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가이드

1877년에디슨이인간의목소리를기록하고재생할수있는축음기를발명하고1948년콜롬비아레코드에서처음으로331/3회전LP를처음생산하기시작한이래,아날로그는거의1세기라는오랜시간동안인류와함께해왔다.하지만1984년CD라는디지털소스가등장하며LP는마치과거의유물로남는듯했고,CD는사용상의편리함과무한복제라는장점을무기로급속히퍼져나갔다.대중은턴테이블을처분하기시작했다.LP와턴테이블은이제더이상음악애호가에게는쓸모없는것이되어버리는듯했다.하지만CD는음악을전달하는메인포맷으로활약한지채30년도안되어자신또한MP3라는포맷의공격을못이기고급격히시장을빼앗겼다.이제대부분의사람들은파일로음악을재생해들으며,값비싼CD를더는구입하려들지않는다.

파일변환과무한복제의편리함이라는디지털의강점은스스로를위협하는칼이되었고,그결과CD라는포맷은오히려LP보다훨씬더일찍권좌에서물러나게되는비운의주인공이되었다.

얼마전세계적인오디오브랜드중하나이며디지털기기에있어리더격인영국의린(Linn)이라는브랜드는그간생산해오던CD플레이어의생산을전면중단한다고발표했다.네트워크뮤직서버인DS시리즈가그자리를대신했다.하지만린(Linn)은턴테이블은계속생산하기로했다.LP의시대는가고CD가그자리를대신해천년이고만년이고최고의포맷으로활약할것이라는예상은완전히빗나갔다.오히려금세사라져버릴줄알았던포맷인LP는여전히발매되고있으며,턴테이블도해외에서는꾸준한판매고를올리며판매되고있다.이같은사실은우리에게시사하는바가굉장히크다.여기서우린왜아직도많은사람들이간편한MP3대신왜그토록불편하기이를데없는아날로그LP를즐기며그소리에환호하는지궁금하지않을수없다.

아날로그사운드의매력

아날로그사운드가인간의정신건강에미치는순기능이라던가이런진부한얘기는하고싶지않다.정신적으로약간힘들더라도그것이더큰즐거움을가져다준다면그정도의고통을감내할수있어야하지않겠는가.하지만,CD나MP3가들려줄수없는독특한즐거움이있다면음악을좋아하는사람으로서무슨짓인들못하랴.

이제누구도라디오에서듣고감동하였던음악을찾아음반매장을찾지않는다.다방면의루트를인터넷에서찾아내면그만이고,CD를장바구니넣고클릭몇번이면당일에도받아볼수있으며,음원을다운로드받아언제든지들을수있다.음반을갈아끼우고리모컨을동작시키며해설지를읽을시간도아까울지경이다.커버는작은CD표지,아니면웹이나아이팟이자동으로커버플로우를띄워주니별노력없이도다양한곡들을선곡해두면몇시간이고손하나까딱안하고음악에몸을맡길수있다.그러다잠자리에들면머릿속에남는건몇개의멜로디와몇명의작곡가뿐별로기억나는것이없다.배경음악으로인스턴트화된음악감상습관은이제더이상앨범단위가아닌곡단위로파편화되어앨범의컨셉과줄기를이해할여유를빼앗아갔다.풀사이즈의LP커버를감상하며앨범에동봉된해설지를밑줄그어가며읽고또읽던습관도이젠옛날일이되었고,그저필요하면인터넷에서짧은해설을찾아읽으면그것으로끝이다.

이렇게0과1로이루어진디지털신호는간편한그속성만큼이나음악감상의습관마저바꾸어버렸다.이제누구도발품팔아음반매장을돌아다녀어렵게구한LP를턴테이블에올려놓고숨죽여가며음하나하나에몰입하여음악을감상하던희열을기억하지않는다.간편함과속도를중시한디지털은아날로그의편안함과여유로움속의집중등여러가지장점들을일거에제거한것이다.조심스럽게LP의A면첫번째곡위에카트리지를올려놓고끝없이이어지는소릿골을따라B면마지막곡까지진득하게듣는습관이이제는너무나귀찮을지모르겠지만디지털에길들여진우리에게,더큰음악적감동과깊이있는음악감상습관을되살려줄것이다.아울러하루종일들어도전혀피곤하지않는자연스럽고편안한음질과차곡차곡쌓여가는LP컬렉션의즐거움은덤이다.

