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북녀

"우리사랑맺어지게해주세요" 2년’교제’끝에프러포즈…여인"아이,몰라요"
黨의허락없인결혼불가…답변기다리는중 오윤희기자oyounhee@chosun.com

2002년개봉한영화’휘파람공주’는평양예술단의수석무용수가한국에공연을하러왔다가평범한남한청년을만나사랑에빠지는내용을다루고있다.하지만스크린에서가아니라휴전선이남북을가로지르고있는현실에서도과연남남북녀(南男北女)커플이맺어질수있을까?

30대후반A씨에겐몇년째’노총각’딱지가붙어있었다.언제부턴가주위사람들모두가"이제장가가야지"라고걱정섞인잔소리를할때마다"아직짝을못만나서그렇죠"라며웃어넘겼다.그랬던그가2년전한여자를만났다.

뽀얀피부에발그레하고복스러운두뺨을가진고전미인형인20대초반의아가씨였다.그녀를본순간A씨는가슴이설랬다.오랫동안찾아헤매던’내짝’이바로저여자인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었다.

하지만그는그녀에게선뜻다가갈수없었다.그는북한금강산관광특구에한국인관광객이머무를숙박업체를건설하기위해온한국의리조트회사소속직원이었고,그녀는금강산관광특구내한국인이운영하는전통음식점에서일하는북한처녀였다.30대후반남한남성과20대초반북한아가씨의험난한연애사(史)는이렇게시작됐다.

처음에A씨가동료들에게"저아가씨참마음에든다"고이야기했을때주변에선다들그저웃어넘겼다."열서너살이나차이나는데,이도둑놈아.""너아예친척이랑친구다버리고금강산에서살작정이냐?꿈깨라."

그러나시간이갈수록그런놀림은점차줄어들었다.그의마음이일시적호기심이아니란걸깨달은사람들은한걸음물러서서묵묵히지켜보기시작했다.

공사가완공될때까지금강산관광특구에서생활해야하는A씨는걸핏하면그식당을찾아갔다.주변이철책선으로둘러싸여북한주민들과철저히단절된곳에서생활해야했던A씨에겐그곳만이외로움을달랠유일한장소였다.

음식을나르는북한아가씨도단골손님인A씨가싫지않은눈치였다.A씨가식당을찾는횟수가늘어나면서어느새그를보는아가씨의두뺨도자주발그레하게물들었다.행여그녀가음식을나르지않을때면식당을함께찾은A씨의동료들이주인에게"○○동무가오늘안보이네.좀불러주면안됩니까?"라고부탁해서둘의만남을주선했다.

하지만그들이머무르는곳은어디까지나북한.철저한보안때문에식당밖으로나가오붓하게데이트를한다는건꿈도꿀수없었다.식당에서근무하는종업원들은모두당이선발한출신성분이좋은처녀들이었고,매일출·퇴근때마다버스가식당앞으로와서종업원들을모두태워숙박소로데려갔다.이곳종업원들은손님과단둘이서만개인적인이야기를하는것도금지돼있었다.

그럼에도청춘남녀의오가는감정을막을수는없었다.그렇게안타깝고아슬아슬한2년여의시간이흐른후A씨는마침내결단을내렸다."그래,나그녀랑결혼할거다."그녀에게몰래결혼이야기를꺼냈을때북한아가씨는얼굴이빨개지며"아이,몰라요"라고웃기만했다.

그녀로선당의허락없이남한남성과결혼해살겠다는건항명(抗命)이나마찬가지였고이말이새어나갈경우자칫하면경고이상의조치까지당할수도있기때문이다.그러나그녀는결코"싫습네다"라는말은하지않았다.

처음엔그를놀렸던주변사람들도이젠’최초부부’가될지도모르는남남북녀커플을응원하고나섰다.A씨의회사는관광특구에입주한회사들을상대하는북한회사에최근사업상필요한문제들을건의하면서이둘의결혼문제를은근히제시했다.담당회사는북한상부기관에이문제를다시전달한후현재답변을기다리고있다.몇달이될지,몇년이될지모르는지루한기다림이다.답이온다해도결과가긍정적인지도확신할수없다.

A씨의상사인B씨는남남북녀의연애과정을처음부터지켜봤다.그는"솔직히둘의결혼이이뤄지면봇물터지듯이비슷한일들이생길텐데과연북한정부가허락할지는의문"이라며"청춘남녀가로미오와줄리엣이되는상황이안타깝다"고말했다.


북한여성들(야후이미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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