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학자이갑규씨(대구대겸임교수)와누정연구가오용원씨(동국대한문학과강사)의자문을받아경상도 누정마다전문가와함께현장을찾아누정기나각종현판을채록·해석하고,누정과관련된후손을 현존하는우리나라옛목조건물가운데가장많은것이누정(樓亭)이다.그중에서도정자가제일많다. 귀족들이풍광좋은곳에정자를앉히고풍류를즐긴경우도있지만,그런정자는그리많지도않고지금까지 이러한누정이가장많이남아있는지역이대구·경북이고영남이다.누정건물자체보다거기에담겨진 사방을바라볼수있도록마룻바닥을지면에서한층높게하고,벽이없게지은집인누정(樓亭)은누각 누정은보통마루로만되어있으나한두칸정도의온돌방이딸린경우도적지않다.정자가개인적수양공간 우리나라의누정은신라소지왕이488년정월에천천정(天泉亭)에행차했다는삼국유사의기록에서처음 ◆누정지역적분포 현재문헌으로전하는자료에의하면우리나라전체누정가운데경상도와전라도의누정이대다수를 이보다앞선기록인신증동국여지승람(국역본)에는전국의누정수가885개로돼있다.이중경상도가 여기에수록돼있는누정중에는소실된누정도있고,이후에신축한누정도있다.안동지방에있는누정 누정은지리적환경과누정을건립할수있는경제적기반을갖춘사람이있어야한다.그리고누정문화를 한편경상도의누정중에는소박한초당의정자가많다.형편이좋아풍류를즐기기위해지은정자가많은 ◆누정의기능과누정문화 누정은세워진위치나건립취지에따라그기능이다양하다.우선유흥상경(遊興賞景)의기능을들수있다. 조선중기이후누정은주로학문을가르치고수양하며,인륜의도를가르치는역할을했다.사대부들이 옛관리와선비들은누정을건립하고,직접누정을유람하며글을남기는것을보람으로생각했다.누정 지식인들은각박한현실을피해누정에서아름다운산수를즐기며,거기서정신적즐거움을찾고자연을배우는
거룩한분노는
종교보다도깊고
불붙는정열은
사랑보다도강하다.
아,강낭콩꽃보다도더푸른
그물결위에
양귀비꽃보다도더붉은
그마음흘러라.
아리땁던그아미
높게흔들리우며
그석류속같은입술
죽음을입맞추었네.
아,강낭콩꽃보다도더푸른
그물결위에
양귀비꽃보다도더붉은
그마음흘러라.
흐르는강물은
길이길이푸르리니
그대의꽃다운혼
어이아니붉으랴.
아,강낭콩꽃보다도더푸른
그물결위에
양귀비꽃보다도더붉은
그마음흘러라
변영로
진주병사(晋州兵使)최경회(崔慶會)의사랑을받고있던논개는1592년10월5일
논개가왜장을안고투신할때팔이풀어지지않도록열손가락에가락지를
말고말근강남수(江南水)야임진(壬辰)이를네알니라
충신(忠信)과의사(義士)덜이몃몃치나빠져난고
아마도여중장부(女中丈夫)난논낭자(論娘子)가하노라
그로부터130여년이지난후인1721년(경종1)에경상우병사최진한(崔鎭漢)
무진년(戊辰年)유월일에단을부어분향하여
삼백명여기(女妓)덜이정성으로기제(妓祭)하니
논낭자(論娘子)충혼의백(忠魂義魄)이내리실가하노라
전쟁의소용돌이속에서적에게더럽힘을당하는것을피하기위하여자결한
날과밤으로흐르고흐르는남강은가지않습니다.
바람과비에우두커니섰는촉석루는살같은광음(光陰)을따라서달음질칩니다.
논개여,나에게울음과웃음을동시에주는사랑하는논개여.
그대는조선의무덤가운데피었든좋은꽃의하나이다.그래서그향기는섞지않는다.
나는시인으로그대의애인이되었노라.
그대는어디있느뇨.죽지않은그대가이세상에는없구나.
나는황금의칼에베혀진꽃과같이향기롭고애처로운그대의당년(當年)을회상한다.
술향기에목바친고요한노래는옥(獄)에묻힌썩은칼을울렸다.
춤추는소매를안고도는무서운찬바람은귀신나라의꽃수풀을거쳐서떨어지는해를얼렸다.
갸냘픈그대의마음은비록침착하였지만,떨리는것보다도더욱무서웠다.
아름답고무독(無毒)한그대의눈은비록웃었지만,우는것보다도더욱슬펐다.
붉은듯하다가푸르고푸른듯하다가희어지며,가늘게떨리는그대의입술은웃음의
빠비같은그대의손에꺽이우지못한낙화대의남은꽃은부끄럼에취하여얼굴이붉었다.
옥같은그대의발꿈치에밝히운,강언덕의묵은이끼는교긍(驕矜)에넘쳐서푸른
아아나는그대도없는빈무덤같은집을그대의집이라고부릅니다.
만일이름뿐이나마그대의집도없으면,그대의이름을불러볼기회가없는까닭입니다.
나는꽃을사랑합니다마는,그대의집에피어있는꽃을꺾을수는없습니다.
그대의집에피어있는꽃을꺾으려면나의창자가먼저꺾어지는까닭입니다.
나는꽃을사랑합니다마는,그대의집에꽃을심을수는없습니다.
그대의집에꽃을심으려면나의가슴에가시가먼저심어지는까닭입니다.
용서하여요,논개여,금석같은굳은언약을저버린것은그대가아니오,나입니다.
용서하여요,논개여,쓸쓸하고호젓한잠자리에외로이누워서,끼친한에울고있는것은
나의가슴에’사랑’의글자를황금으로새겨서그대의사당(祠堂)에기념비를세운들
나의노래에’눈물’의곡조를낙인으로찍어서그대의사당에제종(祭鐘)을울린대도나에게
나는다만그대의유언대로그대에게다하지못한사랑을영원히다른여자에게주지아니할
그것은그대의얼굴과같이잊을수가없는맹세입니다.
용서하여요,논개여,그대가용서하면,나의죄는신에게참회를아니한대도사라지겠습니다.
천추에죽지않는논개여.
하루도살수없는논개여.
그대를사랑하는나의마음이얼마나즐거우며얼마나슬프겠는가.
나의웃음이겨워서눈물이되고,눈물이겨워서웃음이됩니다.
용서하여요,사랑하는오오논개여.
한용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