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성 막걸리

500년전통의산성막걸리마을,부산금정구금성동

민속주1호로지정된산성막걸리는500~600년동안한마을에서대가끊이지않고이어온전통주다.여전히손으로빚는누룩제조공법은산성막걸리를지켜온비법이다.

막걸리열풍이불고있다.최근백화점주류매장에서는월별막걸리매출이수입맥주판매량을앞질렀다.막걸리의인기는알코올도수가낮고유산균이많아건강에좋다는인식이확산되면서부터다.게다가저렴한가격은막걸리가농민의땀과갈증을덜어주는‘농주(農酒)’에서온국민의사랑을받는‘민주(民酒)’로거듭날수있도록한몫하고있다.그중산성막걸리는500년넘도록누룩을발효시키는전통제조방식을고수하고있다.우리나라200여민속·토속주가운데1979년‘민속주1호’로등록된술이기도하다.

깊은산속막걸리,500년세월을뛰어넘은맛

금정산자락에위치한산성마을은500년이상전통방식으로누룩을빚어왔다.(이다일기자)

부산금정산해발450m.굽이굽이산길을따라한참을올라가면수려한산세를뒤로하고한산골마을이나타난다.부산금정구금성동‘산성마을’.왜구가침략해올것을대비해조선숙종32년(1706년)금정산에쌓은동래산성은마을이름의유래가됐다.지금은‘산성막걸리’와‘염소불고기’를주메뉴로등산객의발길을잡는관광마을이됐지만예전만해도시내까지2~3시간을걸어야만하는산골이었다.이곳에서막걸리를빚게된이유는무엇일까.

처음누룩이마을에등장한것은조선초금정산자락화전민들이생계수단으로빚기시작한때부터다.범어사승려도누룩을빚어생계를꾸렸다는말이있을정도로마을주민은농사대신술을빚어생계를이어왔다.산성막걸리가알려지게된것은동래산성을축성하던즈음이다.산성을쌓기위해각지역에서온인부들은이곳에서먹어본막걸리에반해고향에가서도그맛을잊지못했다.전국적으로‘산성막걸리’를찾는손길이많아진이유다.

동래산성막걸리가민속주1호가되기까지

산성마을누룩방에서피자크기만한누룩이발효되고있다.(이다일기자)

전통누룩특유의새콤하고구수한맛은일제강점기에도그명성이이어졌다.산성마을에서누룩을빚는양에따라동래를비롯해경남일대쌀값이오르고내릴정도였다.산성에살던학생들은책가방에누룩을넣고다니며동래에내다팔아학비를조달하기도했다고한다.산성막걸리가유명세를타다보니마을주민들은애써만든누룩을도둑맞기도하고빼앗기기도했다.8대째마을에서누룩을빚고있는전남서(78)할머니는“시집와보니마을전체가누룩빚고술담갔지.처음에시누이고,올케한테누룩빚는거배우느라진땀많이뺐어”라고옛모습을회상한다.

1960년주세법으로누룩제조를금지한이후산성막걸리는마을사람끼리만만들어마시는것으로명맥을이어갔다.5.16군사쿠데타전부산군수사령관이던박정희전대통령은산성막걸리를즐겨찾았다.79년부산에순시차내려온박전대통령은산성막걸리가‘사라질위기’에처한것을알게된다.그리고바로‘산성막걸리’를살리기위해민속주1호로지정하기에이른다.마을사람들은“박정희대통령이후로우리마을누룩을훔쳐가는사람도없고,가짜를가져와서산성막걸리라하지도않더라고요.오로지우리마을에서만민속주1호가나옵니다”라고자랑스럽게이야기한다.

대대로이어온누룩방,산성막걸리의힘

산성막걸리산증인산골에위치한산성마을은예로부터농사대신술빚는것으로생계를이어왔다고한다.마을경로당에서는(왼쪽부터)임명자(85),전남서(78),이복녀(76),오명자(69)할머니가마늘을까면서이야기꽃을피우고있었다.“시집오니까온통마을이막걸리를빚고있었지.그때누룩빚는거배워서요즘에도매일아침누룩을빚고있어.그거다옛날누룩방에서그대로발효시키고”라며8대째막걸리를빚고있는전남서할머니가생생한이야기를들려준다.(이다일기자)

산성막걸리는민속주제1호로제조판매허가를받을당시주민288명이참여해,(주)금정산성토산주라는이름의회사를만들었다.세월이지나마을사람이하나둘씩떠나고10여년전부터유청길씨(47)가대표를맡아회사를꾸리고있다.유씨는“우리막걸리의비법은누룩입니다.몇대째이어진누룩방을보면깜짝놀라실걸요”라며누룩방으로안내한다.1년365일사람의체온과비슷한온도로유지된누룩방은오랜세월을머금은만큼묘한힘이있는듯했다.“금정산맑은물에밀을씻어이렇게큰피자모양의누룩을만들죠.누룩방에서최소보름정도를발효,건조시킨뒤고두밥과버무려다시발효시킵니다.하루만지나도술이끓기시작하지만1주일가량더발효를거치면첫맛은새큼하고끝맛은구수한막걸리가나옵니다”라고전통제조방식을설명한다.

현재부산시금정구금성동산성마을에는600여가구1400명의주민이산다.누룩을빚던어르신들은대부분세상을뜨고마을에서는5~6명이직접옛방식으로누룩을빚는다.하지만몇백년동안누룩방에누룩을비운적이없듯이마을식당들은하나같이산성막걸리를내놓는다.15년전부터는막걸리에곁들이는‘염소불고기’까지마을의대표자랑거리가됐다.마을사람들은“산성막걸리를맛보러오는일본손님도끊이질않아요.요근래에는대기업에서누룩방을보고는상품화하고싶다고난리인걸요”라며막걸리인기에대해늘어놓는다.유청길대표는“어렸을때는부모님이이렇게산골에사는게원망스러웠는데지금은오히려자랑스럽습니다.공기좋고물맑고수려한산세에몇백년을내려온누룩까지.막걸리역사가곧마을의미래를이끌고있어요”라고말한다.

〈경향닷컴이윤정기자yyj@khna.co.kr〉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