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처럼눈이자주내리는날이면생각나는사람이있어서소개해보고자한다.
내가고딩때이니까좀오래된이야기이지만,이렇게눈이자주내리면(그때만해도마냥즐겁기만한
시절이었다)꼭그사람이생각나는것은특별한이유는없지만,다만예수님을무지하게닮은외모
때문이라생각된다.
그사람은다름아닌동네에서조용히돌아다니며밥을얻어먹는거지였는데,여느거지처럼소란한
구걸스타일이아니고거의말도없이대문간에서얼쩡거리기만하면밥을주었는데그러면조용히
먹고는그냥가는거지였다.
당시에도거지는점차사라지는추세였는데이거지의등장으로거지에대한새로운인식을심어줄
정도였다.
거지이면서도깡통이나숟가락은아예없고입고있는옷은사계절변함이없는똑같은옷차림이었다.
처음마을에등장했을때는겨울이라오버코트차림이었는데그차림은여름이되어도변하지않았다.
나이지긋한동네어른들이말을걸어도별대답이없어서어디에살다가온사람인지이름이나
나이도당연히알수없는자연인그대로의사람인지라동네사람들에게궁금증유발증을안기기에도
조금도손색이없는사람이었다.
언젠가는동어른들이생김새도예수를닮았지만머리모양도비슷하게장발인지라이발을시키려고
이발소에데려가려했지만무언의격렬한반항으로미수에그친적도있고,여름철엔오버코트를벗게하고
반팔셔츠를주어도그역시거절하여무산되기도했었다.
그사람의잠자리도일정치않아서어디에자는지알수없었으나머리칼이나옷에붙은지푸라기등으로
미루어볼때들판의짚더미나마을헛간같은데서자는것으로짐작할뿐이었다.
마을사람들은이거지가오면조그만밥상에차려서식사를할수있도록해주었다.
물론밥얻어먹을도구가없어서그런이유도있지만조용하고단정한행동때문에인정을베푼것이기도
했으리라생각된다.
동네꼬맹이들은그가지나가면헤이,"예수"나"하느님"이라소리지르며놀려대고
어른들은"영국신사"라며놀리기를해도전혀반응이없는사람이었다.
수년후풍문에의하면,어느지역중학교교장으로재직하다가정신이상으로가출했다고했는데
그가기거했던오랜시간동안그를찾는연고자는나타나지않았기때문에정확한관련소식은들은바가
없었다.
그후객지생활로인해그에대한동정을보지도못하고잊혀져가고있었는데명절때집에가서
그의근황을물어보니몇해전눈이많이내린겨울날에짚더미속에서자다가동사한것을발견하고
동네사람들이장례를치루고공동묘지에안장했다는소식을들은것이그에대한마지막소식이었다.
한창때는눈이오면마냥즐겁고들뜨기만했는데,지금은눈이많이오면아픈기억들이스쳐가는
것은나이듦때문인지알수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