아날로그사운드를만끽하기위해필요한것들:1)LP


국내에서는90년대중반이후LP생산이사실상중단되었고특히클래식LP의경우당시이후완전히새로운발매가없지만,해외에서는여전히신보와구보가발매되고있다.또한,재발매의경우새로운마스터를바탕으로발매되기도하는데180그램또는200그램중량반(重量盤)으로발매되어과거의명연들또한고음질LP로상당히많은레퍼토리를아날로그사운드로즐길수있게되었다.하지만,꼭이러한고음질LP가아니더라도그옛날의무수히많은명연들을담은LP들이중고로시장에산재해있고,CD로발매되지않은레퍼토리가아직도굉장히많다는것을아는애호가라면굳이설득하지않아도LP를들어야하는이유는충분하다.오프라인매장들은서울의명동회현상가와용산전자랜드에집중적으로모여있으니종종직접찾아가도좋고,온라인LP전문매장들도몇년전부터꽤많이생겨온라인구입도편리해진편이다.하지만,LP는CD와달리표면상태와실제음질이다를수있기때문에가능하면직접보고플레이해본후구입하는것이가장좋은방법이다.그리고가격도예전에비하면상당히저렴해진편이어서장당만원안쪽에서도꽤훌륭한레퍼토리의LP들을구입할수있고,특히80~90년대에국내에서발매한라이센스LP는CD구입이나음원다운로드에할애되는비용보다훨씬더저렴하게구입할수있다는경제적장점도있다.

아날로그사운드를만끽하기위해필요한것들:2)턴테이블

LP를듣기위해서는일단이턴테이블이라는하드웨어가필요하다.턴테이블은LP를올려놓는플래터와이것을회전시켜주는모터,카트리지가장착되어LP의표면위를주행하며카트리지가신호를정확히읽어낼수있도록이끌어주는톤암,그리고이모두를지지해주는베이스등으로구성되어있다.또한턴테이블은LP는얹어놓는플래터와카트리지를장착하는톤암을서스펜션을이용해띄워놓느냐아니면바닥에지지시키느냐에따라플로팅방식과리지드방식으로나뉘며,플래터를회전시키는방식에따라벨트드라이브,아이들러,그리고다이렉트드라이브등세가지형태로분류된다.각각의방식에어떤순위를두어어떤것이더우월하다고단정하기는어렵지만,오랜세월동안각방식이공존해오면서현재는중저가턴테이블은다이렉트/리지드방식이대부분이고,고급턴테이블의경우벨트드라이브에플로팅또는리지드방식이혼용되고있으며,가라드,토렌스등의턴테이블로대변되는아이들러방식은다이렉트드라이브방식에밀려현재는거의생산되지않고있다.편의성을중시하고주로듣는장르가팝이라면다이렉트드라이브를,편의성은떨어져도음질을중요시하는클래식마니아는벨트드라이브방식을선호하는편이다.

아날로그사운드를만끽하기위해필요한것들:3)카트리지

카트리지는턴테이블의톤암에장착하여LP의소릿골(Groove)에기록된아날로그신호를읽어들일수있도록설계된장치인데,예를들어CDP에서CD표면의디지털신호를읽어들이는픽업과같은역할을한다.카트리지는크게신호를읽어들이는방식에따라MM(MovingMagnet)타입과MC(MovingCoil)타입으로나뉜다.

