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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놀음을좋아하는사람들은말합니다.향후몇년간태안반도로여행을갈이유는없다라고말입니다.기름이유출된양을보라아직까지도완벽히복구되지않지않느냐라고말합니다.서해수산물은이제중국산만도못하다라고말합니다.말하는사람이누구냐에따라아직까지기름때가역력한갯바위와산호초이야기로바뀌기도하고,좀처럼문을연곳을보기힘든상점이야기로바뀌기도합니다.입밖으로내어말하지는않지만그들의머리속에는이런생각이자리잡고있습니다.
"태안은끝났다."
그런그들에게태안으로여행을가십시오라는말은신기한이야기일수밖에없습니다.그들의눈에비치는태안반도는죽어버린검은도시,태안반도로의여행청유는그저투정으로들릴지도모릅니다.여기저기서읽은기사내용을외워아는체하고,해외유사사건과비교하며혀를차는것이그들이하는일의전부입니다.그들에게세상은‘숫자’입니다.숫자는현실을상징합니다.‘현실적으로’라는말은그들에게금과옥조입니다.‘현실적으로’본다면지금의태안반도여행처럼‘비현실적’인것은없을것입니다.
하지만여기안면도가있습니다.그때의아름다움을잃지않은꽃지,방포와함께안면도가있습니다.
안면다리를지나기전바라본창밖
설연휴전날길게늘어선자동차후미등을따라꼬박4시간을달려안면도에도착할즈음,잠시잠깐태양이해를가린어둑한창밖에보인태안바다를보곤생각했습니다.
‘그대로군’
한적한해변을걷는연인들
안면도가오염되지않음에감사하며시외버스터미널에도착하자마자꽃지해변을찾습니다.알던바다르지않게이곳역시여느태안반도내관광지와마찬가지로관광객증발의직격탄을맞은곳입니다.때문에넓고도호젓한백사장은겨울바다를찾은한두쌍의커플들차지가됩니다.몹쓸말이지만이토록한적한적없었던안면도의바다는어쩌면지금이겨울바다를즐기기에최고의시간일지도모르겠습니다.
꽃지에서바라본하늘과백사장
안면읍소재지에서서남쪽으로4km쯤떨어져있는꽃지해변은길이3.2km,폭300m의백사장이있으며해변의경사가완만하고물빛이깨끗한데다가수온까지적당해여름에는해수욕을즐기려는인파들로연일북새통을이루곤합니다.물론이맘때에도겨울바다를찾는관광객들로많은사랑을받았던곳입니다.그러던꽃지해변이작년겨울에찾았던때와다르게너무도한적하여새로우리만큼낯설기까지합니다.
갈매기는안면도의생태계가파괴되지않았음을의미합니다.
관광객증발의여파로작은노점은’금일휴업’입니다.
대부분의사람들은안면도역시태안반도내에있어기름유출피해가있는것으로알고있습니다.하지만하늘을날고있는갈매기는꽃지해변과방포항이오염되지않았다는가장확실한증거입니다.주민들에게는새삼스러울것없는갈매기지만안면도역시기름피해지역으로생각한관광객들은날아드는갈매기에놀라워합니다.
이는태안반도내기름피해지역에대한구체적인정보를쉽사리접하기어렵기때문일것입니다.어쩌면지역경제의고사위기에처해있는태안반도내주민들에게가장필요한것은미비한보상보다국민들의잘못된인식을바꾸는것이선행되어야할것입니다.
어찌보면별다를것없는꽃지해변이지만할미,할아비바위가있기에특별한꽃지해변으로변모합니다.바위사이에서연출되는일몰과바위틈에뿌리를내린소나무가멋스런할미,할아비바위는‘해상왕장보고’의부하인승언장군이전쟁터에나가돌아오지않자아내‘미도’가기다리다죽어망부석이됐다는순애보의전설이전해오는곳입니다.쌩퉁맞고주책스럽지만그앞에있으니있지도않은죽은마님이떠오름과동시에묘한설움그리고애틋함이밀려옵니다.
높은하늘과함께그림한폭을만들어냅니다.
꽃다리에서바라본꽃지해변의낙조
바위사이로해가지면꽃지의바다와꽃지의하늘은온통오렌지색으로채색됩니다.이어물빠진갯벌에서날아오른갈매기와도요새가해속으로들어갔다나오는모습을보고있노라면넉넉한자연의품에안겨감탄을연발할수밖에없습니다.
‘하이라이트,하이라이트,하이라이트’
이때쓰라고있는만들어진말인모양입니다.
꽃지해변뒤에는너무도유명한’꽃다리’가있습니다.2001년8월국제꽃박람회를위해건설돼꽃지해변과가까이위치한방포포구를연결하는다리쓰여지고있으며길이57.5m,폭2.5m의규모로사람만이거닐수있는작은다리입니다.
