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詩/안치환곡
천왕봉일출을보러오시라
아무나오지마시고
원추리꽃무리에흑심을품지않는
이슬의눈으로오시라
행여반야봉저녁노을을품으려면
여인의둔부를스치는유장한바람으로오고
피아골의단풍을만나려면
먼저온몸이달아오른절정으로오시라
벌받는아이처럼등짝시퍼렇게오고
벽소령눈시린달빛을받으려면
뼈마저부스러지는회한으로오시라
그래도지리산에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철쭉꽃길을따라
온몸불사르는혁명의이름으로
온몸불사르는혁명의이름으로오시라
아무죄도없는나무꾼으로만오시라
진실로지리산에오시려거든
섬진강푸른산그림자속으로
백사장의모래알처럼모래알처럼
겸허하게오시라
툭하면자살을꿈꾸는이만
반성하러오시라반성하러오시라
그러나굳이지리산에오고싶다면
언제어느곳이든아무렇게나오시라
지리산은변하면서도
언제나첫마음이니언제나첫마음이니
행여견딜만하다면제발오지마시라
자료출처: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