시고자녀를키우느라자신을희생하지도않았다.그는결혼직후부터십수년을친정에서보냈고남편이있는서울을떠나강원도평창과경기도파주에살며예술작업을평생놓지않았다.남편이헛되이권력주변을맴돌때이를말렸을정도로자기주장이확고하고현철했다.그런점에서미국의선구적페미니스트베티프리던(Friedan)이제시했던,아내와어머니에자신의존재를한정하기를거부하는여성해방의모습과닮아있다.

그렇다면‘겨레의어머니’로‘가부장사회의현모양처’로그에게덧씌워진잘못된꾸밈을벗겨주는데오히려페미니스트들이앞장서야하는것아닐까.20세기신사임당의정치학은여성을남성의보조자이며세대를잇는모성으로고정하는가부장권력의산물이었다.그는헌신적인아내로,그리고자녀생산과양육의성공담으로신화화되었고,그신화는이번한국은행의인물선정이유(자녀의재능을살린교육적성취)속에고스란히살아있다.

신사임당은억울할것이다.그를시대와맞서자신의삶과예술을지켜낸여성으로재해석할책무가이제한국의페미니스트들에게,페미니즘에있다.이순신장군이박제된성웅에서역사의격랑에맞서고뇌하는한인간존재(김훈소설‘칼의노래’)로진화해온지난30년동안,신사임당은가부장여성신화의주인공에서벗어나지못했다.그책임의한조각은페미니스트를포함한여성지식인들도나눠가져야한다.

여성의‘주체성’을강조하는현대페미니즘의눈으로조선중기의신사임당을들여다본다면,오늘의여성들이성취해내는자기실현파워의실마리를그에게서찾아낼수도있을것이다.21세기여성의역할모델로신사임당이적합한지아닌지는그를누구의눈으로보아내는지에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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