꽃다리를사이로꽃지해변옆에위치한방포포구
꽃다리의입구
낮에는그화려함을수수함으로감추고밤이되어서야아름다움을발하는꽃다리는주위를장식하는오색찬란한불빛으로어둑한해변의밤을멋스럽게밝힙니다.또해질무렵그위에서바라본꽃지의낙조는할미,할아비바위와어우러져해변의아름다움에방점을찍습니다.거친겨울바다바람마저청량하게느껴지게하는꽃다리에서의낙조감상은‘안면도명물’이라는애칭이무색치않습니다.
눈이즐거웠으니바다에온만큼신선한해산물로배를채우러방포항으로발길을돌립니다.지금비록관광객의수가너무나도줄어버린탓에방포항주변의횟집은스산하리만큼한산한모습이지만평소의방포항이었다면분명몇시간을기다려야차례가돌아올수있었을것입니다.
방포수산에서는싱싱한활어를구입하면됩니다.
방포항의저렴하고도신선한해산물을즐기는방법은이렇습니다.먼저유명한’방포수산’에서양식한활어를구입합니다.광어,우럭,도미등모든활어가1kg에15000만원~17000원으로정찰제입니다.0.5kg정도의초과는가볍게넘어가기도합니다.아무튼내부로들어가기전에는관광객이없어해산물이신선하지않을수도있겠다는우려가있었지만외지에서의판매가잘되는지아주신선하기이를데없었습니다.
회를먹을수있는장소와재료를실비로제공하는’방포회타운’
이제회를먹을곳을찾아봅니다.’방포조개구이’옆에위치한’방포회타운’는실비를지불하고회를드실수있는곳입니다.야채와자릿세는테이블당기본4000원으로야채추가시1000원을더지불해야합니다.가격이가격이니만큼흔히말하는‘쯔께다시’일명밑반찬은전혀기대할수없습니다.실비라고부를수있는이유입니다.
정확히1만5천원어치입니다.
똘똘뭉쳐있어양이얼마않되는듯보이지만이래뵈도중간사이즈의우럭2마리의양입니다.물론고소한우럭에소주한잔빠질수없겠죠?
값싸고도신선한회로든든하게배를채웠으니건한포만감과일박일정에지친몸을이끌고하루를마무리할펜션으로찾아봅니다.안면도에는아름다운펜션이많기로유명한데꽃지해변뒤로는20여곳의아름다운펜션이위치해있습니다.
고즈넉한언덕위에위치한아기자기한펜션부터독특하고도감각적인인테리어가돋보이는펜션,카페를연상시키는내부에집채만하지만순한강아지5마리가뛰어노는펜션까지.또서해안대표비경이라불리는꽃지해변에위치한펜션촌답게어디에서도한폭의풍경화를그려냅니다.가능하다면한달간휴가라도내서일일이묵어볼까?라는망측한망상이든답니다.
집채만한데도귀여운강아지있고인테리어가너무도돋보이던펜션
펜션에피아노와BAR라니!?놀라울따름입니다.
하지만이아름다운펜션도기름유출의여파를피해갈수없었습니다.대다수의펜션은잠정폐업중이었으며영업을하고있다하더라도손님이머무는모습은찾아보기힘들었습니다.평소휴일은물론평일에도방이부족해손님을돌려보내는일이빈번했다던이곳에믿어지지않는일입니다.부디소중하게간직해온그들의터에다시금희망의빛이비추길간절히바래봅니다.
그렇게서해가주는풍요롭고도호사스런하루를보내고이튿날아침눈을뜹니다.안면하라해서안면도인지조금은지칠법도한일박여행임에도숙면탓에몸은가뿐하기만합니다.
펜션촌전경입니다.아름답지만한적합니다.그래서안타깝습니다.
일정을마무리하고마을전체를비추는따사로운햇살을받으며도로로나오지만인적없어차분한것이여전히어색하고씁쓸하게느껴집니다.언젠가는다시찾겠지요,언젠가는다시오시겠지요라말하던누군가의이야기가헛된꿈이아니길바랍니다.이토록아름다운안면도가부리는호젓함이너무도못마땅하니부디그리되길바랍니다.
지금의태안반도는사고가있기전그때의모습은아닙니다.아직까지채닦이지못한기름과주민들의공황을도시곳곳에서보고느낄수있습니다.또관광객들의외면으로인적드물고밤이되면스산하기까지합니다.
그래도태안반도를다녀왔습니다.네,태안반도를다녀왔습니다.
다들제일근사하다는수많은여행지를두고태안반도를다녀왔습니다.태안반도의여행은어떤의미였을까요?왜그많은여행지중하필그곳이었을까요?“왜사냐건웃지요”라고읊조리던어느시인을흉내내“왜가냐건웃지요”라고할밖에요.
하지만남들이사랑하지않는대상을사랑한다는것,남들이보지못하는아름다움을본다는것,남들이소유하지못한가치를소유한다는것,그러한시대역행적이고보편적가치에위배되는선민의식(善民)이야말로태안반도가자신을열렬히사랑해주는이들에게던져주는보상입니다.
그리고지금,어느날아침눈을떴을때세계에서가장사랑받는바다로돌아와있을그곳을상상해봅니다.땅의끝이아닌바다의시작인그곳에서.
자료출처:딴지일보.nomad관광청
아!근데또,숭례문은왜불타버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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