카트리지에달려있는바늘을캔틸레버라고하는데이캔틸레버끝에달려있는스타일러스가LP의소릿골과직접접촉하여진동신호를읽어내면이신호를카트리지내부에서전기적신호로바꾸어주게되는데,이과정에서자석을움직이게하여변환해주는방식이MM이고,내부의코일을움직여서변환해주는방식을MC라고한다.MM카트리지는MC에비해상대적으로저렴하고바늘이마모되면교체가가능하여가장많이사용되는편이다.MC의경우생산이까다로워서비싸고바늘이마모되어도교체가어렵다는단점이있으며출력전압이상당히낮기때문에MC를지원하는포노앰프를마련해야하는등사용이다소불편하다.그러나MM방식에비해상대적으로고역의표현력이좋기때문에클래식마니아들이선호하는카트리지이다.또한기술의발전으로요즘은좀더저렴한가격에MM만큼의출력을가진고출력MC가많이출시되고있어만일MM의편의성과다이내믹스에저출력MC에근접하는고역해상도를원한다면아주좋은대안이될수있다.

아날로그사운드를만끽하기위해필요한것들:4)포노앰프(PhonoAmp)

보통앰프에턴테이블을연결해주면바로소리가나올것같지만그렇게하면모깃소리밖에나오지않는다.왜냐하면일반적으로CD플레이어의출력이2볼트정도인데반해카트리지의출력은MM(movingmagnet)카트리지라고해도3m볼트정도밖에되지않아한번더증폭을해주어야적절한음량을얻을수있기때문이다.바로그역할을해주는것이포노앰프이다.하지만,포노앰프는증폭률도상당히클뿐더러,고음은강하게저음은약하게기록된LP의신호를원래대로되돌리는기능(RIAAequalization혹은Phonoequalization)을수행해야하기때문에단순한증폭이아니다.이포노앰프의완성도에따라최종적인음질의차이가카트리지만큼크게난다.

간혹아날로그전성기에나온앰프의경우포노앰프가내장된경우도있으나요즘출시된앰프에는없는경우가대부분이다.그래서,턴테이블은CD플레이어처럼앰프에바로연결하는것만으로소리를들을수없고중간에포노앰프를붙여주어야한다.만일출력전압이1m볼트이하인저출력MC를사용하는경우MC에대응하는헤드앰프형포노앰프를구입하거나MM전용포노앰프에적당한승압트랜스를연결해서또한번증폭을해주어야만적절한음량을얻을수있다.

아날로그의현재그리고미래

CD가주도하던음악시장을음원파일이대체해버린지금,많은사람들이다시LP를찾고턴테이블과카트리지를구입하고있다.더이상메마른디지털사운드가아닌차별화된음질과레퍼토리를찾는것은단순히‘향수’에목마른장년층의추억만들기가아니다.

인간의가청한계는일반적으로20Hz에서20kHz이지만가청한계밖의소리도우리의몸이인지한다고본다면,일반적인CD의고역한계가22kHz에그치는반면일반적인카트리지도LP재생시고역한계는45kHz에육박하며요즘엔100kHz까지재생하는카트리지도존재한다.실제로CD를듣다가LP를들으면미세한소리의입자등아주자연스럽고편안한느낌을받을수있는데단순히아날로그라서그런것만은아닌것같다.SACD를들어보면디지털포맷이지만마치고가의아날로그시스템에서LP를들었을때와유사한느낌을받게되는것은바로이러한대역한계의차이에서비롯되는것이아닐까하는생각이다.

세상은빠르게변화하며한시라도그틈바구니에서뒤처지면낙오되는것이21세기를사는우리들의모습이다.하지만아무리빠르게변화한다고해서그것이목표로하는핵심까지깡그리변화하는것은아니며그기저에추구하는바는어쩌면지극히동일한것이다.CD의출현과쇠락.그리고디지털음원으로의변이등은그소비패턴과유통방식의변화이지결코오리지널음원자체의변화를의미하지는않는다.결국우리가추구하고자했던음악과그음질의최종목적지는지금얘기하고있는아날로그의그것이아니었을까?

만일가까운미래에CD가더이상발매되지않는다해도LP는꾸준히그생명력을이어나갈것이며턴테이블도계속해서생산되어꿋꿋이오디오시스템의한자리를꿰차고있을것이다.

글이장호/오디오평론가,아날로그애호가
알레스뮤직,비트볼뮤직등음반사에서근무했으며,<스테레오뮤직>필자를역임했다.
현재오디오전문네이버블로그’맛있는오디오’를운영하고있다.

자료출처:네이버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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