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리히텐슈타인 잘 아세요?
[아침논단]리히텐슈타인잘아세요?
김은령월간럭셔리편집장·번역가

▲김은령월간럭셔리편집장
지난몇년사이한국은아니정확히말하자면서울은미술을즐기기에꽤괜찮은도시가되었다.파리나뉴욕까지가지않더라도세계적으로화제가되는작가들의전시를감상할수있으니말이다.그런데최근들어대규모전시의주인공으로등장하는작가들은고흐나렘브란트,르누아르처럼이미잘알고있는오래전대가들이아니다.데미안허스트와캔디다회퍼,게르하르트리히터.여기에장샤오강이나웨이민준같은중국작가로대표되는’현대미술작가’들이다.

요즘트렌드를앞서간다고자청하는사람들은좋아하는영화배우의이름을대듯좋아하는현대미술가한두명의이름을어렵지않게이야기한다.대기업들은앞다투어현대미술의후원자역할을자청하고,미술품전문경매에서는현대미술품의인기가상종가를기록한다.경제적인여유가있는사람들은현대미술한점쯤소장하기를꿈꾼다.초등학교는물론고등학교까지근10년이상미술사나미술감상에대해제대로배우고공부한적이없는데언제부터우리가이렇게현대미술에열광하게된것일까?

물론현대미술에대한열광은한국만의현상은아니다.러시아와중국의신흥부자들은보석과자동차만으로는자신의부를과시할수없다는생각에앞다투어현대미술작품을사들인다.소더비와크리스티같은유명경매회사는세계적인불황속에서도높은수익을기록중이다.공교롭게지난연말부터’비자금’이란꼬리표를달고계속터진굵직한사건들이현대미술과묘하게연관되어있는바람에덩달아온국민의미술지식도높아졌으니반갑다해야할까.하지만"리히텐슈타인의작품은요즘없어서못파는지경에까지이르렀다"는국내화랑담당자의이야기가실린뉴스에는정말이지고개를저을수밖에없다.흰캔버스에점몇개,선몇개그려진작품,동물의시체와배설물을소재로활용한작품앞에서당혹감을넘어서좌절감을느낀다.

‘현대미술은난해하기그지없다’고무관심으로일관하던사람들이갑자기이렇게뜨겁게현대미술에관심을보이게된것은’돈’이개입하면서부터였다.요즘현대미술과관련한이야기나화제대부분은돈혹은천박한자부심과관련되어있다.작품하나잘사두었더니후에큰돈이되었다는이야기에,티안내고로비하는데미술품만한것도없다는소문에,잘나가는현대작가의작품한점갖고있어야진짜부자아니겠느냐는누군가의허튼자랑이쉬지않고이어진다.

어느시대고예술가들의목표는한눈에알아차릴수있는작품을만드는것이아니라그동안무시되어왔거나잘드러나지않던가치를새로운시각으로표현하는것이다.전쟁이텔레비전을통해전세계로중계되고,인간의무지로자연이파괴되며,상식적으로이해할수없는일들이버젓이행해지는요즘예술가들은그저아름다움과기쁨만을표현할수는없게되었다.시대에대한새로운분석과통찰을,조소와비난을,유머와도전을그려내기에기존의우아한방식은어딘지충분치않게느껴져때로는거칠고낯선방식을사용한다.

하지만현대미술이라하면투기와재산은닉과로비를먼저떠올리는요즘같은때에현대미술의의미혹은미학을먼저생각하라고말하는건순진하거나어리석은주장이될지도모른다.눈앞에훌륭한작품이아무리많이늘어서있다한들머릿속에서열심히’저그림은얼마짜리일까?”사두면앞으로얼마나값이오를까?’하고부지런히계산기를두드려댄다면로스코와바스키아같은이름도그저상표에지나지않을것이다.한국이자랑하는아티스트백남준이생전에’현대미술은사기’라고말했다지만현대미술을난해하고경박한사기로만드는것은작품그자체가아닌작품을보는사람들의경박한시각이다.현대미술이우리들을고민하게만드는것이아니라우리가현대미술을고뇌하게만드는것이아닐까의문이드는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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