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절반을 돌아도 “남자 거기서 거기야”

누가그랬다.판단력을잃으면결혼하고,자제력을잃으면이혼하고,기억력을잃으면재혼한다고.그럼재혼을’전(前)남편’과한그녀는거의치매수준이었을까.

당사자인안나는"그럴지도모르지"하며히죽웃었다.안나는케이프타운에산다.남아프리카공화국여행자들을위한민박집’안나하우스’의안주인.서울토박이인그녀가마흔살넘어남아공까지흘러들어간사연이애틋하다.

글쓰기,수다떨기좋아했던그녀는평범한주부였다.9년간연애한남자와결혼했고알토란같은자식둘낳아알콩달콩살았다.남편은조용하고섬세하며꼼꼼한남자였다.요란하고덜렁대며좋은게좋은그녀와는정반대."그래서사랑했고,그래서미워했지."

위기는결혼10년만에찾아왔다.한쪽이바람을피운것도아니다.아이들교육,시댁관계등사사건건싸움의불씨가됐다."별것아닌일로티격태격하다주먹다짐도하고,저것이내가알던그인간이맞나,그이기심과유치함과천박함에분노하게되고.그래도헤어진다는생각은안했는데,막상남편이’너란여자지긋지긋해못살겠다’선언하니홧김에도장을콱찍게되더라고."

양육권을가져간남편은얼마후서울은사람살곳이아니라며아이들을데리고남아공으로갔다.당장생계가막막해진그녀는보험회사에취직했다.죽으란법은없었다.아무도그녀가보험설계사로승승장구할줄,내로라하는외국계보험회사의부지점장이되어하루가멀다하고스카우트제의를받는귀하신몸이될줄은몰랐다.

청천벽력같은소식은이혼한지3년만에날아왔다.둘째아이의교통사고.열일곱시간을날아간그녀앞에혼수상태에빠진아들이누워있었다."우리가헤어지지않았으면이끔찍한일도일어나지않았으리란자책에아이를안고울었지.한데기적이일어났어.내목소리를듣고아이가눈을뜬거야.한국서사간새콤달콤을순식간에먹어치우는거야."

다시서울로떠나는그녀에게남편은뜻밖의제안을했다."다시살아볼래?"

한달여고민끝에결단을내렸다.다버리고아이들에게가기로!"억울하지만,구닥다리같지만,애들에게3년간못해준따뜻한밥지어먹이고싶었어.세상남자거기서거기고죽을죄지은거아니면한번겪어본사람이낫지않겠나싶어…."

안나하우스(www.e-annahouse.com)에는나무를좋아해’우드(Wood)’라는별명을가진그녀의’웬수같은’남편과두아들,그리고’시인’과’추장’이라는이름의고양이가함께산다.남편과는다시투닥거리기시작했고두아들,여행객들뒤치다꺼리에허리가휜다."이럴줄알고도돌아왔으니치매가분명하지.그래도소란스러우니사는거같어.물론다시태어나면결혼따윈안할거야.억만금을준대도안할거야."

노르웨이피요르드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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