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가을
짧아서더아련한깊어서더그리운가을

가을이깊어갑니다.고개를돌리는곳마다아름다운풍경으로가득한계절입니다.가을여행의진수는단풍이라지만,가을을아름답게치장하는것이어디단풍만이겠습니까.서늘하고청명한대기와수묵화같이피어나는아침안개,가을걷이가끝난논두렁에가지런히놓인볏짚.낙엽을모아태우는구수한내음.잎을다떨군감나무가지에가득매달린감의주홍빛선명한색은또어떻고요.이런풍경들이야말로‘진짜가을’에어울리는것들이지요.이런가을풍경앞에서면몸은물론이고마음까지도촉촉하게적셔집니다.

가을은다른계절보다짧게허락돼있어더각별합니다.이맘때면늘마음이바쁩니다.당도하자마자곧떠나버리고마는가을을어디서맞이하고또배웅을해야할지….바쁘게‘가을을전망할수있는곳’을찾아나선길이었습니다.

되도록인파들로북적이지않는호젓한곳을찾았습니다.떠들썩한행락지의분위기보다,때론쓸쓸하게느껴질정도의호젓한분위기가가을을맞이하고또보내는데더걸맞다는생각때문이었습니다.

충북영동군황간면.그곳에가을을굽어볼수있는아름다운암자가있습니다.호젓한가을의정취로가득한절집‘반야사’는부드럽게흘러내리는석천의물가에조용히서있었습니다.반야사에서석천을끼고더가서타박타박계단길을따라깎아지른벼랑을오르면‘가을을내려다볼수있는’암자문수전이있답니다.석천의맑은물가에서올려다보는벼랑위의문수전모습도빼어나지만,문수전에올라단풍잎곱게물든계곡사이로맑은물이흘러내리는풍경을내려다보는맛이야말로최고였습니다.

꼭반야사로가는길만은아닙니다.충북영동땅에는지금‘가을아닌것’이하나도없습니다.산에는울긋불긋단풍들이물들었고,길가에가로수로심어진감나무에매달린주홍빛감은가을볕아래말랑말랑홍시가돼가고있습니다.

가을걷이가막끝난논은이불을덮은듯포근한볏짚을덮고있습니다.화룡점정과도같은정자가서있는월류봉도가을색으로완연하고,영국사의1000년묵은은행나무도이제샛노랗게물들고있답니다.

저물녘금강변의작은정자관어대에오르면석양에강물이물고기의비늘처럼잘게부서집니다.그강변을따라구불구불나있는505번지방도로를따라가면강건너적벽에단풍이물든풍경도만날수있습니다.그길에서는굽이를돌때마다물새들이퍼드덕날아올랐습니다.내친김에한때위세가당당했지만지금은초라해진추풍령의옛이야기를따라가보기도했습니다.

사람마다다다르겠지만,가을에는쨍하고선명한풍경이마음을잡습니다.그건가을의화려함때문인듯싶습니다.아참,이즈음영동에는말랑말랑한연시감이한창입니다.스르르아이스크림처럼입안에서달콤하게녹던봉시감맛도빼놓을수없겠네요.

영동·김천·상주=글·사진박경일기자parking@munhwa.com

자료출처: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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